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가 대체 뭐길래, 전 세계 기업이 줄 서는 걸까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이름부터 어렵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우리 회사, 탄소 이만큼 줄이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면, 그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계획인지 검증해주는 국제 인증 기관이다. UN 글로벌콤팩트, 세계자연기금(WWF), 세계자원연구소(WRI), CDP가 함께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2026.04.10)
여기서 인증을 받으면 “이 기업은 진짜 탄소 줄이고 있구나”라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거다. 반대로 인증이 없으면? 점점 거래처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왜 하필 지금, 반ESG 흐름 속에서 오히려 급증한 걸까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ESG는 끝났다”는 기사가 쏟아지던 2025년. 그런데 SBTi 참여 기업은 오히려 40% 늘었다.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기업은 61% 급증했다. 2026년 1월 기준, 인증 기업 1만 곳을 돌파했다. (넷제로뉴스, 2026.04.10)
정치 분위기랑 기업 움직임이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거다.
이유는 단순하다. 유럽이 문을 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이미 시행 중이고, 2028년에는 대상 품목이 확대되며, 2034년에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이 0%로 떨어진다. 유럽에 물건 팔려면 탄소 줄였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SBTi 인증이 그 증거 역할을 한다. (경향신문, 2026.03.23)
쉘, 프라다는 왜 빠졌고, 삼성과 현대는 어디 있는 걸까
여기서 이야기가 한 번 꼬인다.
2024년 4월, SBTi 이사회가 갑자기 “탄소크레딧으로 상쇄하는 것도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부 직원들은 반발했고, CEO는 3개월 만에 사임했다. (그리니엄, 2024.07.05)
2025년 7월에는 더 큰 일이 터졌다. SBTi가 새 넷제로 표준 초안을 공개했는데, “석유/가스 기업은 신규 유전 개발을 중단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쉘(Shell), 에니(Eni), 아커BP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현실성 없다”며 자문단에서 줄줄이 이탈했다. (한경비즈니스, 2025.07.23)
그런데 동시에 아시아 기업들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SBTi 참여 기업은 전년 대비 53% 증가. 일본이 2,091개로 국가별 1위다.
한국은? “저보급 시장”으로 분류됐다. 인증 기업 수가 10~99개 사이라는 뜻이다. 일본 2,091개, 대만 796개에 비하면 크게 뒤처져 있다. (넷제로뉴스, 2026.04.10)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탄소가 내 월급에 영향을 줘?
여기서부터 현실 이야기다.
한국무역협회가 2026년 3월에 낸 보고서 내용이다. EU CBAM으로 수출가격이 1% 오르면, 수출물량은 0.98% 줄어든다. 2031년 이후에는 감소폭이 최대 17.9%까지 확대된다. (경향신문, 2026.03.23)
수출이 줄면 뭐가 벌어지냐면. 기업 매출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고, 경기가 위축된다. 한국은 GDP의 40% 이상이 수출 의존이다.
동시에, 기업들이 탄소 감축 설비를 도입하면 비용이 올라간다. 그 비용은 어디로 가느냐.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이미 2026년 4월, 중기부가 “공급망 탄소중립 설비투자”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탄소 규제에 맞춰 설비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 2026.04.13)
결국 이렇게 연결된다. 국제 탄소 규제 강화 → 한국 기업 비용 증가 → 물건값 상승 또는 일자리 축소 → 소비자 지갑에 영향.
그린워싱은 또 뭐고, 왜 자꾸 터지는 걸까
기업이 “우리 친환경이에요”라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아닌 경우. 이걸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건수가 13,122건이다. 소비자가 직접 찾아낸 그린워싱은 3년 만에 300% 급증했다. (김주영 의원 보도자료, 2025.10)
글로벌 조사에서는 소비자 5명 중 1명만이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글로벌다이렉트뉴스, 2026.04.03)
SBTi 인증이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 있다. “자기가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것”과 “제3자가 검증해서 인정한 것”은 다르다. 인증이 없으면 그린워싱 의혹을 받을 수 있고, 해외에서는 실제로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2024년 SBTi 자체가 탄소크레딧 허용으로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인증 기관 자체의 기준이 흔들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럼 뭘 믿어야 하는 건데?”라는 혼란이 생기는 구조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앞으로 뭐가 벌어지는 걸까
2026년 4월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하나. SBTi 인증 기업 1만 곳 돌파. 아시아 기업들이 주도하는데, 한국은 뒤처져 있다. 일본, 대만에 비해 한참 적은 수가 참여 중이다.
둘. EU 탄소국경세 본격화 시점이 5년 안이다. 한국 수출 기업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셋. 중소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협력사(2차, 3차 협력사)까지 탄소 감축을 요구받는 상황. 정부가 지원 사업을 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부 공고, 2026.03.05)
넷. 소비자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기업이 탄소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 물가가 오른다. 동시에 그린워싱 제품에 속아 비싼 돈을 낸 경험도 쌓이고 있다.
이 모든 게 따로 도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국제 규제가 조이면 기업이 움직이고, 기업이 움직이면 우리가 사는 물건의 가격과 품질이 달라진다. SBTi는 그 출발점에 있는 키워드다.
Q&A
Q1. SBTi 인증을 받으면 기업한테 뭐가 좋은 건가요?
유럽, 북미 등 글로벌 바이어들이 SBTi 인증 기업과 우선 거래하는 추세다. 투자자 신뢰도가 올라가고, 탄소국경세 부담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반대로 인증이 없으면 공급망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진다.
Q2. 한국 기업은 왜 일본이나 대만보다 참여가 적은 건가요?
한국은 SBTi 인증 기업이 10~99개 수준의 “저보급 시장”으로 분류됐다. 일본 2,091개, 대만 796개와 비교하면 크게 적다. 인증 절차 비용, 데이터 수집 역량 부족, 정부 지원 체계 미비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Q3. 탄소국경세가 실제로 물가를 올리나요?
직접적으로 올린다. 기업이 EU에 수출할 때 탄소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소비자가 최종 부담한다. 2031년부터 그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Q4.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나요?
당장은 제한적이다. 다만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같은 제도로 일상에서 소소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린워싱 제품을 구별하는 눈을 키우는 게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인증마크(환경표지, SBTi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 된다.
Q5. SBTi가 탄소크레딧을 허용해서 논란인데, 그럼 이 인증도 믿을 수 있나요?
2024년 탄소크레딧 허용 발표 후 내부 반발과 CEO 사임이 있었다. 이후 2025년 넷제로 표준 V2 초안을 공개하며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에너지 기업 이탈은 있었지만, 기업 참여 수는 오히려 급증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글로벌 탄소 감축 인증 체계라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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