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가 연달아 터뜨린 사건들, 대체 왜 지금일까?
2026년 2월부터 4월까지,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연속으로 다룬 사건 4건. 생후 133일 아기, 14살 소년, 20대 남성 2명, 그리고 미라가 된 여성. 전부 누군가의 곁에서, 누군가에 의해 죽었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 죽기 전에 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런데 좀 이상하다. 왜 이 사건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터진 걸까. 하나씩 풀어보면 결국 같은 뿌리로 연결된다.
133일밖에 못 산 아기, 홈캠은 왜 있었을까?
2025년 10월 22일, 여수. 생후 4개월 된 해든이(가명)가 119에 신고됐다. 친모는 “욕조에 넣어뒀는데 물에 빠졌다”고 했다.
그런데 아기 몸에는 색깔이 다른 멍이 여러 개 있었다. 개복하니까 뱃속에서 500cc의 피가 쏟아졌다. 뇌출혈, 골절. 부검 결과는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장기부전.

친부는 “8일 전 침대에서 떨어졌다”며 홈캠 영상을 경찰에 냈다. 그런데 검찰이 11일치 홈캠 전체를 확보했더니,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이 “경악했다”고 전했다. 무엇을 봤는지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결과는 나왔다. 검찰은 친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해든이 친모에 무기징역 구형)
방송 이후 전국에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이 수천 건 접수됐다. 서울, 인천, 대전, 제주, 세종까지 부모들이 법원 앞에 모였다. (전국 각지 부모들, 엄벌 촉구)
사실 이런 장면, 본 적 있다. 2020년 정인이 사건 때도 그랬다. 16개월 입양아가 양모에게 학대당해 사망했고, 온 나라가 분노했다. 정인이법이 만들어졌고,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됐다. (정인이 사건 후 1년, 어떻게 변했나)
근데 결과는 어땠을까.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아동학대로 337명이 사망했다. 학대 행위자의 85.9%는 부모였다. 숫자는 줄지 않았다. (9년간 337명 사망, 정서적 학대 5배 증가)
법은 바뀌었는데 아이는 계속 죽고 있다.
14살 소년은 누구에게 맞아 죽었을까, 계부인가 친형인가?
2025년 1월 31일, 전북 익산. 14세 소망이(가명)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다. 이미 늦었다. 사인은 장기 파열, 출혈, 저혈량성 쇼크. 등에 멍, 귓볼에 멍. 응급실 관계자가 바로 신고했다.
계부 오 씨. 2018년에 재혼하면서 소망이의 새아버지가 됐다. 포렌식에서 나온 통화 녹음. “너 인지능력이 아주 떨어지는데”, “너의 멍청함을 나에게 자랑하고 싶은 거야?” 상습적인 폭언과 학대 정황이 쏟아졌다.

1심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 징역 22년.
그런데 2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계부 측이 녹취록 하나를 들고 나왔다. 소망이의 친형 믿음이(가명)가 계부의 형과 대화하면서 “버릇을 고치려고 때렸다”고 말한 녹음. 재판부는 이 녹취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녹음되는 줄도 모르고 한 말이니까. 결과적으로 아동학대살해는 무죄, 아동학대치사로 바뀌면서 형량은 13년으로 감형됐다. (익산 의붓아들 사건, 2심 감형)
전문가 분석은 좀 다르다. “형의 폭행에 신빙성은 있지만, 계부의 폭행을 대행하는 행동일 것.” 10년간 함께 학대받던 형이, 동생을 죽인 살인자로 지목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도 말했다. “부성애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1482회)
친모는 어떻게 했을까. 한 변호사가 무료 변호를 자처하며 찾아가 “큰 아들 안 도와줘요”라고 외쳤다. 친모는 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정인이법 이후 만들어진 아동학대살해죄. 이 사건에서는 2심에서 적용이 빠졌다.
20세 여자가 모텔에서 남자를 죽였다, 그녀는 왜 멈추지 않았나?
2025년 1월 29일, 서울 강북구 모텔.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뒤인 2월 10일, 1km 떨어진 다른 모텔에서 또 20대 남성이 사망했다. 두 사망자의 몸에서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과량 검출됐다.
CCTV를 돌려봤더니 전날 밤 두 남성과 함께 모텔에 들어간 인물이 같은 사람이었다.

