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정장 무료 대여 서비스.
이름만 들으면 “세상 좋아졌네” 싶다.
서울시는 누적 38만 명이 이용했다고 자랑한다.
만족도 97.9%.
숫자만 보면 완벽한 정책이다.
그런데 뉴스를 파고 들어가면 분위기가 좀 다르다.
“왕복 4시간 걸려서 정장 빌리러 간다”는 청년.
“아직도 취업 못 했냐”는 말을 들었다는 취준생.
“차라리 사비로 산다”는 후기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지금 터져 나온 문제들까지.
하나씩 따라가 봤더니 꽤 선명한 그림이 보였다.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이유, 정장 한 벌 살 돈이 없어서였다
시작은 2011년이었다.
한 회사원이 취준생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냈다.
“옷장 속 안 입는 정장을 면접 보는 청년에게 빌려주면 어떨까.”
이게 사회적 기업 열린옷장의 시작이다.
(서울경제, 2017.03.24)
2012년, 세계 최초 비영리 정장 대여 서비스가 문을 열었다.
기증받은 정장과 와이셔츠를 구직 청년에게 빌려줬다.
한 해 2만 6천 명이 혜택을 받았다.
(다음뉴스, 2018.03.02)
이 움직임을 본 서울시가 2016년 취업날개 서비스를 공식 런칭했다.
정장, 구두, 넥타이, 벨트. 풀세팅으로 빌려준다.
무료. 3박 4일. 연간 최대 10회.
왜 이런 정책이 필요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들에게 정장 한 벌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여가 나올 수밖에 없던 배경, 취준 비용이 연간 455만 원이라는 현실
숫자부터 보자.
2025년 9월, 잡코리아가 취준생 485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다.
취업 사교육비, 연간 약 455만 원.
월평균 38만 원이 고정 지출로 빠진다.
4년 전 218만 원이었다.
2배가 됐다.
(동아일보, 2025.09.11)
여기에 면접 정장 구매비 수십만 원, 교통비, 식비, 증명사진.
면접 한 번 보려면 적게 잡아도 10만 원 이상이 날아간다.
수입은?
취준생 10명 중 7명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잡코리아, 2025.09.11)
이야기들을 모아보니 이런 그림이 나왔다.
알바해서 번 돈으로 취업 준비 비용을 대고,
남은 돈으로 다시 알바를 다니며 버티는 루프.
이 고리 안에서 정장 한 벌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대여만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났다, 취업이 1년 늦어지면 월급이 6.7% 줄어든다
여기서 더 무서운 숫자가 발견됐다.
2026년 1월,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냈다.
취업이 1년 늦어질 때마다 실질임금이 6.7% 감소한다.
(중앙일보, 2026.01.19)
미취업 기간이 1년이면 5년 후 상용직 확률 66.1%.
3년이면 56.2%.
5년이면 47.2%.
(서울경제, 2026.01.19)
동아일보는 이걸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와 닮아간다”고 표현했다.
(동아일보, 2026.01.20)
한편,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청년 비중은?
2004년 24.1%에서 2025년 31.3%로 올랐다.
20년 새 7.2%p.
(베이비뉴스, 2026.03.04)
졸업 후 1년 넘게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56만 5천 명이었다.
(중앙일보, 2025.07.23)
이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이런 흐름이 보였다.
취업은 점점 늦어지고 있고,
늦어질수록 월급은 줄고,
줄어든 월급은 평생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장 한 벌이 단순한 옷 문제가 아닌 것이다.
면접 기회를 하나라도 더 잡아야 하는 상황.
그 기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조차 부담이 되는 현실.
대여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더니, 10분 치수 재려고 왕복 4시간이 걸렸다
서울 청년에게 이 정책은 거의 완벽했다.
15개 지점. 택배 수령 가능. 연간 10회 대여.
2026년 올해 목표는 6만 명.
(동아일보, 2026.03.17)
그런데 서울 바깥으로 나오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포천, 양평, 파주, 안성, 여주.
이 지역 청년들은 관내에 정장 대여 업체가 없다.
업체가 폐업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 영등포, 천호동, 왕십리에 있는 업체를 찾아가야 한다.
(중부일보, 2025.11.16)
포천 거주 청년 A씨는 이렇게 말했다.
“10분 가량 치수를 재려고 왕복 4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10만 원의 정장 대여비를 아끼려면 사실상 하루를 투자해야 합니다.”
택배로 받으면 되지 않냐고?
첫 방문은 반드시 현장에서 치수를 재야 한다.
대중교통도 마땅치 않은 지역에서 서울까지 하루를 써야 하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체가 없을 경우 현 상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추적해보니 정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여를 넘어선 지역 격차가 발견됐다, 사는 곳이 다르면 기회도 달랐다
2026년 3월 6일.
