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급 비율 함정, 10%라더니 실제 전교 2명뿐인 이유

5등급 비율 10%의 착각이 만든 대혼란

5등급 비율이 바뀌었다. 2025년 고1부터 내신 1등급이 상위 4%에서 10%로 확대됐다. 숫자만 보면 1등급 받기 쉬워진 것 같았다.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이 88개 고교 1만 4,331명의 성적을 분석했더니 전 과목 1등급 유지한 학생은 전체의 1.30%였다. 학교당 평균 2.12명이었다.

“10%면 교실에 3~4명 아닌가?”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Sponsored samssung

과목 하나만 보면 10%가 맞다. 그런데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전부에서 동시에 상위 10% 안에 드는 교집합은 확률적으로 1~2%밖에 안 됐다. 과목이 늘어날수록 전 과목 1등급 유지는 바늘구멍이었다. 5등급 비율의 수학적 함정과 현실 격차를 정리한 글을 보면 이 숫자가 왜 착시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사까지 했다” 대치동을 탈출한 부모들의 계산법

중앙일보에 보도된 실제 사례가 있었다. 대치동의 한 입시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왔던 중3 학부모가 이사를 했다. 아들을 강동구 일반고에 진학시켰다. 이유는 딱 하나,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였다.

강남에서는 우수한 학생끼리 경쟁하니까 1등급 싸움이 살벌했다. 같은 실력이라도 학교만 바꾸면 등급이 달라졌다. 서울시교육청 분석에서 전 과목 1등급 비율이 일반고 2.09%, 자사고 1.38%, 특목고 0.44%로 나왔다. “자사고 가면 유리하다”는 통념이 깨진 것이었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우수 학생이 몰려서 과목마다 1등급이 돌아가며 나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 학생이 전 과목을 독식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반면 일반고는 상위 소수가 안정적으로 전 과목 1등급을 가져갔다. 내신 따려면 일반고가 낫다는 입시 전략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강남 8학군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탈대치” 논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경쟁을 줄이겠다던 정책이 사교육비를 60% 올린 역설

교육부는 5등급제를 도입하면서 “과잉 경쟁 해소”를 내세웠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사교육비 총액은 18.2조에서 29.2조로 60% 넘게 올랐다. 학령인구는 20% 가까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반대로 폭증했다.

Sponsored

고교학점제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사교육 수요가 터졌다. 학생이 직접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떤 조합이 대학 입시에 유리한지 아무도 모르니까 사설 컨설팅에 매달렸다. 대치동 입시학원에서는 선택과목 트랙 설계 상담을 1회 30만 원에 팔았다. 연간 720만 원짜리 상품이었다.

“학교는 진로지도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학부모의 말이 현실이었다. 경쟁 완화를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새로운 경쟁의 빈틈을 만들어준 꼴이었다. 입시 변화 흐름과 실질적 대비 방법에서 이 제도 전환의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은 왜 수능을 안 건드렸나

여기서 의심이 생긴다. 5등급제는 원래 수능과 상대평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전제 위에 설계됐다. 2018년 고교학점제 설계에 참여한 김동춘 전 교장이 직접 밝혔다.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공통과목에만 석차를 표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신 부풀리기” 우려가 나오자 전 과목에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고교학점제의 “자유로운 과목 선택”과 상대평가의 “등급 경쟁”이 정면 충돌했다. 옷은 바꿔 입혔는데 신발은 그대로인 상태가 됐다.

누가 이 충돌에서 이익을 봤을까. 수능이 유지되면 정시가 유지된다. 정시가 유지되면 재수 시장이 유지된다. 재수 시장이 유지되면 대형 입시학원의 매출이 유지된다. 10년간 사교육비가 60% 증가한 건 정책 실패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최적의 시장 환경이었을 수 있다.

→ 관련글: 3월 모의고사 등급컷으로 보는 2028 대입 전체 그림 – 수능과 내신이 동시에 바뀌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흐름이 보인다.

대학은 처음부터 5등급 비율을 믿지 않았다

2026년 1월, 코엑스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에서 대교협 상담교사단이 말했다. “학부모님들이 가장 오해하는 것이 1등급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핵심을 꺼냈다. 대학은 등급이 아니라 원점수를 본다는 것이었다.

