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재산조사위원회 16년 만에 부활, 환수 대상 재산과 포상금 신고까지 총정리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에 부활한다. 2026년 6월 2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공포됐다.

12월 2일부터 시행되며, 2010년 해산된 위원회가 다시 꾸려져 최대 5년간 활동한다. 이번엔 친일파 후손이 이미 팔아버린 재산의 매각 대금까지 환수할 수 있고, 숨겨진 친일재산을 신고하면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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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순한 역사 뉴스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 땅, 내가 산 아파트 부지가 혹시 친일재산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국가가 어렵게 환수한 땅을 친일파 후손이 수의계약으로 되사간 사례까지 있었다. 이 법이 내 재산과 세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자료 수십 건을 추적하면서 정리했다.

77년 전 반민특위가 실패한 이유

친일 재산 청산은 사실 1948년에 시작됐어야 했다. 그해 10월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만들어졌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줄여서 반민특위가 출범했다. 1949년 1월 친일 기업가 박흥식이 체포됐고, 경찰 출신 친일파 노덕술도 잡혔다.

그런데 이승만 정부가 끊임없이 방해했다. 1949년 6월 6일 경찰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직접 습격했다. 노덕술을 비롯한 친일 인사들이 풀려났다. 같은 해 9월 반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반민특위의 임기가 축소됐고, 10월에 완전히 해체됐다. 친일파를 잡아야 할 경찰 자체가 일제강점기 경찰 출신이었으니, 잡히는 쪽이 잡는 쪽의 상관이었던 거다. 이 실패가 이후 80년 가까이 한국 사회를 따라다녔다.

1기 위원회가 4년간 환수한 금액

반민특위 해체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다 1990년대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친일파 후손들이 먼저 움직였다. 국가를 상대로 토지 반환 소송을 낸 거다. 35건 중 9건에서 후손이 이겼다. 독립운동가는 3대가 가난하고, 친일파는 3대가 부유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2005년 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됐고, 2006년 7월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4년간 친일 인사 462명과 후손 3만여 명을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2357필지, 약 1109만 제곱미터를 환수했다. 여의도 면적의 1.3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시지가 기준 약 959억 원, 시가로는 2100억 원대였다. 뉴스1 보도 기준으로는 약 2373억 원이라는 수치도 있다.

근데 4년 뒤인 2010년, 활동 기한이 끝나면서 위원회는 해산됐다. 법무부가 소송 업무만 넘겨받았을 뿐, 새로운 조사는 사실상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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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한 땅을 후손이 다시 사간 일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훈부에서 위탁받은 전국 1418개 필지 가운데 575개가 매각됐다. 그중 341개가 수의계약이었다. 이인영 의원실이 매수자를 하나하나 대조해봤더니, 최소 12개 필지를 친일파 7명의 후손이 다시 사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고원훈이다. 2008년 국가가 환수한 경북 문경의 땅을, 불과 2~3년 뒤인 2011년에 증손자가 국가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다시 샀다. 묘지가 있어서 수의계약이 가능했다고 한다. 일부 후손은 되산 땅을 되팔아 차익까지 챙겼다. 어렵게 환수한 친일재산으로 후손이 돈을 번 거다.

이게 가능했던 건 국유재산법 시행령 때문이다. 국유지 안에 건물이나 인접 부지를 가진 사람은 공개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살 수 있다. 보훈부는 이걸 전혀 막지 않았다. 아니, 확인조차 안 했다.

2기 위원회가 찾아야 할 남은 재산

1기 위원회가 해산된 2010년 이후 14년간 정부가 새로 적발한 친일재산은 정확히 0건이다. 이강일 의원이 확인한 수치다. 그사이 민간에서 7건을 찾아냈는데, 충북인뉴스 기자 한 명이 혼자 추적한 경우도 있었다. 국가가 손 놓은 일을 개인이 한 셈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아직 환수하지 못한 친일재산 규모는 약 1500억 원이다. 2025년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이 수치를 듣고 별도 지시를 내렸다. 오마이뉴스가 인용한 전문가 추산으로는 공시지가 기준 최소 2000억 원, 시세로는 조 단위가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4건이다. 이해승 후손 재산 약 78억 원(의정부 호원동), 신우선 후손 재산 약 25억 원(고양 일산동구), 박희양 후손 재산 약 30억 원(구리 인창동).

