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올해 왜 유독 시끄러운 걸까
2026년 근로장려금 정기신청이 5월 1일에 시작됐다. 마감은 6월 1일. 이 한 달을 놓치면 지급액에서 5%가 깎인다. 하루 차이로 최대 16만 원이 날아가는 셈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소셜미디어에서 “전세 대출 끼고 사는 사람은 못 받고, 집 가진 사람은 받는다”는 글이 확산됐다. 억울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2026년 1월,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재정경제부가 올 하반기에 재산 요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이다.
연간 4조 5천억 원이 넘는 조세지출. 400만 가구 이상이 대상. 규모만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현금성 복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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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전세 세입자는 탈락, 3억 집주인은 합격이라는 모순
이 이야기의 출발은 숫자다.
전세금 3억 원짜리 집에 사는 A씨. 이 중 2억은 은행 대출이다. 실제로 A씨가 가진 돈은 1억뿐이다. 그런데 근로장려금 심사에서 A씨의 재산은 3억으로 잡혔다. 기준인 2억 4천만 원을 초과해서 탈락이었다.
같은 동네 B씨. 시세 3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대출은 없다. 그런데 B씨의 재산은 기준시가 기준으로 1억 8천만 원. 합격이었다.
빚을 내서 남의 집에 사는 사람이 탈락하고, 대출 없이 본인 집을 가진 사람이 혜택을 받았다. 이 상황이 2026년 1월 이데일리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소영 의원이 “임대차보증금 대출 2억 원까지는 재산에서 빼자”는 법안을 냈고, 여야 모두 공감했다.
정부는 오래 버텼다. “고액 대출 낀 고가 주택이 문제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 올 하반기 개편안을 약속했다. SBS가 3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세대출뿐 아니라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 같은 정부 지원 서민대출도 재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결혼하면 장려금 못 받던 시절이 있었다
2024년 이전의 이야기다.
연소득 2,200만 원인 남녀가 각각 단독가구로 살면, 둘 다 근로장려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결혼하는 순간, 맞벌이가구가 되면서 합산소득 4,400만 원이 됐다. 당시 맞벌이가구 기준은 3,800만 원.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둘 다 장려금을 잃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결혼 페널티”라는 단어가 돌았다. “혼인신고 안 하는 게 이득”이라는 자조 섞인 글이 수천 개 공유됐다.
정부가 2024년 4월에 움직였다. 맞벌이가구 소득 상한을 3,800만 원에서 4,400만 원으로 올렸다. 단독가구 2,200만 원의 정확히 2배. “결혼해도 불이익 없게” 만든 것이었다. 이 개정이 2025년 귀속분부터 적용됐고, 2026년 5월 정기신청에서 처음 체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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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입사원이 받고, 진짜 저소득자는 못 받았던 사건
2020년 MBC가 터뜨린 보도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은행 직원들이 근로장려금을 받고 있었다.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150만 원. 수급자들 사이에서 “눈먼 나랏돈 안 타먹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기업에 하반기 입사한 신입사원의 경우, 해당 연도 소득이 반년치뿐이라 기준에 걸렸던 것이다. 연봉 5천만 원이라도 7월 입사면 그 해 소득은 2,500만 원. 단독가구 기준 2,200만 원은 넘지만, 반기 신청 시점에는 자격이 되는 듯 보였다.
국세청 심사에서 대부분 걸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는 지급됐고, 이게 뉴스가 된 뒤 “진짜 필요한 사람은 전세금 때문에 탈락하는데, 연봉 높은 사람이 타이밍 맞춰서 받는다”는 분노로 번졌다.
이후 국세청은 가구원의 연간 추정소득까지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강화했다.
400만 가구에 4조 5천억, 이 돈은 어디서 온 걸까
근로장려금은 세금에서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조세지출”이다. 걷을 수 있는 세금을 안 걷고 돌려주는 형태라서, 예산서에는 ‘지출’이 아니라 ‘감면’으로 잡힌다.
2009년에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연 80만 원이 최대였다. 대상도 근로소득자 중 일부만 됐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26년, 최대 지급액은 330만 원. 대상은 근로자뿐 아니라 사업소득자, 종교인까지 포함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400만 가구 이상이 수급 대상이고 조세지출 규모는 4조 5천억 원을 넘었다. 제도 시행 초기와 비교하면 몇십 배 커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숫자가 하나 있다. 내부 고발이었다.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세청 내부에서 “최대 절반가량이 부정수급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과 브로커가 결탁해 유령 직원을 등록하고, 노숙자 명의로 장려금을 타내는 조직적 사기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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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청하면 돈은 언제 들어오나
날짜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5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정기신청을 넣으면, 지급일은 2026년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다. 국세청은 “추석 전 지급”을 목표로 심사를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반기신청은 다르다. 2025년 하반기분은 올해 3월 1일부터 16일까지 이미 마감됐고, 6월 25일에 지급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분은 9월 1일부터 15일에 신청해서 12월 말에 받는다.
