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상호대차, 그게 뭔데 이렇게 난리야?
우리 동네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이 없다.
그런데 옆 동네 도서관에는 있다.
앱으로 신청하면 그 책이 내 동네 도서관으로 온다.
이게 바로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다.
2008년 국립중앙도서관이 ‘책바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전국 공공도서관 1,193곳과 대학도서관 168곳이 참여하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자랐다. (연합뉴스, 2026.2.27)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2,240권이 이 서비스로 이동한다. 연간 55만 3,000권.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 (Daum 뉴스, 2024.2.11)
숫자만 보면 대성공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니, 숫자 뒤에 전혀 다른 풍경이 있었다.
도서관 상호대차 택배비, 결국 누군가는 내고 있더라
책 한 권을 다른 도서관에서 가져오려면 왕복 택배비 5,800원이 든다.
서울시가 이 중 70%인 4,100원을 대신 내준다.
이용자 부담은 단 1,700원. (서울시 미디어허브, 2026.3.6)
장애인은 아예 무료다.
그래서 서울은 전국 상호대차 신청 건수의 30%를 혼자 차지한다.
압도적 1위다.
그런데 이 지원금은 세금에서 나온다.
2022년에는 5,308건 지원에 약 1,858만원이 들었고, 2024년에는 7,200건, 2026년에는 8,15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경향신문, 2022.3.25)
택배비는 계속 오른다.
2022년 건당 5,200원이던 것이 5,540원, 그리고 지금은 5,800원이 됐다. (리더스뉴스, 2023.1.16)
예산은 한정돼 있고, 수요는 매년 폭증한다.
이 흐름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 구조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앱이 바뀌던 날, 동네가 뒤집어졌다
2024년 8월, 중랑구에서 사건이 터졌다.
도서관 앱이 예고 없이 바뀌었다.
상호대차 권수가 도서관별 7권에서 3권으로 뚝 떨어졌다.
대출정지 여부도 안 보인다.
앱은 수시로 먹통. (중랑구청 민원 답변, 2024.8.12)
10년 넘게 중랑구에 살면서 매일 앱을 썼다는 한 주민은 구청장에게 직접 민원을 넣었다.
되던 것이 예고 없이 안 되니 부당하다고.
구청의 답변을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맥락이 나왔다.
코로나 때 7권으로 임시 확대했던 건 맞다.
그런데 대량 신청 후 안 찾아가는 사람, 즉 노쇼가 너무 많았다.
한 사람이 안 찾아가면, 그 책은 최대 2주 동안 아무도 못 빌린다.
그래서 다시 3권으로 줄인 것이다.
2024년 11월부터는 2회 노쇼 시 1주일 신청 정지 패널티까지 시행됐다.
2026년 2월에도 리브로피아 앱의 책이음 서버 연동 오류로 마포 등 여러 지역에서 상호대차가 일시 중단됐다. (마포중앙도서관 페이스북, 2026.2.10)
편해져서 몰렸고, 몰리니까 줄였고, 줄이니까 화가 났다.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배달앱처럼 쓰는 사람들이 발견됐다
현직 사서가 쓴 글이 하나 있다.
읽으면 좀 놀란다. (브런치, 2025.11.11)
그 도서관에 같은 책이 있다.
대출 가능 상태다.
그런데 서가에서 찾기 귀찮으니까 상호대차로 신청한다.
데스크에서 바로 받으면 되니까.
가족 카드를 총동원해서 영어 그림책만 수십 권 상호대차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책을 A도서관, B도서관, C도서관에 동시에 신청하는 사람도 있다.
먼저 도착하는 한 권만 가져간다.
나머지는 “취소해주세요” 한마디.
그 한 권 한 권마다 사서가 서가에서 찾고, 전산 처리하고, 포장하고, 배송한다.
취소된 책은 다시 원래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다른 사람은 그 책을 빌릴 수 없다.
이 사례들을 모아보니 하나의 패턴이 보였다.
상호대차가 도서관 배달앱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원 처리에 사서가 사비를 꺼냈다
또 다른 현직 사서의 글이다. (브런치, 2025.6.19)
한 이용자가 멀리서 도서관에 왔다.
