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고장 났을 때 손해 안 보는 대처법 총정리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DPF) 무상 점검 제도가 있다.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한 장치가 고장 나면, 매년 1회 무료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좋은 제도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제도가 왜 생겼는지.
그 뒤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그걸 하나씩 따라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시작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이었다

2005년. 정부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다.
경유차가 내뿜는 매연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2005년 이전에 출고된 배출가스 5등급 노후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달아주는 사업이었다.

장착 비용의 90%를 정부가 부담하고, 차주는 10%만 내면 됐다.
(정부 DPF 지원사업 배경, 상용차매거진 2025.2.3)

효과는 분명했다.
수송 부문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2003년 2만 7,903톤에서 2019년 6,719톤으로.
76% 넘게 줄었다.
(경유차 DPF 업계 현황, 중소기업신문 2023.5.16)

여기까지는 좋았다.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달았더니, 오르막을 못 올라간다

문제는 DPF를 단 그 이후에 터졌다.

서울에 사는 60대 A씨.
DPF를 장착한 지 6개월 만에 차 출력이 확 떨어졌다.
매일 다니던 오르막길도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
시동 불량 수리비 75만 원, 엔진 이상 수리비 175만 원.
누적 수리비만 250만 원이 넘었다.
(DPF 장착 후 출력저하 피해 사례, 이뉴스투데이 2020.11.27)

더 답답한 건 이거다.
보조금을 받아 DPF를 달았으면, 2년간 폐차도 판매도 못 한다.
폐차하려면 보조금의 최대 70%를 위약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DPF 의무운행 2년과 위약금 구조, 매연저감장치 폐차 안내)

버리지도 못하고, 고치자니 돈만 들고.
이런 차주가 한 명이 아니었다.

조기폐차 포기하고 DPF 장착한 차주들이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제목의 영상이 수십만 조회를 기록한 것도 이 맥락이다.
(DPF 장착 후회 사례, YouTube 2023.3.24)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에 가짜 필터가 달려 있었다

여기서 이야기가 한 번 더 꺾인다.

2023년 2월, CBS노컷뉴스가 단독 보도를 냈다.
국내 DPF 제작업체 크린어스가 가짜 필터를 만들어 최소 2만 대 이상의 차량에 장착했다는 의혹이었다.
(단독 보도, 매연차량 2만대 날개 달았다, 노컷뉴스 2023.2.27)

어떤 필터였냐면.
환경부 인증을 받지 않은 중국산 미인증 필터.
그리고 아예 구멍을 뚫어 매연이 그대로 통과하는 필터.
(가짜 필터 2만대 추정 보도, 네이트뉴스 2023.3.2)

왜 이런 짓을 했냐.
DPF 필터 클리닝에는 3~4시간이 걸린다.
차주들 민원이 많으니, 클리닝 대신 필터를 아예 교체하는 방식을 썼다.
이 과정에서 정품 대신 싼 가짜 필터를 끼워 넣고, 정부 보조금은 정상 수령했다.

정상 필터에는 숫자만, 가짜 필터에는 A 또는 AS를 새겨 내부적으로 구분했다.
차주는 자기 차에 가짜가 달린 줄 전혀 몰랐다.
(가짜 필터 장착 수법 상세, 노컷뉴스 2023.12.11)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사업, 결국 일시 중단됐다

이 보도가 나가자 환경부가 움직였다.
2023년 3월 22일, DPF 부착 지원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전면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환경부 DPF 지원사업 일시 중단 발표, 연합뉴스 2023.3.22)

국립환경과학원이 저감 효율 충족 여부와 불량부품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운행 중인 차량에 부착된 DPF도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환경부 실태조사 상세, 이투데이 2023.3.22)

사업은 3개월 뒤인 2023년 7월에야 재개됐다.
(DPF 지원사업 재개, 이그린뉴스 2023.6.26)

그리고 2023년 12월.
경찰이 크린어스 관계자 71명을 무더기 검거했다.
2018년부터 약 5년간 가짜 필터를 장착하고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13억 원 이상을 부정수급한 혐의였다.
(가짜 DPF 필터 71명 검거, KBS 2023.12.11)

2025년 5월, 인천지법은 해당 업체 간부 2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서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크린어스 간부 실형 선고, 노컷뉴스 2025.5.21)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떼어내고 싶어도 불법이다

차주 입장은 이렇다.
DPF가 고장 났다.
보증기간도 지났다.
수리하려면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이 든다.