기한 후 신청(6월 2일~12월 1일)도 가능하지만 산정액의 95%만 지급된다. 그리고 지급 시점도 신청일로부터 4개월 뒤로 밀린다.
가구별 최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
단독가구는 총소득 2,200만 원 미만일 때 최대 165만 원. 홑벌이가구는 3,200만 원 미만에서 최대 285만 원. 맞벌이가구는 4,400만 원 미만에서 최대 330만 원이다.
여기에 자녀장려금을 더할 수 있다. 18세 미만 부양자녀가 있고 총소득이 7,000만 원 미만이면, 자녀 1인당 최대 100만 원. 자녀 2명이면 200만 원. 근로장려금과 합치면 맞벌이 2자녀 가구 기준 최대 530만 원이 된다.
다만 재산이 1억 7천만 원 이상 ~ 2억 4천만 원 미만이면 산정액의 50%만 지급된다. 이 구간에 걸리면 330만 원이 아니라 165만 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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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 받았는데 탈락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국세청 카톡이나 문자로 “신청 대상입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다. 기쁜 마음에 홈택스에 접속했다. 그런데 심사 결과는 “지급 제외”였다. 이런 사례가 매년 반복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금융재산이다. 국세청은 안내문 발송 시점에 금융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만 본다. 그래서 안내문은 갔다. 하지만 실제 심사 때 금융재산(예금, 적금, 보험 해약환급금 등)까지 합산하면 2억 4천만 원을 넘기는 경우가 생긴다.
두 번째는 가구 유형 판단 오류다. 본인은 단독가구라고 생각했는데, 주민등록상 부모와 함께 등재되어 있어서 홑벌이가구로 분류되는 경우. 이때 부모의 소득까지 합산되면서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세 번째는 특수관계 사업장 근무다. 아버지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30대, 배우자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등은 심사 과정에서 적발되면 지급이 제외된다.
올 하반기에 바뀔 것들, 미리 알면 내년이 달라진다
2026년 하반기에 재정경제부가 근로장려금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검토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세대출을 재산 합계액에서 빼주는 방안. 임대차보증금 관련 금융기관 대출 2억 원 이내를 공제하는 방향이다.
둘째, 점증 구간 확대. 지금은 소득이 늘수록 장려금도 느는 구간이 짧고, 소득이 늘면 오히려 장려금이 줄어드는 구간이 길다. 일할수록 더 받는 구간을 넓혀서 근로 의욕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명지대 우석진 교수가 2025년 대통령 주재 간담회에서 직접 제언한 내용이기도 했다.
셋째, 자동신청 대상의 전 연령 확대. 이미 2026년부터 적용됐다. 한 번 동의하면 향후 2년간 자동으로 신청이 된다. 매년 5월에 잊고 넘기는 문제를 없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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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1. 근로장려금이랑 자녀장려금 따로 신청해야 하나?
아니다.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면 자녀장려금도 자동으로 같이 신청된다. 18세 미만 부양자녀가 있고 소득 기준(7,000만 원 미만)에 맞으면 별도 절차 없이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Q2. 전세 보증금 3억인데 대출 2억 끼면 정말 못 받나?
현행 기준으로는 그렇다. 부채는 재산에서 차감하지 않는다. 전세금 3억 원 전체가 재산으로 잡혀 2억 4천만 원 기준을 초과하면 탈락이다. 다만 2026년 하반기에 제도 개편이 예고돼 있어서, 2027년 신청분부터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Q3. 5월에 신청 못 했으면 아예 못 받는 건가?
6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기한 후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산정액의 5%가 깎이고, 지급 시점도 신청일로부터 4개월 뒤로 밀린다.
Q4. 작년에 반기신청 했으면 5월 정기신청도 해야 하나?
반기신청을 했다면 정기신청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연간 정산 시 상반기 지급분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이 지급된다. 연간 산정액이 이미 받은 금액보다 적으면 환수될 수 있다.
Q5. 안내문 안 왔는데 신청 가능한가?
가능하다. 안내문은 국세청이 자체 추산으로 대상자에게 보내는 것이고, 안내를 못 받았어도 요건만 충족하면 홈택스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국세청 근로·자녀장려금 신청자격 안내 – 가구 유형, 소득·재산 기준 공식 정보
- 이데일리 “전세대출도 자산? 억울해…근로장려금, 재산요건 바뀐다” – 재산 요건 불합리성과 정부 개편 방향 보도
- SBS Biz “저소득층 근로장려금 받을 때 전세대출 포함 안한다” – 재경부 연구용역 및 시나리오 분석 관련 단독 보도
- 조선일보 “소득 4400만원 이하 맞벌이 부부에게 근로장려금 준다” – 결혼 페널티 해소를 위한 소득 상한 상향 보도
- 국세청 심사 및 지급 안내 – 정기·반기 지급 시기 및 정산 방식 공식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