시험이 쉽게 출제돼 100점 만점자가 7% 나온 학교의 1등급과, 최고점이 92점인 학교의 1등급은 무게감이 달랐다. 대학은 원점수, 과목 평균, 성취도 비율을 조합한 독자적 환산 방식으로 평가할 예정이었다. 턱걸이 1등급(상위 10%)과 압도적 1등급(상위 1%)은 대학 평가에서 전혀 다른 점수로 치환된다.

결국 5등급제로 등급 경쟁이 완화됐다는 건 표면이었다. 실제로는 원점수 1점 차이까지 벌어지는 더 미세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등급 싸움이 아니라 원점수 싸움”이라는 말이 입시판에 퍼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관련글: 고2 등급컷에 89%가 멘붕한 이유 – 5등급제 첫 세대의 실제 반응을 보면 지금 상황이 더 선명해진다.

결국 이건 누구를 위한 제도였나

의심을 정리하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교육부는 “경쟁 완화”를 명분으로 5등급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수능 체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대학은 처음부터 등급을 믿지 않고 원점수를 보겠다고 했다. 학교는 시험 난이도를 낮춰 성적 인플레이션을 만들었다. 사교육 시장은 불안의 틈새로 새 상품을 팔았다. 학부모는 이사까지 하며 등급을 쫓았다.

이 흐름에서 유일하게 손해를 본 주체가 있다. 아이들이다. 3년간 중간, 기말 12번 시험에서 한 번만 삐끗해도 나락인 환경에 놓였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계속 줄고 있는데, 남은 아이들끼리 더 치열하게 경쟁시키는 형태가 과연 맞는 건지. 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자기 아이도 이 제도 안에 넣을 수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Q&A

Q1. 5등급제에서 1등급 비율이 10%면 예전보다 1등급 받기 쉬운 거 아닌가?
과목 하나만 보면 맞다. 그런데 전 과목에서 동시에 상위 10% 안에 드는 교집합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부산시교육청 분석 기준 전 과목 1등급 유지 학생은 학교당 평균 2.12명이었다.

Q2. 일반고와 자사고 중 내신 따기에 유리한 쪽은?
2025년 서울 기준 전 과목 1등급 비율은 일반고 2.09%, 자사고 1.38%였다. 자사고는 우수 학생 밀집으로 과목마다 1등급이 분산되기 때문에 전 과목 독식이 어렵다.

Sponsored

Q3. 대학은 같은 1등급이라도 다르게 평가하나?
그렇다. 대학은 등급 외에 원점수, 학교 평균, 성취도 비율을 보조 지표로 활용한다. 턱걸이 1등급과 압도적 1등급은 실질적으로 다른 점수로 환산된다.

Q4. 5등급제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었나?
직접적 인과관계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제도 변화로 인한 불안감이 컨설팅 수요를 만들었다. 최근 10년간 사교육비 총액은 60% 증가했고, 고교학점제 과목 설계 상담만으로 연간 720만 원을 받는 학원도 등장했다.

Q5. 이 제도에서 학부모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은?
원점수 만점을 목표로 깊이 있는 학습을 시키는 것, 진로 연계 과목 위계표를 미리 짜는 것,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심화 탐구 기록을 남기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전략이다.


참고 자료

  1. 동아일보 – 고교 내신 9→5등급 완화뒤 상위권 동점 속출 변별력 논란 – 종로학원 전국 1,781개교 성적 분석 원본 데이터
  2. 중앙일보 – 1등급 받아도 인서울 못해 자퇴 사태 부르는 내신 5등급제 – 강남 현장 르포와 전문가 인터뷰
  3. 연합뉴스 – 팩트체크 고교 내신 5등급제 소문대로 자퇴생 늘었을까 – 교육부 공식 자퇴 통계 분석
  4. 뉴스핌 – 영어 절대평가 내신 5등급제에도 사교육 29조 시장 – 10년간 사교육비 변화 추이와 정책 엇박자 분석
  5. 교육을 비추다 – 5등급 10%의 착시 대학은 속지 않는다 원점수가 가를 승부 – 2028 대입 설명회 현장 발언 정리

※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는 AI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