그런데 DPF를 떼어내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
무단 탈거나 훼손 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DPF 무단 탈거 처벌 기준, 서울시 2023.11.2)

2020년 서울시는 DPF 무단훼손과 정비불량 차량 46대를 적발한 바 있다.
임의 탈거한 차량 소유자와 정비업자는 검찰에 송치됐다.
(DPF 무단훼손 46대 적발, 뉴시스 2020.12.21)

고장 나도 못 떼고, 수리비는 본인 부담.
이 구조가 차주들 불만의 핵심이었다.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업체도 적자의 늪에 빠졌다

차주만 힘든 게 아니다.
DPF 제작사,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이쪽도 구조적 적자에 시달려왔다.

정부가 지원하는 클리닝 비용은 1회 15만 원.
그런데 차주가 엔진 정비를 소홀히 해서 필터가 파손되면, 교체 비용은 중형 기준 약 120만 원.
이 파손 필터 교체비를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
제작사가 자비로 떠안아온 것이다.

한 업체는 5년간 필터 교체에만 48억 5,000만 원을 자체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DPF 업계 구조적 적자 실태, 중소기업신문 2023.5.16)

거기에 정부의 DPF 장착 지원 규모도 급감했다.
2021년 9만 대에서 2023년 1.5만 대로.
업체 매출이 쪼그라드는데, 적자 구조의 클리닝은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지원, 2026년 완전히 끝난다

그리고 지금.
2026년을 끝으로, 20여 년간 이어온 이 사업이 완전히 종료된다.

5등급 차량 조기폐차 보조금도, DPF 부착 지원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5등급 조기폐차와 DPF 지원 올해 종료, 데일리환경 2026.2.11)

5등급 등록 차량이 2020년 말 100만 대에서 2025년 말 16만 대로 84%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는 4등급 경유차 조기폐차 후 전기, 수소,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해야만 2차 보조금이 지급된다.
내연기관 차량으로 바꾸면 추가 보조금은 없다.

그리고 운행제한도 확대되고 있다.
2025년부터 4등급 경유차는 서울 사대문 안 진입이 제한되고, 2030년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4등급 경유차 사대문 안 운행제한, 한겨레 2022.9.28)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이슈, 이 이야기들을 조합해보니 보이는 것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쭉 놓고 보니까 하나의 흐름이 보였다.

2005년, 정부가 DPF 부착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장착비 90%를 보조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일부 업체가 가짜 필터를 대량 장착했다. 차주는 모르는 채로 운행했다.

2020년, DPF 장착 후 출력저하와 고장을 호소하는 차주가 급증했다. 수리비 수백만 원을 자비로 부담했다. 폐차도 못 하는 구조였다.

같은 해, 서울시가 DPF 무단훼손과 정비불량 46대를 적발했다. 떼어내면 징역이나 벌금이었다.

2023년 2월, 가짜 필터 2만 대 장착 의혹이 최초 보도됐다.

2023년 3월, 환경부가 DPF 지원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전면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2023년 12월, 가짜 필터 업체 관계자 71명이 무더기 검거됐다. 부정수급 금액은 13억 원 이상이었다.

2025년, 4등급 경유차의 서울 사대문 안 운행제한이 시작됐다. 업체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026년, DPF 부착 지원과 5등급 조기폐차 보조금 사업이 완전히 종료된다.

이걸 한 줄로 꿰면 이렇게 된다.

지원이 끝나면, 아직 DPF가 달린 채 운행 중인 차량의 고장과 수리비 부담은 온전히 차주에게 남는다.
클리닝 무상 지원도, 보증기간도 이미 끝난 차량이 대다수다.
운행제한은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사대문에서 서울 전역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내 차에 달린 필터가 정품인지 가짜인지 확인받은 차주는 극소수다.

이 모든 상황이 지금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는 AI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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