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5월 26일 오후 2시 33분. 서울 한복판 서소문 고가차도가 무너졌다. 3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철거 공사 89% 끝난 시점이었다. 거의 다 끝났는데, 마지막에 사람이 죽었다.
근데 이 사고, 그냥 “불운한 사고”라고 넘기기엔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새벽에 바닥판이 2.9cm 주저앉았다. 공사를 멈췄다. 여기까진 맞다. 그런데 12시간 뒤에, 그 위험한 곳에 사람 9명을 보냈다. 구명줄도 안 걸고. 지지대도 안 세우고. 연합뉴스에 따르면 추락방지 안전대조차 없이 투입됐다.
왜?
새벽에 내려앉은 2.9cm가 뜻하는 것
2.9cm. 숫자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다.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된다. 그런데 60년 된 콘크리트 다리가 2.9cm 내려앉았다는 건, 그 안의 뼈대가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새벽 1시 30분부터 절단 작업을 했다. 바닥판을 자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쪽이 주르르 내려앉았다. 작업을 바로 멈추고, 강판으로 연결해서 더 내려가지 않게 붙잡아뒀다.
그 뒤 아침 7시 30분, 서울시에 첫 보고가 올라갔다. 9시쯤 감리단장이 “긴급하게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직접 보고했다. 10시 50분에 1차 점검. 여기까지는 대응이 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2시간 동안 아무 조치 없이 열차를 보낸 판단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붕괴 1분 30초 전까지 열차가 고가 아래를 지나갔다. 5분 전엔 승객 42명 탄 KTX도 통과했다. 사고 당일 하루 동안 그 아래로 지나간 열차만 181대.
바닥판이 내려앉은 걸 새벽에 확인했는데, 12시간 동안 그 아래로 열차를 계속 보냈다. 만약 점검 시간이 아니라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에 무너졌으면? 상상하기도 싫다.
서울시는 “철로 통제를 요청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코레일한테 “위험하니 열차 세워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왜 어려웠을까. 증거가 부족해서? 아니면 열차 중단으로 생기는 혼란이 두려워서?
서울시와 코레일이 서로 탓하는 이유
사고 나자마자 서울시랑 코레일이 싸우기 시작했다.
서울시 입장은 이렇다. “원래 24시간 작업해서 빨리 끝내려 했는데, 코레일이 하루 3시간만 허락해서 공사가 늘어졌다. 쪼개서 작업하니까 위험이 커졌다.”
코레일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도 처음부터 야간 작업으로 계획을 짰다. 열차가 차량기지로 이동하는 핵심 구간이라 장시간 차단하면 전국 열차 운행이 마비된다.”
둘 다 자기 책임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봐야 할 게 있다. 누가 더 잘못했냐가 아니라, 이 두 기관 사이에서 “안전”이 어디에 있었냐는 거다. 시간 제한이든, 24시간 작업이든, 결국 둘 다 “빨리 끝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관련글: 씨랜드 카페, 23명 죽인 남자가 같은 자리에서 야자수를 심은 진짜 이유 – 안전사고 이후 책임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보여주는 사례
시공사 흥화, 적자인데 배당은 24억
뉴스드림 보도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 철거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흥화라는 중견 건설사다. 포항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최근 상황이 좀 묘하다.
2025년 실적. 매출은 전년 대비 400억 넘게 줄었고, 영업손실 196억, 당기순손실 437억. 완전한 적자다. 현금도 305억에서 7억으로 급감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배당금을 24억 2천만 원 지급했다. 돈이 없는데 배당을 했다. 이 배당금의 95% 이상이 대한제지그룹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적자 나는 회사가 안전비용을 넉넉히 쓸 수 있었을까? 의심이 간다.
서울시가 안전 예산을 삭감한 사실
KBS 단독보도가 나왔다. 서울시가 이 공사의 낙하물 방지망 예산 4730만 원을 삭감했다. 드론 점검 비용도 편성하지 않았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크다”는 걸 입찰 공고에 직접 써놓고, 정작 안전 설비 예산은 깎았다.
왜 깎았을까. 돈이 없어서? 서울시 예산이? 그건 아니다. 누군가의 판단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판단. 근데 3명이 죽었다.
공정률 89%에서 벌어진 일의 본질
사고 당시 공정률 89%.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계획 공정률은 77.8%였는데, 실제론 87.19%까지 와 있었다. 계획보다 10%나 앞서 있었다는 건, 그만큼 밀어붙였다는 뜻 아닌가.
시사저널에 따르면 입찰 공고 6일 만에 시공사를 결정했다. 보통 이런 규모의 공사가 6일 만에 결정되진 않는다. 서울시는 왜 이렇게 급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 고가도로 밑으로 매일 3만 9천 대의 차가 다녔다. D등급짜리 다리 위로. 시민 불편. 민원. 사고 위험. 빨리 치워야 했다. 근데 “빨리”가 “안전하게”를 이겼다.
전문가 말대로 “시간과 안전을 맞바꾼” 전형적 사례다.
결국 이 사고에서 누가 뭘 얻으려 했나
정리하면 이렇다.
서울시는 빨리 끝내고 싶었다. 시민 불편 최소화. 행정 성과. 코레일은 열차 운행 차질을 피하고 싶었다. 시공사 흥화는 공사를 끝내고 잔금을 받고 싶었다. 적자 상태에서.
모두가 “빨리”를 원했다. 모두가 “내 쪽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 사이에서 안전점검 나간 사람들이 죽었다. 구명줄 하나 없이.
이건 누구 하나만의 잘못이 아니다. 시스템 전체가 “속도”를 위해 설계돼 있었고, “안전”은 서류 위에만 있었다.
Q&A
Q1.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사망자는 몇 명인가?
A. 3명이 사망했다. 현장소장, 감리단장, 외부 구조기술사다. 부상자 3명은 서울시 공무원과 서대문구청 직원이다.
Q2. 사고 원인은 밝혀졌나?
A. 아직 조사 중이다.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중 2.9cm 침하가 발생했고, 이후 안전점검 도중 거더가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Q3. 서소문 고가는 왜 철거하게 됐나?
A. 1966년 준공된 60년 된 고가도로로, 2019년 콘크리트 낙하 사고 후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Q4. 서울시와 코레일 책임 공방은 어떤 내용인가?
A. 서울시는 코레일 때문에 작업 시간이 하루 3시간으로 제한됐다고 주장하고, 코레일은 서울시도 처음부터 야간 작업으로 계획했다고 반박한다.
Q5. 시공사 흥화는 어떤 회사인가?
A. 1970년 설립된 포항 소재 건설사로, 2025년 437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오너 일가에게 24억 원을 배당했다.
참고 자료
- 씨랜드 카페, 23명 죽인 남자가 같은 자리에서 야자수를 심은 진짜 이유 – 안전사고 이후 책임이 어떻게 희석되는지 보여주는 이전 사례
- 손발부부 감동 뒤에 숨겨진 질문, 덤프트럭 기사는 어떤 처벌을 받았나 – 사고 감동 서사 뒤에 묻히는 가해 책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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