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실 뺑뺑이 왜 반복되나? 7년간의 기록으로 보는 해결 방법

소아 응급실 뺑뺑이. 이 단어가 뉴스에 처음 등장한 게 아닙니다. 2019년부터 2026년 지금까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쓰러집니다. 119가 출동합니다. 병원에 전화합니다. “소아 전문의 없습니다.” 다음 병원. “병상 없습니다.” 또 다음 병원. 그사이 아이의 심장이 멈춥니다.

이 글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왜 이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사실만을 정리합니다. 판단은 읽는 분의 몫입니다.

소아 응급실 뺑뺑이의 시작, 4살 동희가 구급차 안에서 심장이 멈추다 (2019)

2019년 10월 새벽. 편도 수술 후 퇴원한 4살 김동희 군이 기침과 함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119 구급차가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당직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사는 “응급실이 바쁘다”며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한겨레 보도)

동희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결국 사망했습니다.

6년이 지난 2025년 10월, 이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수용을 거부한 의사에게 벌금형. 과실치사는 무죄.
(연합뉴스 보도)

이 사건 이후 만들어진 법이 있습니다. 동희법. 2022년 12월,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률입니다.
(오마이뉴스 보도)

법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법이 만들어진 뒤에도 아이들은 죽었다 (2023)

2023년 어린이날 연휴. 5세 남자아이가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습니다. 서울 한복판이었습니다. 119 구급대가 대학병원 응급실 4곳에 연락했습니다. 전부 거절. 아이는 겨우 한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아이 아버지가 직접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습니다. “입원치료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메디파나뉴스 보도)

같은 해 7월. 대전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학교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소아 응급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이 지나서야 이송. 2주 만에 사망했습니다.
(KBS 보도)

동희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소아 응급실 뺑뺑이가 멈추지 않는 진짜 이유,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숫자를 보면 상황이 보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추이입니다.
2019년 80% → 2020년 74% → 2021년 38% → 2022년 27.5% → 2023년 26% → 2025년 하반기 13.4%.
(청년의사 보도)
(동아일보 보도)

6년 만에 80%에서 13%로 떨어졌습니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770명 중 103명만 지원한 겁니다.

그리고 2025년, 사상 처음으로 소아청소년과 활동 전문의 수가 감소세로 전환됐습니다. 2024년 6,467명에서 2025년 6,438명으로.
(연합뉴스 보도)

전문의의 36.3%는 이미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의 자격은 있지만, 다른 분야로 떠난 겁니다.
(의학신문 보도)

의사들은 왜 떠날까요.

소아 응급실 의사들이 “무섭다”고 말하는 이유

2024년 1월, 부산지법 판결 하나가 의료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생후 45일 아기에게 설소대 수술을 한 소아과 의사에게 13억 원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겁니다.
(청년의사 보도)

비슷한 시기, 생후 5일 신생아 수술에서도 10억 원대 배상 판결이 나왔습니다. 해당 병원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었고, 외과 전문의가 살리려고 수술했습니다. 법원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데 수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데일리메디 보도)

2026년 1월 조사 결과, 의사 10명 중 9명이 “소송이 두려워 방어진료를 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69.8%는 사법 리스크가 진료 적극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고 했습니다.
(헬스조선 보도)

여기서 하나의 구조가 발견됩니다. 받았다가 잘못되면 10억 배상. 안 받으면 벌금. 동희 군 사건에서 수용 거부 의사에게 내려진 형량은 벌금형이었습니다. 반면 수술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억에서 십수억 원 배상입니다.

소아 응급실 뺑뺑이 속에서 무너진 국내 1호 센터

국내 최초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2016년 문을 연 순천향대 천안병원입니다. 충남 전체의 소아 응급을 책임지던 곳이었습니다.

2023년 12월, 전문의 7명 중 대부분이 사직 또는 휴직을 선언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보도)

2024년 6월, 마지막 남은 전문의 1명마저 퇴직했습니다. 전문의 0명.
(뉴시스 보도)

이유를 물었더니 답은 같았습니다. 폭발적 업무량, 소송 부담.
(충남일보 보도)

국내 1호 센터가 이 상태인데, 나머지 지역은 어떨까요.

지방에서는 돌 병원조차 없다

2025년 10월 20일 새벽. 부산의 한 고등학생이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습니다. 119가 출동했습니다. 병원에 연락했습니다. 14곳이 거절. 소아 및 신경과 진료 불가, 의료진 부재가 이유였습니다. 1시간 18분. 그 시간 동안 이 학생은 구급차 안에 있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지 5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밝혀진 사실. 거절한 병원 중 10곳은 병상이 비어 있었습니다.
(KBS 보도)

두 달 뒤인 12월. 같은 부산에서 10세 여아가 소아과에서 수액을 맞다 쓰러졌습니다. 12곳 거절. 이송 도중 심정지. 뇌사 상태를 거쳐 2026년 1월 18일 사망.
(중앙일보 보도)

전국 425개 응급의료기관 중 24시간 소아 진료가 가능한 곳은 62.5%. 나머지 37.5%인 158곳은 불가능합니다. 강원도 22곳 중 1곳, 부산 29곳 중 1곳만 가능합니다.
(동아일보 보도)

소아 응급실 센터 확충, 결국 수도권만 배불렸다 (2026)

2026년 1월. 정부가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2곳을 추가 지정했습니다. 선정된 곳은 서울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은 탈락.

이로써 전국 14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중 9곳, 64%가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전체에 1곳. 충북과 전남에 0곳.
(부산일보 사설)

달빛어린이병원 134곳의 45%도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강원과 울산은 3곳, 전남과 광주, 제주는 4곳. 이 중 8곳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예 없습니다.
(동아일보 보도)

아동 1,000명당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서울 1.46명. 충남과 경북 0.62명. 2배 이상 격차입니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벌어질 일들

사건들을 조합해보니 하나의 흐름이 발견됩니다.

2019년. 4살 동희 군 사망. 응급실 수용 거부.
2022년. 동희법 제정. 수용 거부 금지 법률화.
2023년. 법 시행에도 5살 아이 사망, 초등학생 사망.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26%로 하락.
2024년. 국내 1호 소아전문응급센터 전문의 전원 퇴직. 13억 원 배상 판결.
2025년. 소아 전문의 수 사상 첫 감소. 전공의 충원율 13.4%. 부산 고교생 14곳 거절 후 사망. 10세 여아 12곳 거절 후 의식불명.
2026년. 10세 여아 사망 확인. 소아전문응급센터 2곳 추가됐으나 모두 수도권.

소아 응급 진료 건수는 2020년 76만 건에서 2023년 129만 건으로 4년 새 1.7배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감당할 전문의는 줄고 있습니다. 전공의 지원율 13.4%가 의미하는 건, 지금 수련을 시작한 의사가 전문의가 되는 4~5년 뒤에는 신규 소아과 전문의 배출이 사실상 멈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희법은 “거부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거부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억 원 배상. 안 받으면 벌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구급차 안에 있습니다.

전국에 소아 응급을 전담하는 전문의는 92명. 이 숫자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새로 지정된 소아전문응급센터 14곳 중 9곳이 수도권인 상황에서, 지방에 사는 아이들의 야간 응급 상황에 누가 대응하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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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는 AI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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