국회에서 청년 평등법, 즉 청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수도권과 지방 간 기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법안이다.
(국민일보, 2026.03.06)
이 법안을 만든 명예보좌관들은 실제 청년들이었다.
이들이 일상에서 체감한 것.
사는 곳이 다르면, 취업 기회도, 복지 혜택도, 접근성도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중도일보, 2026.03.06)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방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소득이 23% 늘었다.
이동 전 소득 1분위, 최저 구간 비중이 30.7%였는데 이동 후 21.0%로 급감했다.
(조선일보, 2025.12.04)
이 흐름들을 같이 놓고 보니 하나가 보였다.
지방에 남은 청년들은 일자리도, 정책 혜택도 열악한 상태에서 버티고 있었다.
면접 정장 대여 사업의 접근성 문제는 이 구조적 격차의 축소판이었던 것이다.
대여 업체의 후기를 모아봤더니, “아직도 취업 못 했냐”는 말이 나왔다
지역 접근성만 문제가 아니었다.
업체 자체의 질도 논란이 됐다.
대전시 면접 정장 대여 사업.
이용 후기에 불만이 쏟아졌다.
(굿모닝충청, 2021.08.01)
한 취준생은 이렇게 적었다.
“업체 직원이 나더러 ‘작년에 빌렸었는데 아직까지 취업을 못한 거에요? 요즘 청년들은 눈이 높아서 다들 취업을 못하는 거다’라고 했어요.”
또 다른 취준생.
“원단이 상할까 봐 한 사이즈 큰 옷을 권유해요.”
“재킷, 셔츠, 넥타이, 바지, 벨트 모두 합쳐 10만 원도 안 돼 보이는 정장을 추천해줬어요.”
가장 큰 문제?
만족도 설문지를 업체 대표에게 직접 제출하는 구조였다.
솔직한 피드백이 나올 수가 없었다.
지자체 예산은 정장 대여 1벌당 약 5만 원.
이 금액에 맞춰줄 업체가 많지 않다는 게 지자체 측 설명이었다.
대여와 정반대의 뉴스가 같은 시기에 터졌다, 탈락자에게 구두를 보낸 회사
이 와중에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왔다.
2026년 3월, 여성화 브랜드 착한구두.
채용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게 자사 구두를 선물했다.
불합격 통보와 함께 “발 사이즈를 알려달라”는 문자가 왔다고 한다.
(조선일보, 2026.03.08)
이걸 받은 취준생은 “눈물이 펑펑 나왔다”고 했다.
(한국경제, 2026.03.08)
같은 시기, 같은 취업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한쪽은 “아직도 취업 못 했냐”는 말을 듣고,
한쪽은 구두 한 켤레에 위로를 받았다.
이 두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니 묘한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대여 정책 뒤에 숨어 있던 숫자들을 조합해봤더니, 이런 흐름이 보였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통계가 있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2026년 1월 기준 46만 9천 명.
(경향신문, 2025.08.20)
이 청년들 71.8%는 비자발적으로 쉬고 있었다.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34.1%.
5년간 쉬었음 청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4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중앙일보, 2025.08.18)
은둔 청년까지 포함하면 연간 5.3조 원의 추가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청년일보, 2026.02.05)
이게 왜 면접 정장 대여와 연결되냐면.
이 정책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청년을 위한 것이다.
면접을 보겠다고 나선 청년에게 최소한의 도구를 쥐여주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도구마저 지역에 따라, 업체에 따라 접근성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면.
아직 남아 있는 의지까지 꺾일 수 있다는 것.
이 이야기들을 전부 조합해보니 하나의 발견이 있었다.
대여를 둘러싼 팩트를 전부 모아보니,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서울시 취업날개는 2016년 시작, 누적 38만 명 이용, 만족도 97.9%, 2026년 15개 지점으로 확대된다. 연간 6만 명 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내 다수 지자체는 관내 대여 업체가 없어서 서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포천, 양평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청년들은 왕복 4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일부 대여 업체에서는 불친절한 태도, 맞지 않는 사이즈, 낮은 퀄리티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만족도 설문을 업체 대표에게 직접 제출하는 구조적 문제도 보고되었다.
취업 준비 비용은 4년 새 2배, 218만 원에서 455만 원으로 증가했고,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청년은 31.3%다. 취업이 1년 늦어질 때마다 평생 임금이 6.7%씩 줄어든다는 한국은행 분석도 나왔다.
쉬었음 청년은 역대 최대 수준이며, 5년간 경제적 비용은 44.5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와중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청년 평등법이 2026년 3월 발의되었다.
이 사실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했다.
정장 한 벌조차 부담인 청년에게, 지금 이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