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말례 사건에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것들
조말례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존재하지도 않는 무속인을 만들어서 150억 원을 뜯어낸 사기 사건. 그런데 이 사건을 보면서 대부분 “어떻게 그렇게 당하지?”라는 질문에서 멈춘다. 정작 의심해야 할 건 따로 있었다.

가해자가 대부업 빚에 허덕이던 사람이라면, 사립초에 20억을 기부한 돈은 누구의 결정이었나
가해자 문씨(장씨)는 사건 이전에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매달 이자를 갚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피해자를 만난 뒤 빚을 전부 청산하고, 서울 서초구 아파트 2채와 상가까지 사들였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게 있다. 빚에 쫓기던 사람이 사립초에 20억을 기부한다? 이 돈은 순수한 과시가 아니었다. 이 기부가 학부모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줬고, 그 위치가 다시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사기꾼이 쓴 20억은 투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130억의 신뢰를 사기 위한 종잣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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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남편이 가해자 집에서 6년을 살았다는 건, 단순 가스라이팅으로 설명이 안 된다
여기서 모두가 놓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피해자 이씨와 남편 강씨는 이혼했다. 이혼 후 강씨는 자기를 속인 가해자 문씨의 집에서 6년을 함께 살았다. 문씨가 구속되기 직전까지.
가스라이팅은 보통 피해자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65억을 횡령하게 만든 다음에도, 이혼까지 시킨 다음에도, 왜 굳이 같은 지붕 아래 두었을까.
의심해봐야 할 건 이거다. 강씨를 곁에 둔 건 “회사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강씨는 가전업체 대표였다. 회사 돈을 빼내는 데 그가 필요했고, 그가 떠나면 돈줄이 끊겼다. 동거는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돈줄 관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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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먼저 감옥에 간 사건, 경찰은 왜 2년이나 단순 횡령으로 처리했나
이 사건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부분이다. 피해자 이씨는 돈을 마련하느라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구치소에서 “장씨에게 가스라이팅당한 것”이라는 진술서를 냈지만, 경찰은 별도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남편 강씨의 횡령 사건도 경찰은 ‘단순 횡령’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65억이 장씨 계좌로 갔는데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재력가 부부가 돈을 횡령한 사건”으로 끝났을 거다. 진짜 가해자는 서초구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았을 거고. 담당 검사가 “20년간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한 건, 사건의 잔혹함만이 아니라 이 사건이 묻힐 뻔했던 상황 자체에 대한 충격이었을 거다.
문자 메시지로만 5년간 소통했는데,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무속인을 왜 믿었을까
조말례는 전화도 안 하고, 대면도 안 하고, 오직 문자만으로 피해자를 지배했다. 5년 동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이건 가해자의 수법이 아니라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봐야 설명이 된다.
피해자 이씨에게는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었다. “아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가 이 모든 비합리적 행동의 출발점이었다. 부모가 자녀의 건강 문제 앞에서 얼마나 무방비 상태가 되는지, 그 절박함을 가해자가 정확히 노렸다.
가해자 부부는 학부모 모임에서 1년간 친분을 쌓으며 피해자 가족의 약점을 수집했다. 아들의 열경련 증상, 장애 자녀의 존재. 이 정보를 조말례가 “이미 알고 있는 척” 문자로 보내니 피해자는 “진짜 신통한 무당”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보가 곧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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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포상까지 받은 이 사건, 사법 시스템의 구멍은 메워졌을까
검찰 보완수사로 진실이 밝혀졌고, 대검찰청은 남부지검 수사팀에 포상까지 했다. 피해자 이씨는 검찰에 감사 편지를 3번 보냈다. 미담이다.
그런데 뒤집어서 보면 이렇다. 경찰 단계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무시되지 않았다면, 이씨는 감옥에 갈 필요가 없었다. “가스라이팅 피해자”가 먼저 범죄자가 되고, 진짜 범인은 수년간 자유롭게 살았던 거다. 이건 시스템이 잘 작동한 게 아니라 간신히 작동한 거다.
강씨에 대한 1심 판결도 징역 3년이었다. 횡령범으로. 그는 항소했다. 회사 측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가스라이팅 피해자가 횡령범으로 처벌받는 이 상황이, 현행법에서는 여전히 해결이 어렵다.
Q&A
Q1. 조말례는 실존 인물인가?
아니다. 가해자 장씨와 전 남편 심씨가 만들어낸 가상의 무속인이다. 문자메시지로만 소통하며 실체를 감췄다.
Q2. 피해 금액은 총 얼마인가?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은 150억 원 이상이다. 피해자 이씨에게서 87억, 전남편 강씨에게서 65억 8700만 원.
Q3. 가해자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
장씨 부부는 2026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2026년 6월 12일 예정.
Q4. 피해자 강씨 판결은?
1심에서 징역 3년 선고. 현재 항소 진행 중이며, 피해 회사 측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
Q5. 추가 피해자가 있을까?
검찰은 장씨가 다른 주변인에게도 수십억 원을 빼앗은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