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리저우드 개미 논란, 진짜 속은 건 누구고 속인 건 뭐였나
조셉 리저우드가 기소됐다. 벌금 500만 원. 식품위생법 위반. 4년 동안 식용 불가 개미를 디저트에 올려 1만 2200회 팔았고, 1억 2000만 원을 벌었다. 이건 이미 뉴스가 전부 쏟아냈다.
그런데 한 발 물러서 보면 이상한 게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은 진짜 누구였을까.
왜 아무도 4년 동안 의심하지 않았을까
에빗 디너 코스는 1인당 25~28만 원이었다. 와인 페어링까지 하면 5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이 4년 동안 개미를 먹었다.
아무도 “이거 합법이야?”라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간 후기들은 하나같이 “셰프가 설악산에서 직접 채집한 개미”라며 감탄했다. 자연 채집이라는 스토리가 이 메뉴의 가치를 만들었고, 그 가치가 가격을 정당화했다.

여기서 의심해야 할 건 셰프만이 아니다. 25만 원짜리 디너에서 개미를 먹으면서 누구도 안전성을 묻지 않은 건, 미쉐린 2스타라는 권위가 판단을 대신해줬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비싼 값을 치르는 행위 자체가 안전의 증거라고 믿었던 거다.
셰프의 거짓말은 누구를 위한 거짓말이었나
“지리산에서 직접 채집했다”는 말이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실제로는 미국과 태국에서 건조 개미를 우편으로 수입했다. 그런데 왜 굳이 “직접 채집”이라고 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태국에서 수입한 건조 개미”보다 “셰프가 새벽에 산을 올라 손수 딴 개미”가 훨씬 비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파인다이닝에서 식재료의 가치는 맛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서사가 가격을 만들었다. “태즈메이니아 출신 셰프가 한국의 산에서 직접 채집한 개미로 산미를 표현한다”는 문장 하나가 디저트 한 접시의 값어치를 완성했다. 거짓말은 셰프 개인의 허영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었다.
노마의 이름은 왜 사라져야 했나
조셉 리저우드는 덴마크 노마 출신이다.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는 10년 전부터 개미로 산미를 표현하는 요리를 해왔고, 이건 미식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에빗의 한국 인터뷰 어디에도 “노마에서 배운 것”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왜 숨겼을까.
“노마에서 배웠다”고 하면 그건 그냥 따라 한 거다. 하지만 “한국의 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면 그건 창작이 된다. 인간은 모방가에게 돈을 내지 않는다. 창작자에게 돈을 낸다. 노마의 이름이 사라져야 에빗만의 이야기가 완성됐고, 에빗만의 이야기가 완성돼야 미쉐린 별이 빛났다.

미식 전문 매체 DIN.ESSER는 이렇게 적었다. “적어도 레몬이 아닌 다른 시트러스를 언급하는 성의라도 보였다면, 내가 그에게 조금은 덜 실망했으리라.”
한식을 사랑한 건가, 한식이라는 브랜드가 필요했던 건가
한국 파인다이닝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최근 자주 나오는 말이 있었다. “외국인 셰프가 한식을 접목하는 건 좋은데, 결국 그게 자기 포지셔닝 도구로만 쓰이는 것 아닌가.”
조셉 리저우드의 서사는 완벽했다. 태즈메이니아에서 온 셰프가 한국을 사랑해서 눌러앉았고, 해녀와 물질하며 재료를 탐구하고, 제주와 고향이 닮았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소비한 건 한국 언론이었고, 이 이야기에 별을 얹은 건 미쉐린이었다.
그런데 DIN.ESSER의 2020년 리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기본은 서양 요리와 일본 요리이고, 한식의 맛이나 조리법은 배제한다.” 한식 재료는 쓰되 한식 방법론은 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한식을 재해석하는 외국인”이라는 타이틀은 한국에서만 작동하는 무기였다. 호주로 돌아가면 그냥 한 명의 셰프일 뿐이지만, 한국에서는 유일한 존재가 됐다. 이 희소성이 별을 만들고, 별이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개미 한 마리의 이야기까지 팔리게 만들었다.
벌금 500만 원이면 끝나는 일인가
1억 2000만 원을 벌고 벌금은 500만 원이다. 이건 사업적으로 보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엄청나게 높은 장사였다.
미쉐린 2스타는 유지 중이다. 레스토랑도 정상 영업 중이다. 식약처 기소 이후에도 예약은 계속 찬다는 말이 돌았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논란이 있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화제의 레스토랑”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진짜 질문이 나온다. 이 시스템에서 손해를 본 건 누구인가.
중금속이 식용 곤충 대비 최대 55배 검출된 개미를 4년간 먹은 1만 2천 명의 손님이다. 그런데 이 손님들 중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미쉐린 2스타에서 먹었으니 괜찮았을 거야”라는 믿음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25만 원을 내고 속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건지.
→ 관련글: 조셉 리저우드 개미 디저트, 미쉐린 2스타가 재판에 넘겨진 이유 – 기소 경위와 타임라인을 정리한 글이다.
Q&A
Q1. 조셉 리저우드는 현재 구속된 상태인가?
아니다. 불구속 기소 상태이며, 에빗 레스토랑은 2026년 5월 현재 정상 영업 중이다.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Q2. 개미 디저트를 먹은 손님들에게 건강 피해는 없었나?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건강 피해를 주장한 사례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보건 당국은 해당 개미의 중금속이 다른 식용 곤충 대비 최대 55배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Q3. 에빗의 미쉐린 2스타는 박탈될 수 있나?
미쉐린 가이드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위생 문제로 별이 박탈된 사례가 있지만, 서울 미쉐린에서 이런 전례는 없었다.
Q4. 노마와 에빗의 관계는 정확히 뭔가?
조셉 리저우드는 덴마크 노마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 셰프가 개미로 산미를 표현하는 요리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에빗도 동일한 발상의 메뉴를 운영했다.
Q5. 왜 “직접 채집했다”고 거짓말을 한 건가?
에빗 측은 식약처 조사가 시작되자 해외에서 수입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과거 인터뷰와 고객 설명에서는 일관되게 “셰프가 야산에서 직접 채집”이라고 말해왔다. 검찰은 이 부분도 혐의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 동아일보 – 중금속 개미를 디저트에 뿌려 팔아 미슐랭 2스타 기소 – 기소 사실과 중금속 55배 검출 수치의 원문 보도
- DIN.ESSER – 레스토랑 에빗을 거부한다 – 미식 전문가가 에빗의 요리 철학과 노마 모방을 지적한 심층 리뷰
- 위키리크스한국 – 야산서 직접 채취했다더니 해외 수입 – 셰프의 진술 번복 과정과 식약처 송치 경위 상세 보도
- 미쉐린 가이드 – 조셉 리저우드 셰프 인터뷰 – 셰프 본인이 밝힌 한식관과 흑백요리사 출연 이유
- 한국일보 – 산미 품은 개미 토핑 유명 레스토랑 식품위생법 위반 검찰 송치 – 2025년 7월 최초 검찰 송치 당시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