그리고 올해 1월 제기한 임선준 후손 대상 소송 약 5300만 원은 이미 1심에서 국가가 전부 승소했다. 이건 대법원이 “친일파 후손의 소멸시효 주장은 권리남용”이라고 판결한 뒤 첫 승소 사례다. 역산하면, 현재 소송 중인 금액만 약 133억 원이고, 아직 소를 제기하지 못한 토지가 훨씬 많다.

일반 시민도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는다

근데 이상한 게 있다. 이번 법은 1기 때 없던 걸 하나 넣었다. 포상금 제도다. 숨겨진 친일재산을 적발해서 신고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공하면 포상금을 준다. 세부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어서 아직 구체적 금액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 누가 신고할 수 있느냐. 법안상 제한이 없다. 시민 누구든 가능하다. 실제로 1기 때도 민간에서 찾아낸 사례가 있었고, 2024~2025년에 충북인뉴스가 발굴한 공시지가 70억 원대 친일재산 목록을 법무부에 두 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진천군은 2025년 8월 전국 최초로 친일재산 국가귀속 TF를 꾸려 관내 전수조사에 나섰다.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위해 우선 쓰인다. 순국선열, 애국지사 사업기금에 넣는 방식이다.

찬성 187표, 기권 1표의 이면

5월 7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를 보면, 재석 188명 가운데 187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0. 기권이 딱 1명이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기록을 보면 기권한 의원은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다. 나경원, 배현진 등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아예 표결에 불참했다.

여야 합의 처리라고 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법사소위에서 국민의힘은 1기에서 이미 충분히 조사가 됐다며 활동 기간을 줄이자고 했다. 원래 4년에 2년 연장이었던 안이 3년에 2년 연장으로 수정됐다. 결과적으로 최대 5년이니 1년 차이긴 한데, 이 합의 과정 자체가 법안에 대한 온도 차이를 보여준다.

월간조선 보도를 보면 “실질 환수 효과보다 상징 정치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 “현 시점에서 친일 문제를 다시 전면화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냐”는 신중론도 있다. 반대로 16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법사위 상정조차 못 되고 자동폐기된 역사가 있으니, 이번이 5전 6기라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5년, 진짜 바뀔 수 있을까

법은 통과됐다. 6개월 뒤인 12월 2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부에 설립준비단이 꾸려지고, 대통령실이 관계 부처 회의를 주관한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 포함 총 9명이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짚는 관건이 있다. 고려대 장영수 명예교수는 “친일재산은 계속 새로 생기는 게 아니니,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직접 연관된 재산인지, 후손이 따로 일군 재산인지를 구분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1기 때 이미 462명을 조사했으니 기초 데이터는 있다. 문제는 조사 전문 인력이다. 16년간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노하우가 끊겼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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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보훈부가 관리하던 친일재산이 후손에게 다시 넘어간 사례가 밝혀진 건 의원실이 수작업으로 대조한 덕분이었다. 341건의 수의계약 중 추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처가나 방계 후손 명의까지 확인하려면 이번 위원회의 조사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1948년 반민특위가 경찰에 습격당해 무너졌고, 2010년 1기 위원회가 기한 만료로 해산됐고, 14년간 정부가 새로 찾아낸 친일재산은 0건이었고, 환수한 땅을 후손이 수의계약으로 되사갔다. 이 흐름이 이번에 진짜 끊길 수 있을까. 12월 2일 이후, 위원회가 실제로 뭘 하는지를 지켜보는 게 답이 될 거다.

Q&A

Q1.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언제부터 활동하나?

친일재산귀속법이 2026년 6월 2일 공포됐고, 6개월 후인 12월 2일부터 시행된다. 위원회 구성 절차를 거쳐 출범하면 최대 5년간(3년 + 2년 연장) 활동한다.

Q2. 친일재산 신고하면 포상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포상금 제도가 이번 법에 새로 신설됐다. 다만 세부 지급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어서 구체적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Q3. 이미 팔린 친일재산도 환수가 되나?

된다. 이번 법에는 친일파 후손이 제3자에게 매각한 경우 그 처분 대가(매각 대금)까지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됐다. 1기 때는 이 부분이 불명확했다.

Q4.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진 않았나?

2011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귀속시키는 게 아니라 친일행위의 대가로 형성된 재산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논리였다.

Q5. 1기 위원회가 환수한 재산은 얼마나 되나?

2006~2010년까지 4년간 친일 인사 168명(조사 대상은 462명)의 2357필지, 약 1109만 제곱미터를 환수했다. 공시지가 약 959억 원, 시가 기준 2100억~2373억 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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