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영화가 뭔데 갑자기 이 난리인가
백룸이라는 영화가 있다. 5월 27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했는데, 개봉 첫날 5만 4천 명이 봤다. 만달로리안을 제치고 외화 1위에 올랐다. 스타워즈를 이긴 거다.
근데 이게 왜 이상하냐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스무 살이다.
2005년생. 대학도 안 갔다. 영화 학교도 안 다녔다. 16살 때 노트북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지금 A24 역대 최대 개봉작이 됐다. 스포츠동아에 따르면 개봉 첫날 좌석판매율 29.8%로 동시기 개봉작 중 압도적이었다.

이 이야기, 그냥 “천재 소년의 성공담”으로 보면 편하다. 근데 진짜 그런 건가?
16살짜리 애가 할리우드에 찍힌 과정이 수상하다
순서를 따라가 보자. 2019년, 미국 4chan이라는 익명 커뮤니티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노란 벽지에 형광등이 켜진, 끝이 안 보이는 텅 빈 사무실. 누군가가 이 사진 밑에 짧은 괴담을 붙였다. “현실에서 벽을 뚫고 빠지면 이런 곳에 도착한다.” 그게 백룸의 시작이었다.
2022년, 케인 파슨스라는 고등학생이 이 괴담을 3D 소프트웨어로 영상화했다. 혼자서. 노트북 하나로. 해적판 VFX 프로그램을 깔아서. 이 영상이 유튜브에서 폭발했다. 누적 조회수 2억 회.
그 다음이 빠르다. 17살에 할리우드에서 연락이 왔다. 18살에 A24와 계약했다. IndieWire 인터뷰에서 본인이 말했다. “대학 원서 쓰면서 동시에 스튜디오에 피칭하고 있었다. A24가 옵션을 걸고 나서야 대학을 포기했다.”
여기서 질문. A24는 왜 영화도 만들어본 적 없는 열여덟 살을 감독으로 앉혔을까?
A24가 이 선택을 한 진짜 속셈
A24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짧게 말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나 “헤레디터리” 같은 영화를 만든 독립영화 전문 회사다. 예술적인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최근 몇 년간 돈을 꽤 벌고 있다.
이 회사의 역대 최고 오프닝은 “시빌 워”의 2,550만 달러였다. 근데 백룸은 4,500만에서 6,800만 달러를 첫 주말에 벌 것으로 Variety가 보도했다. 제작비는 10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여기서 이익 구조를 보면 답이 나온다. A24는 혼자 돈을 댄 게 아니다. 체르닌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투자했고, 제임스 완(컨저링 감독)의 아토믹 몬스터와 숀 레비(기묘한 이야기 프로듀서)의 21 랩스가 제작에 붙었다.
왜 이 거물들이 다 모였을까? 20살짜리의 “재능”이 아니라, 이미 2억 회 조회수로 검증된 IP를 가장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닌가? 케인 파슨스라는 사람은 감독이면서 동시에 원작자다. 이 사람 한 명만 잡으면 IP 전체가 들어온다.
3만 평방피트 세트를 진짜 지은 이유가 뭔가
이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가 “실제 세트를 지었다”는 것이다. 농구장 6개 크기, 약 850평짜리 백룸을 진짜 만들어서 그 안에서 찍었다. 인벤 기사에 따르면 촬영 중에 스태프가 진짜로 길을 잃었다고 한다. 벽지 하나 만드는 데만 50번 넘게 샘플 테스트를 했다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요즘 영화는 거의 다 CG로 만든다. 제작비 100억짜리 영화가 850평짜리 물리적 세트를 짓는 건 상당히 비정상적인 선택이다.
근데 이걸 뒤집어 보면 이해가 된다. “스태프가 길을 잃었다”는 이야기 자체가 홍보 수단이 된다. SNS에서 바이럴이 터진다. 실제로 터졌다. 이 이야기 하나로 예고편 나오기 전부터 기사가 쏟아졌다.
제작비 대비 마케팅 효과를 계산한 거 아닐까? CG로 처리하면 영화 안에서만 효과가 있지만, 실물 세트를 지으면 “만드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인터넷 괴담의 저작권은 누구 것인가
백룸이라는 개념은 원래 누구 것도 아니다. 4chan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이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공유되어 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백룸 관련 게임을 만들고, 영상을 만들고, 위키를 운영했다.
근데 케인 파슨스는 “내 백룸은 공식 백룸이 아니다. 하나의 백룸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게 법적으로 아주 영리한 포지셔닝이다. 공개된 IP를 가져다 쓰되, 자기만의 설정(Async 연구소, 엔티티 등)을 추가해서 독자적인 저작물로 만들었다.