상호대차가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리모델링 휴관으로 장기대출 중이라 권수 초과 상태였다.
이용자는 소리를 질렀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다 해줬어요!”
확인해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이용자도 그걸 알았다.
그런데 멈추지 않았다.
교통비 3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교통비는 2만원도 안 됐다.
결국 담당자가 본인 돈 2만원을 이용자 계좌에 입금했다.
그리고 그 이용자는 다음 날 전화해서 대출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이건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구조적인 그림이 나왔다.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의 77%가 비정규직이다. (동아경제, 2023.9.25)
10명 중 7명이 이용자에게 폭언을 들은 적 있다.
14.9%는 성희롱도 경험했다. (경향신문, 2019.11.15)
6개월 계약직이라 6개월마다 새 직장을 찾아야 하는 사서도 있다. (오마이뉴스, 2025.10.1)
서비스는 계속 확대된다.
그걸 감당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국에 퍼진 그 책들
2025년 여름, 전국 대학도서관에서 역사왜곡 논란 도서의 상호대차가 금지됐다. (경남도민일보, 2025.9.14)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거나, 이승만 독재를 미화하거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내용의 책들이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경남 공공도서관에는 이 책들이 버젓이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2025.9.23)
보도가 나간 뒤에야 경남교육청이 대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 (오마이뉴스, 2025.9.24)
광주시도 전수조사를 벌여 7종 27권을 발견했다.
한편, 한국출판인회의는 “외압으로 도서관 장서가 금지되고 폐기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한국출판인회의 논평, 2025.8.21)
상호대차는 전국적 유통망이다.
대학에서 막아도 공공도서관에 있으면 빌릴 수 있다.
한쪽에서 막으면 다른 쪽으로 돌아간다.
이 사실들을 조합해보니, 어떤 책을 어디까지 유통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아무도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흐름들을 모아보니 보이는 것들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쭉 놓고 보니, 조용히 다가오는 변화들이 감지됐다.
수요 쪽을 보면 이렇다. 은평구 책단비는 연간 22만 권 대출을 기록했고 참여 도서관을 11곳으로 확대했다. (뉴스피플아이, 2026.3.5) 동두천시는 작년 4월 처음 도입한 상호대차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발표했다. (경기프레스, 2026.2.5) 고양시는 작은도서관 7곳에까지 서비스를 넓혔다. (로컬경기, 2025.5.20)
서비스는 확대된다.
사람들은 더 많이 쓴다.
공급 쪽을 보면 이렇다. 택배비는 계속 오른다. 예산은 매년 늘리지만 수요를 따라잡기 빠듯하다. 사서 77%는 비정규직이고, 노쇼와 얌체 이용과 악성민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수치에 잡히지 않는다.
이 두 가지를 나란히 놓으니, 몇 가지 흐름이 읽혔다.
택배비 이용자 부담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 보조금은 의회 심의 대상이다. 지역마다 이용자 부담금이 이미 다르다. 서울 1,700원, 인천 1,800원, 울산 2,200원, 전남 2,300원. 지원 여력이 적은 지역은 부담이 더 크다.
노쇼 패널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보인다. 중랑구가 선례를 만들었다. 편의를 위해 대량 신청하고 안 찾아가는 패턴이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서 인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시점도 가까워지고 있다. 상호대차 건수가 늘어날수록 사서의 물리적 업무량은 비례해서 증가한다. 하지만 인력 확충 논의는 서비스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통되는 콘텐츠의 관리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과 공공도서관의 기준이 달랐던 역사왜곡 도서 사례는 전국망 상호대차 시대에 누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700원이면 전국 어디든 책이 온다.
정말 좋은 서비스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을 쭉 모아서 들여다보니, 하나가 보였다.
나머지 4,100원은 세금에서 나온다.
그 책을 찾아 포장하는 사서는 77%가 비정규직이다.
신청해놓고 안 찾아가는 사람 때문에 권수가 줄었다.
앱이 바뀌면 공지도 없이 바뀐다.
편리함에는 늘 비용이 따른다.
그 비용을 지금 누가 지고 있는지.
그건 각자가 한번 생각해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