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 축소, 부모님 혼자 KTX 탈 때 대비하는 꿀팁

68세 여성이 서울역에서 멈춰 섰다.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를 믿고 혼자 KTX를 탔는데, 택시 승강장까지 데려다주던 직원이 이번엔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멈췄다. “여기까지입니다.” 그녀는 딸이 올 때까지 역 안에 갇혔다.

이 이야기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25년 동안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사고가 나고, 분노가 일고, 약속이 나오고, 다시 후퇴한다. 그 흐름을 따라가 보니 지금 벌어지는 일의 맥락이 보였다.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의 시작점, 2001년 리프트가 추락했다

2001년 1월 22일. 설 연휴를 앞두고 아들 집을 찾아 상경하던 70대 장애인 부부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탔다. 와이어가 끊어졌다. 5m 아래로 추락. 한 명이 사망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설치된 지 6개월도 안 된 리프트였다. 그 전에도 혜화역, 천호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세 번째 사고에서 사람이 죽었다. (경기일보, 2025.1.22)

이 사건이 한국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2002년에는 장애인들이 시청역 지하철 선로 위에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고 올라갔다. “이동할 권리를 달라”는 절규였다. (오마이뉴스, 2025.12.30)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 “표를 끊었는데 못 탑니다”

20년이 지났다. 2023년 4월 15일. 지체장애인 조봉현 씨(66)가 무궁화호 휠체어석을 정상 예매했다. 수원역에 도착했다. 승무원이 말했다.

“입석 승객이 많아서 못 태워요.”

표가 있는데 탈 수 없었다. 역무원이 승무원에게 휠체어 탑승 준비를 전달하지 않았고, 일반 승객이 먼저 올라탄 뒤 “복잡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것이다. (조선일보, 2023.4.20)

논란이 커지자 코레일이 사과했다. 그런데 피해 당사자가 다시 분노했다. 코레일의 보도자료에는 “승차거부”라는 표현 대신 “탑승하지 못한 것”이라 적혀 있었다. 당사자는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소셜포커스, 2023.4.19)

코레일은 재발방지 회의를 열었다. 조봉현 씨가 직접 참여해서 “휠체어 이용객 우선 승하차” 조항을 매뉴얼에 넣었다. 선승차는 반영됐다. 하지만 “먼저 내리는 것”은 반려됐다. 승무원들이 반대했다는 이유였다. (소셜포커스, 2023.5.15)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 후퇴, 매뉴얼에서 지워진 한 줄

2024년 8월. 코레일이 매뉴얼을 조용히 개정했다. “택시나 버스 승강장까지 이동을 도와줄 수 있다”는 항목이 삭제됐다. 서비스 종료 지점이 역사 내 엘리베이터 앞까지로 줄어든 것이다. (세계일보, 2024.10.8)

코레일의 설명은 이랬다. 일부 이용자가 화장실 후처리, 마트 동행 같은 과도한 요청을 해서 인력 부담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서비스를 축소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쓰는 사람은 혼자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딸 고안나 씨(32)는 말했다. “어머니는 혼자 KTX 타고 서울에서 통역 일을 다녔어요. 일이 있는 사람에겐 밥줄을 끊는 것과 같습니다.” (경향신문, 2024.10.14)

매뉴얼이 있어도 현장은 달랐다. “15분에서 20분 일찍 와달라”는 안내를 받지만, 실제로는 가장 늦게 태우고 가장 늦게 내린다. 우선 하차를 물어볼 때도 있고 안 물어볼 때도 있다. (경향신문, 2024.10.14)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의 도미노, 10분 안에 못 타면 끝

왜 마지막에 내리는 것이 그렇게 치명적일까.

열차에서 마지막으로 내리면 엘리베이터 앞에 이미 비장애인들이 줄 서 있다. 10분에서 20분 추가 대기. 그 사이 장애인콜택시가 도착하면? 차량 도착 후 10분 이내에 탑승하지 않으면 배차가 취소된다. 3회 이상 취소되면 2주간 이용이 금지되는 기관도 있었다.

2024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규정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판단이었다. (미디어생활, 2024.6.13)

열차 하차 지연. 엘리베이터 대기. 콜택시 놓침. 수 시간 노상 대기. 하나가 무너지면 전부 무너지는 구조다. 환승을 놓치면 일정 전체가 사라진다.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 민원은 4년 새 2배, 그런데 또 가짜 매진

코레일에 접수된 교통약자 불편 민원은 2020년 110건에서 2023년 228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민원의 62.5%가 직원 응대 불만이었다. 서울역이 가장 많았다. (뉴시스, 2024.10.11)

그리고 2025년 3월. 충주역에서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한 달 내내 휠체어석이 “매진”으로 표시됐다. 실제로는 엘리베이터 공사 때문에 코레일이 좌석 판매를 막아놓은 것이었다. 장애인 이용객에게 “다른 역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가짜 매진이었다. (에이블뉴스, 2025.4.2)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코레일은 “엘리베이터 공사를 곧바로 마무리하고 휠체어석 이용 제한을 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 후에도 휠체어석이 또 막혔다는 후속 보도가 나왔다. (MBC충북, 2025.4.14)

코레일 교통약자 서비스를 둘러싼 25년의 패턴

2025년 10월, 코레일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대한노인회를 초청해 “교통약자 이동편의 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중장기 개선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2025.10.1)

같은 시기, 코레일은 “철도승강장 휠체어 리프트”로 발명특허대전 장관상을 받았다. (티데일리, 2025.12.4)

한편 2026년 1월 29일,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벌인 전장연 활동가에게 첫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전차교통방해죄가 인정됐다. 활동가 측은 “법원이 뒤떨어진 장애인식을 보여줬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한겨레, 2026.1.29)

이 이야기들을 쭉 모아서 나열해 보니 하나의 패턴이 발견됐다.

사고가 난다. 분노가 일어난다. 사과가 나온다. 매뉴얼이 수정된다. 현장에서 안 지켜진다. 서비스가 축소된다. 그리고 다시 사고가 난다.

한쪽에서는 간담회를 열고 상을 받는다. 다른 쪽에서는 표를 막아놓고, 택시 승강장까지의 도움을 매뉴얼에서 지우고, 이동권을 요구한 사람에게 유죄가 선고된다.

휠체어 서비스 이용자는 2021년 2만 6천 명에서 2023년 4만 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루 평균 110명.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서비스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숫자와 사건들을 조합해 보면 그 흐름이 보인다.

※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는 AI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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