치매 예방 VR 인지 훈련, 왜 지금 알아봐야 하는 걸까
“요즘 자꾸 깜빡해.”
“어제 뭐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
40대 후반부터 슬슬 시작되는 이 불안감.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넘겼다가, 어느 날 부모님이 길을 잃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2023년 한 해, 치매 환자 실종 접수 건수는 1만 4,677건이었다.
2024년에는 1만 5,502건으로 26.3% 증가했다.
숨진 채 발견된 분만 연간 83명.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도인지장애 인구는 2025년 기준 약 410만 명으로 추정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다.
이 단계에서 잡지 않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원인을 보면, 왜 뇌는 멈추려 하는가
치매의 핵심 원인은 뇌 신경 연결성의 퇴화다.
나이가 들수록 시공간 인지능력, 기억력, 집중력을 담당하는 뇌 네트워크가 느슨해진다.
문제는, 대부분 이 퇴화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 원래 그런 거지” 하고 넘긴다.
그런데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교수와 강재명 교수팀은 이 퇴화가 적극적 개입으로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0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VR 인지훈련을 실시한 결과, fMRI상 시공간기능 관련 뇌연결성이 실제로 증가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JMIR에 게재되었다(논문 원문).
강재명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로, 이 상태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연구 자료가 말하는 것들, 판단은 직접 하시길
여러 자료를 조합해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되었다.
VR 인지훈련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VR의 실재감과 몰입감이 시각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전통적 인지훈련보다 시공간 인지능력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있다. 가상현실 기반 복합인지운동프로그램에 대한 KISTI 연구보고서에서도 노인의 흥미와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 대상 VR 중재 프로그램의 인지 기능 향상 효과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도 긍정적 결과를 보고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도 살펴보면, 한국 경도인지장애 노인 대상 인지기능 향상 프로그램의 메타분석 연구에서 인지훈련 프로그램이 유의미한 효과 크기를 보였다. 인지중재치료 관련 학술 개요에 따르면,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서 집단 인지훈련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최근 VR 치매 예방 임상연구를 착수했다. 장보기, 물건 찾기, 버스 타기 등 일상 활동을 가상현실로 구현해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검증 중이다.
유명인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배우 오연수는 방송에서 스도쿠 등 치매 예방 뇌 게임을 일상 루틴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팔다리도 운동하듯, 뇌도 운동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배우 백수련은 84세의 나이에도 67년째 현역 연기 활동을 이어가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 까치발 걷기와 스쿼트를 꾸준히 한다고 밝혔다. 혈액순환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배우 이정은은 미술 활동을 통해 시각과 공간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 뇌를 쉬게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민에서 실행까지, 보건소 VR 인지 훈련과 스마트 팔찌 수령 루틴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는 후기가 많았다.
“보건소에서 VR을? 어르신이 할 수 있어?”
그런데 실제 체험 현장에서는 반전이 있었다.
VR 체험 봉사단 활동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서 황홀하다”, “익숙해지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VR 콘텐츠는 마트 장보기, 반려동물 돌보기, 손님 맞이하기 등 일상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난이도도 0단계에서 3단계까지 나뉘어 있어, 단계적 훈련이 가능하다.
구체적 루틴은 이렇다.
1단계로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거나 전화해서 등록한다. 만 60세 이상이면 신분증만 있으면 무료 치매 선별검사부터 받을 수 있다.
2단계로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VR 인지훈련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한다. 프로그램은 보통 주 1회, 회당 30분에서 50분이다. 전산화 인지치료, 작업기반 활동, 운동치료가 함께 진행된다.
3단계로 실종 위험이 있는 치매 환자 가족이라면, 스마트 태그인 배회감지기를 무상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발이나 가방, 옷에 부착 가능하고 보호자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경주시와 파주시, 광명시, 광주시 등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 지급 중이다.
왜 루틴이어야 하는가
한 번 체험해보는 것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발표한 치매 예방 12가지 수칙 중 5번째가 바로 “치매 예방 인지훈련 꾸준히 실시하기”다. 꾸준히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하루 50분 이상 숨차게 걷기를 65세 이전에 시작해야 치매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지훈련도 마찬가지다.
주 1회라도 VR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집에서는 퍼즐이나 스도쿠, 전단지 단어 찾기(조선일보 건강 섹션 추천 방법) 같은 간단한 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패턴이다.
현재 상황에서 예측되는 것
여기까지 자료를 취합해보니, 한 가지 말 못 한 상황이 보인다.
치매 환자 실종은 매년 늘고 있는데,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아직 바닥 수준이다.
지문 사전 등록률도 5% 미만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무료 지원이 있는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치매안심센터 등록만 해도 선별검사와 진단검사, 전문의 진료 지원, 치료비 월 3만 원 지원, 기저귀 등 위생 소모품 지원, 스마트 태그 무상 지급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VR 인지훈련은 뇌연결성 향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이다.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스마트 팔찌인 배회감지기도 등록 환자라면 무상 수령이 된다. 이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찾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판단은 이 글을 읽은 분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넘어가는 문턱,
그 문턱에서 손을 내미는 시점이 빠를수록
결과는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 위치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