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영 디자이너, 천만 영화 얼굴 만든 사람이 대체 누구길래
한국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작품을 안 본 적이 없다. 박시영 디자이너.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이다.
관상, 곡성, 마더, 베테랑2, 왕과 사는 남자. 전부 이 사람 손을 거쳤다. 2006년 영화 짝패 포스터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스튜디오 빛나는을 세웠다. 20년 동안 500편 넘는 포스터를 만들었다.

1977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다. 유흥가 한복판에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 자랐다. 10대 때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다. 고졸 비전공자였다.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서울역 쪽방촌에서 버텼다.
지금은 전라남도 고흥에 산다. 바닷일도 하고, 농사도 짓고, 개도 키우면서 포스터를 만든다. 자기소개를 부탁하면 “고흥에서 물고기 잡고 포스터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2026년 4월 19일, 소셜미디어에 글 하나를 올렸다. 그리고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일요일 아침에 올린 글 하나가 왜 기사 수십 개를 만들었을까
4월 19일 일요일 아침이었다. 박시영은 자기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15년 연애 중인데. 나이 떼고, 성별 떼고, 계급 떼고 그냥 거추장스러운 거 다 제끼고 내 마음만 갖고 이야기하자면 나는 15년 내내 마음이 들끓었다. 좋아서 미쳐버릴 거 같다.”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동성 연인이었다. 커밍아웃이었다.
“세상에 우리 애인 같은 사람이 있는 걸 보니 신도 있겠구나 싶다. 나는 이 사랑을 위해서 정말 세상에 못 할 짓이 없을 것 같다.”
“나처럼 자랑하는 거 좋아하고 꺼드럭대고 수다 떠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내 사랑을 자랑하지 못하는 거 참 서글퍼.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건데.”
“결혼이 안 돼서 본의 아니게 연애만 15년째 하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글은 수 시간 만에 삭제됐다. 하지만 이미 캡처본이 퍼진 뒤였다. 주요 언론에 기사가 쏟아졌다. “왕사남 디자이너, 충격 커밍아웃” “15년 동성 연인 공개.” 제목이 자극적으로 퍼져나갔다.
글을 지운 이유가 뭐였을까, 후회한 건 아니었다
삭제 직후, 박시영은 소셜미디어 스토리에 짧게 남겼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얼른 지워버렸다. 그냥 오늘 파도가 죽이길래 설레서 설레발 좀 떨었다.”
후회가 아니었다. 연인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본인이 올린 글에서도 이미 경계하고 있었다. “이걸 혹여나 드러내는 순간 우린 구경거리가 된다. 내 애인과 나는 호기심에 들러붙어서, 내가 가장 아끼는 걸 내 손으로 자진 상납하는 기분이 들거든.”
예감이 맞았다.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커밍아웃”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본인은 연인 자랑을 했을 뿐인데, 세상은 그걸 “선언”으로 만들어버렸다.
왕사남 표절 의혹, 1170만 흥행 뒤에 터진 20년 된 시나리오의 정체 – 박시영이 포스터를 만든 왕사남 영화 자체의 논란이 궁금하면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3주 뒤 유튜브에 나와서 한 말이 진짜 핵심이었다
5월 9일. 유튜브 채널 왓챠의 처음 만난 사이에 출연했다. 코미디언 원소윤과 대화하는 영상이었다.
원소윤이 물었다. “최근에 제일 자랑하고 싶은 것이 뭐냐.”
박시영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애인.”
“나이 마흔 살 먹고 커밍아웃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금 자랑할 수 있는 건 내 애인밖에 없다.”
“애인을 업고 다니면서 내 거다!라고, 명동 한복판을 걷고 싶다.”
연인의 매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계속해서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다. 나는 징징대고 어리광도 많이 부리는 스타일인데, 내 연인은 늘 나를 잡아준다.”
그리고 웃으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내 일감이 끊길지도 모른다.”
왜 사람들은 이걸 보고 “멋있다”고 했을까
소셜미디어 반응이 독특했다. 혐오나 비난보다 부러움과 응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5년이나 사겼는데 아직도 좋아서 미치는 감정이 보여서 훈훈하다.”
“성별을 떠나서 너무 멋진 사랑이다. 부러움.”
“저런 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겠어.”
“15년 찐 사랑이다. X 멋있음.”
이 반응이 의미 있었던 건, 박시영이라는 사람의 맥락 때문이었다. 구미 유흥가 출신. 밑바닥에서 올라온 사람. 한국 영화의 얼굴을 20년간 만들어온 장인. 그 사람이 “70살이 되어도 그 나이대에 제일 뜨거운 영감이 될 자신 있다”고 선언한 거다.
