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급식에서 고기가 빠진다는데, 이거 괜찮은 거야?” 학교에서 채식의 날이 늘어나고, 제주도까지 채식환경 조성 조례를 발의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다. 채식실천지원조례가 대체 뭔지, 왜 지금 확산되는 건지, 그리고 이게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건지. 이 글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2019년부터 2026년 4월까지 확인된 사실만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읽고 나면, 직접 판단할 수 있다.
채식실천지원조례, 대체 이게 뭔데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
2026년 4월 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정민구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 채식환경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제447회 임시회에서다. (뉴스N제주)
채식실천지원조례는 간단히 말하면 이거다. 공공기관, 학교, 복지시설에서 채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법적 근거. 채식을 강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취지다.
근데 문제는, 이 조례가 제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서울은 이미 2021년 3월에 전국 최초로 채식환경 조성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겨레) 경기도도 같은 해 8월에 채식 실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전남, 부산까지 비슷한 조례가 퍼져나갔고, 이제 제주까지 합류한 거다.
그러니까 지금 흐름은 이렇다. 한 곳에서 시작된 게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왜 지금, 갑자기 채식 조례가 쏟아지는 걸까?
시작은 기후위기였다.
축산업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왔고, UN 푸드시스템 정상회의에서도 학교급식이 미래세대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이걸 정리하면 흐름이 보인다.
2019년 9월, 녹색당이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 준비를 시작했다. (경향신문) 2020년 4월, 학생과 학부모 24명이 실제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학교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KBS뉴스)
같은 해, 군대에서도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인권위 진정이 올라갔다. 논산 육군훈련소 28일 식단 중 평균 8.6일은 쌀밥과 반찬 하나만, 13.6일은 쌀밥만 먹을 수 있었다는 게 근거였다. (연합뉴스)
2022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 자체는 기각했지만 교육당국에 “채식 식단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냈다. (한겨레)
툭 하나가 시작되니, 줄줄이 이어진 거다.
누가 이걸 추진하고, 누가 반대하고 있을까?
추진하는 쪽은 크게 두 갈래다. 환경단체와 지방의회 의원들.
제주의 정민구 의원은 2021년부터 채식 관련 토론회를 열었고, 2022년에는 학교 채식급식 활성화 조례를 대표 발의해서 통과시켰다. 그 공로로 환경공헌대상 특별상까지 받았다. (제주투데이) 그리고 2026년 4월, 이번엔 학교를 넘어서 공공기관 전체로 범위를 넓힌 조례를 다시 발의한 거다.
반대하는 쪽은 뚜렷하다. 축산업계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채식 급식이 “육식 혐오를 조장한다”는 성명을 냈다. (시사IN) 대한한돈협회 한돈미래연구소 이병석 부소장은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1.5%에 불과하다”면서 “육류를 배제한 급식의 탄소 저감 효과는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농민신문)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몰고 온다는 인식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식이 빠진 학교급식은 오히려 성장기 학생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채소가 몸에 좋다니 맛있게 먹으려 한다”는 학생이 있는 반면, “채식급식 나오는 날이면 동네 치킨집이 문전성시”라는 학부모 이야기도 나온다.
어디까지 퍼졌고, 지금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전부에서 월 1~2회 채식 급식을 제공하거나 채식 선택 급식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인천, 충북, 충남, 전남, 울산, 경북, 제주 등 15개 교육청은 월 1회 이상 ‘채식 급식의 날’을 의무 혹은 권장으로 지정해서 운영 중이다. (단비뉴스)
경기도는 한 발 더 나갔다. 2025년 ‘기후급식’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히 고기를 빼는 게 아니라, 지역 제철 식재료를 우선 사용하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거다. 실제로 친환경 시금치를 냉동 보관했다가 가격 급등 시기에 학교에 공급하는 시범사업도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한 달에 2~3회까지 채식급식을 내놓는 곳도 있다. 경기 안산의 한 고등학교는 채식의 날에 국과 반찬에 축산물을 일절 넣지 않는다.
그런데 모든 교육청이 환영하는 건 아니다. 한 교육청 담당자는 “조리원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기후급식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했고,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시민단체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육류 배제한 공모사업을 벌일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농민신문)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팩트만 놓고 보면 방향은 한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2019년 헌법소원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2021년 서울과 경기도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고, 2022년 인권위 의견 표명, 2025년 기후급식 선언, 그리고 2026년 제주도 조례 발의까지 왔다. 시간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동시에 반대 측의 목소리도 더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축산업계는 탄소 배출 수치를 들고 나왔고, 영양학 전문가들은 성장기 아이들의 균형 잡힌 식단을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환경은 4월 6일 기사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채식을 실천하긴 어렵다”면서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채식 메뉴 가격 인하, 음식별 탄소 배출량 표시 같은 정책도 언급됐다. (데일리환경)
정민구 의원은 이번 발의에서 “채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실천”이라고 했다. 전북대 이학교 교수는 “단백질 주공급원인 육류 섭취 자체를 원천 배제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두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글이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 아이가 먹는 급식 메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법적 근거가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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