이 구조 덕분에 누구도 소송을 걸기 어렵다. 원본 자체가 공공 자산이니까. 하지만 영화로 벌어들이는 돈은 온전히 A24와 케인 파슨스, 제작사들의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수년간 키워온 세계관을 한 사람이 가장 먼저, 가장 잘 영상화했고, 그게 그대로 할리우드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게 공정한 건지 아닌지는 답이 안 나온다. 다만 이익의 흐름은 아주 명확하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한 이유도 돈이다
백룸은 북미보다 이틀 먼저 한국에서 개봉했다.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이게 A24 영화치고는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나무위키에도 기록돼 있다.
왜 한국이었을까?
한국은 A24 팬덤이 유독 강하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는 마케팅 파워가 크다. 한국에서 터진 반응이 SNS를 타고 북미 개봉 전에 입소문으로 퍼진다. 개봉 첫날 5만 명이라는 숫자가 기사로 나가면, 그게 북미 예매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한국 개봉 후 “만달로리안 이겼다”는 뉴스가 글로벌 영화 커뮤니티에 퍼졌다. 한국이 테스트 시장이자 홍보 수단으로 쓰인 거다.
로튼토마토 84%, 이 점수가 의미하는 것
영화 자체의 평가를 보자. 로튼토마토 84%. 나쁘지 않다. 근데 초기 13개 리뷰에서 92%였던 게 56개 리뷰 기준 84%로 내려왔다. Forbes에 따르면 공포 영화 중에서는 괜찮은 점수다.
비판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 리뷰 제목이 “확장 속에서 길을 잃다”였다. 3막에서 너무 많은 걸 설명하려 했다는 지적. 캐릭터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과, 반대로 캐릭터에 너무 시간을 쏟았다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루리웹 후기는 짧았다. “잘 만들었음. 근데 정신건강에 좋은 영화는 아님. 재밌으니 꼭 봐라.”
이 영화가 “명작”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건 다른 거다. 100억으로 만들어서 최소 500억 이상을 벌 것으로 보이는 이 결과물이, 20살짜리 유튜버의 “꿈의 실현”인 건가 아니면 거대 자본이 인터넷 IP를 수확하는 새로운 모델의 시작인 건가?
다음에 올 것은 뭔가
케인 파슨스는 IndieWire 인터뷰에서 “70페이지짜리 세계관 문서가 있다”고 했다. 삼부작 계획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도 레딧에 있다. 본인도 “유튜브를 안 버릴 것”이라고 했다.
올해만 해도 유튜버 출신 감독 영화가 줄줄이 터졌다. 마크플라이어의 “아이언 렁”이 30억 제작비로 650억을 벌었고, 커리 바커의 “옵세션”은 10억도 안 되는 돈으로 만들어서 1000억 넘게 벌었다.
할리우드가 이 패턴을 못 볼 리가 없다. 유튜브에서 이미 팬이 검증된 IP를, 원작자째로 데려와서, 낮은 제작비로 만들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
백룸이 돈을 쓸어담은 뒤에도, 케인 파슨스가 여전히 자기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시스템” 안으로 들어간 걸까?
→ 관련글: 오프캠퍼스 드라마, 전세계 1위인데 공개 전 시즌2 확정한 진짜 이유 – 인터넷 IP가 영상화될 때 시즌 확정이 빠른 이유가 궁금하면.
Q&A
Q1. 백룸이 뭔가요?
2019년 4chan이라는 미국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괴담이다. 노란 벽지와 형광등으로 가득한 끝없는 공간에 빠져든다는 설정. 게임, 영상, 위키 등으로 인터넷에서 수년간 퍼졌고, 2026년에 A24가 영화로 만들었다.
Q2. 감독이 진짜 20살인가요?
맞다. 2005년생 케인 파슨스. 16살 때 유튜브 영상을 시작했고, 17살에 할리우드 제안을 받았고, 18살에 A24와 계약했다. 영화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Q3. 한국에서 왜 세계 최초로 개봉했나요?
A24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한국의 A24 팬덤이 강하고, “세계 최초”라는 마케팅 효과와 한국 흥행 결과가 북미 개봉 전 바이럴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Q4. 영화 무섭나요?
귀신이 놀래키는 점프스케어보다는 “끝이 안 보이는 공간에 갇혔다”는 심리적 공포에 가깝다. 15세 관람가. 백룸을 모르는 사람이 더 무섭게 느낀다는 후기가 많다.
Q5. 쿠키 영상 있나요?
없다. 끝나면 바로 나와도 된다.
참고 자료
→ 오프캠퍼스 드라마, 전세계 1위인데 공개 전 시즌2 확정한 진짜 이유 – 인터넷 IP의 영상화 패턴이 궁금하면
→ 올리비아 핫세 사망 전 소송 두 번 기각, 파라마운트가 숨긴 것들 –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이익 구조가 궁금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