허락받을 생각도, 이해받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저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 태도 자체가 사람들 마음에 꽂혔다.
유해진 백상 대상, 비데 공장 알바생이 1681만 관객 앞에 서기까지 30년의 비밀 – 박시영이 포스터를 만든 왕사남의 배우 유해진도 밑바닥에서 올라온 사람이었다. 그 30년 서사가 여기에 있다.
500편 포스터 뒤에 숨겨져 있던 15년, 그래서 뭐가 달라졌을까
박시영은 글에서 이렇게도 썼다. “나이가 들어가니 법적 보호자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애들이 좀 괴롭긴 하다.”
15년을 함께했는데 법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이. 결혼을 할 수 없으니 연인일 뿐이다. 병원에서 보호자가 될 수 없다. 재산을 남길 수도 없다. 15년이라는 시간이 제도 앞에서는 0일이 되는 현실.
그런데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연애하는 동안 우리 두 마음 뜨겁게 유지시켜야 되거든. 나는 자신 있는데.”

기사가 터지고, 논란이 아닌 감동으로 읽히면서 한 가지가 달라졌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의 바람. 박시영이라는 사람의 작품과 삶이 선명하게 보이는 상태에서 나온 커밍아웃이었기 때문에, “저 사람이 그렇다면 뭐 어때”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왕사남이 1658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처럼, 그 영화의 포스터를 만든 사람의 커밍아웃도 조용히 무언가를 흔들고 있었다.
백상예술대상 2026 결과, 비데 팔던 두 남자가 대상 받기까지 30년의 흐름 – 왕사남 4관왕의 밤, 그 무대 위 3초가 뒤집어놓은 것들.
결국 박시영이라는 사람은 뭘 보여준 걸까
구미 유흥가에서 태어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소년이 서울역 쪽방촌을 거쳐 한국 영화의 얼굴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됐다. 20년 동안 500편이 넘는 포스터를 만들었다. 고흥 바닷가에 내려가 파도를 타며 살고 있다.
그 사람이 어느 일요일 아침, 파도가 너무 좋아서 설레는 마음에 연인 자랑을 했다. 15년간 숨겨온 사랑이었다. 몇 시간 만에 지웠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뒤였다.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이 사랑을 허락받을 생각도 없고 이해받을 생각도 없다. 어차피 사랑 둘이서 하는 건데 다른 입장이 뭔 소용이냐. 그저 자랑하고 싶은 맘이다. 내가 가진 거 볼래? 죽이지?”
500편의 포스터가 증명하지 못한 것을, 글 하나가 증명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Q&A
Q1. 박시영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야?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다. 2006년부터 스튜디오 빛나는을 운영하며 관상, 곡성, 마더, 왕과 사는 남자 등 500편 넘는 작품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현재 전남 고흥에 거주하고 있다.
Q2. 박시영 커밍아웃은 언제 있었어?
2026년 4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5년 동성 연인에 대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수 시간 만에 삭제했지만 캡처본이 퍼지며 화제가 됐다.
Q3. 글을 왜 삭제했어?
연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본인은 “파도가 좋길래 설레서 설레발 좀 떨었다”고 밝혔고, 후회가 아닌 보호 차원이었다.
Q4. 커밍아웃 이후 반응은 어땠어?
혐오보다 응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5년 찐 사랑” “성별 떠나서 멋있다”는 반응이 주류였고, 성소수자 인식 변화의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Q5. 박시영 디자이너의 대표작은?
왕과 사는 남자, 곡성, 관상, 마더, 베테랑2, 남산의 부장들, 신과함께, 더 폴 디렉터스 컷, 군체 등이 있다.
참고 자료
- 스타뉴스 – “15년 동성 연인, X멋있다” 왕사남 디자이너 뜻밖의 성소수자 인식 변화 – 커밍아웃 당일 전문과 네티즌 반응이 가장 상세하게 정리된 기사
- 텐아시아 – 동성 연인과 15년째 열애, 박시영 커밍아웃 당시 심경 고백 – 왓챠 출연 영상 내용과 명동 발언 전문이 담긴 기사
- 엘르 – 왕사남, 군체 포스터 만든 박시영 작업물 모아보기 – 대표작 포스터 이미지와 디자인 해설이 한눈에 정리된 아티클
- 아르떼 – 짝패부터 왕사남까지 한국 영화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박시영 – 포스터 디자인 철학과 작업 과정에 대한 심층 인터뷰
- 롱블랙 – 디자이너 박시영, 새롭고 싶거든 싫어하는 걸 보고 들어라 – 고흥 생활과 창작관에 대한 밀도 높은 프로필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