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시작. AI 전세 계약서 검토가 왜 갑자기 뜬 건지 거슬러 올라가 봤다
요즘 “전세 계약서 사진 찍어 올리면 AI가 독소 조항을 무료로 잡아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처음엔 그냥 광고인 줄 알았다. 근데 이게 나오게 된 배경을 파보니까, 소름이 돋았다.
2022년 말. 빌라왕이라는 단어가 뉴스를 뒤덮었다.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임대업자 김모 씨가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숨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20대에서 30대 청년이었다. 사회 첫발을 내딛으며 겨우 마련한 전세보증금이 하루아침에 증발한 거다. (BBC News 코리아 보도)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피해자 191명, 피해액 148억 원. 그리고 2023년 4월, 이 사건 피해자 중 20대 청년이 지갑에 2,000원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메시지는 “미안해요 엄마, 2만원만…”이었다. 사흘 뒤 또 한 명, 또 사흘 뒤 또 한 명. 석 달 사이 네 명의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중앙일보 보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만 3만 5,909명. 그중 75%가 2030 세대다. (헤럴드경제 보도)
이 숫자들을 보면서 느낀 건 하나다. 계약서 한 줄을 못 읽어서 인생이 무너졌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들이 나왔는지 조합해봤다
이런 사건들이 터지고 나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서울시가 2025년 10월부터 AI 기반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임대인 약 1,500명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11가지 위험 신호를 도출한 것이다. 계약 예정 주택 주소만 넣으면 집주인의 신용과 재정 상태, 체납 여부, 주택 법적 상태 등 24종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공식 발표)
민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왔다. 내집스캔 같은 앱은 등기부등본 분석은 물론, 집주인이 다주택자인지, 세금 체납이 있는지,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까지 한 번에 스캔해준다. BeforeUSign 같은 AI 계약서 분석 서비스는 계약서 사진을 올리면 법원 판례와 공정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소 조항을 자동 탐지하고, 수정 제안까지 해준다. 무료 1회 기본 분석이 가능하고, 상세 분석은 9,900원이다.
변호사에게 계약서 검토를 맡기면 건당 20만에서 30만 원. 최소 3일 이상 걸린다. AI는 클릭 한 번, 몇 분이면 끝난다.
실제로 써본 사람들 이야기를 모아보니 이런 게 보였다
여러 후기를 찾아서 읽어봤다. 직접 쓴 것처럼 정리해본다.
괜찮았던 점. 등기부등본만 봤을 때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던 집이, 내집스캔에 돌려보니 28점이 나온 사례가 있었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다주택자였고, 다른 주소지에 압류가 걸려 있었다. 등기부등본에는 이런 정보가 안 나온다. 실제로 그 블로거는 나중에 해당 집의 등기부를 다시 열람했더니 정말 압류 상태였다고 한다. 계약 안 한 게 천만다행. (내집스캔 사용 후기)
추천 특약을 상황에 맞게 제안해주는 것도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세대출 심사 부적격 시 위약금 없이 계약금 전액 반환” 같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부동산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짜증 내는 중개사도 있는데, 앱이 미리 알려주니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된 거다.
아쉬웠던 점. 같은 주소를 넣었는데 내집스캔은 “위험”이라 하고, 다른 서비스는 “안전”이라고 나온 경우가 있었다. 서비스마다 분석 기준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리고 AI 분석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다. 법적 효력이 있는 자문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또 집주인 체납과 연체 조회는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를 안 해주는 경우도 아직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는 건지 정리해봤다
여기까지 조합해보니, 전세 계약 전에 할 수 있는 행동이 꽤 명확해졌다.
첫 번째, 계약서 사진을 찍어 AI에 올린다. BeforeUSign 같은 서비스에 계약서를 업로드하면 독소 조항 유무를 즉시 체크해준다. “계약 해지 시 총 금액의 3배를 배상한다” 같은 위험한 문구가 숨어 있는지를 잡아내는 것이다. 무료로 기본 진단이 가능하니,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한 번 돌려보는 것만으로도 수천만 원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계약 예정 주택 주소로 위험 분석 보고서를 뽑는다. 서울시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를 활용하면 된다. 내집스캔과 연동되어 있고, 서울주거포털이나 청년몽땅정보통에서 접속 가능하다. 서울시 무료 쿠폰도 발급된다. 주소만 넣으면 집주인 연체와 체납 정보, 다주택 여부, 악성임대인 이력 등 24종 데이터를 AI가 분석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세 번째, 결과를 보고 특약을 추가한다. AI가 제안하는 특약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중개사에게 요청한다. 대표적으로 “전세대출 부적격 시 계약 즉시 해제 및 계약금 전액 반환”, “근저당 말소 조건”, “보증보험 가입 조건부 계약” 등이 있다. 이 한 줄이 나중에 보증금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네 번째, 하나만 믿지 않는다. 내집스캔과 BeforeUSign 같은 서비스를 교차로 돌려보고, 등기부등본 열람도 직접 한다. 서비스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여러 개를 비교하면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여기서 말 못 하고 있는 상황을 예측해봤다
이런 AI 서비스가 나온다는 건, 뒤집어 보면 아직도 계약서를 검토 안 하고 도장 찍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세사기 수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25년 8월에는 서울 송파구 청년안심주택에서 시행사가 공사비를 미지급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청년 100여 명이 피해를 입은 사건도 터졌다. 이름에 안심이 붙은 주택에서도 사고가 난 거다.
AI가 잡아주는 건 계약서 안의 문장이다. 하지만 계약서 밖에서 벌어지는 시세 조작, 바지사장 동원, 불법 건축물 위장 같은 건 계약서만으로는 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AI 계약서 검토와 위험분석 보고서를 동시에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이 모든 서비스가 말하고 있는 건 같은 메시지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 5분만 투자하라. 그 5분이 수천만 원을,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지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