체포 후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김소영, 스무 살. 21세기 출생 여성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역대 최초였다. (김소영 구속기소, 이상동기 범죄)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숙취해소제에 타서 먹였다. 4개월간 2명 사망, 4명 혼절. 그런데 충격적인 건, 1차 살인으로 경찰 조사 출석을 통보받은 상태에서 2차 살인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검찰이 밝힌 범행 동기는 이렇다. “자신의 소비 욕구와 경제적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남성을 이용하고,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약물로 제압했다.” (김소영 기소, 소비욕구 위해 남성 이용)
약물은 어떻게 구했을까. PTSD를 가장해서 정신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실제로는 PTSD가 아니었다. 또 다른 형사 고소 사건, 한 남성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는데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무혐의) 종결됐다, 을 위해 진료 내역이 필요했던 것. 그 과정에서 받은 약을 범행 도구로 돌려 쓴 거다. (김소영, 성폭력 고소 때 범행 약물 구했다)
김소영은 범행 전 챗GPT에 이런 질문을 했다. “수면제 과량이 얼마인지”, “술과 함께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사망할 수도 있는지.” 그리고 첫 피해자가 깨어난 뒤에는 약물 양을 2배 이상 늘렸다.
심리 검사 결과, 사이코패스 진단(PCL-R) 40점 만점에 25점. 다만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는 “사이코패스보다 경계선 지능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소영, 사이코패스 아닌 경계선 지능?)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지속적인 음주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절도 행각을 반복했다. 검찰은 “가정불화로 인해 정서적으로 사회와 단절되면서 강력한 자기중심적 성향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김소영 과거 행적)
SNS에는 예쁘게 포장된 일상이 올라와 있었다. 모텔에서 남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누워 있는 동안, 그녀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라가 된 여자, 1,277일 동안 옆에서 살았던 남자
2024년 7월, 인천의 한 빌라 원룸. 월세가 밀리고 연락이 끊긴 세입자를 찾으러 관리인이 문을 열었다. 13㎡ 단칸방. 허리 높이까지 쌓인 쓰레기. TV와 선풍기는 켜져 있었다. 이불을 걷어내니 납작하게 말라붙은 미라 상태의 여성 시신.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압박질식, 목 졸림으로 추정. 가슴에 꽃무늬 문신이 선명했다.
세입자 김 씨는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그는 시신이 동거녀 지영 씨라고 밝혔다. “2021년 1월, 동반 자살을 하기로 했다. 먼저 죽여달라고 해서 죽였다. 나도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서부터 이상해진다.
살해 날짜가 김 씨의 대출 사기 1심 선고 하루 전이었다. 전문가 분석. “구속을 앞둔 심리적 압박감이 트리거가 된 것 같다. 자신의 구속으로 지영 씨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 것.”
살해 후 김 씨는 어떻게 했을까. 다른 여성을 만났다. 결혼했다. 아이까지 낳았다. 시신이 있는 원룸에서 5km 떨어진 곳에 살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시신에 락스와 방향제를 뿌리고,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습도를 관리했다. 휴대폰에는 시신 옆에서 셀카를 찍고 TV를 보고 밥을 먹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시신 옆 TV 보고 셀카)
지영 씨는 일본에서 미용사로 일하며 혼자 아들을 키우던 사람이었다. 2016년 김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처음부터 폭력적이었다. 지영 씨가 전화를 안 받으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화를 돌렸다. 불법체류로 추방된 뒤에도 지영 씨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그를 만났다.
그러다 2018년,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한국에 왔다. 김 씨가 여권을 돌려주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실제로 일본행 비행기 티켓이 취소된 기록도 나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1심에서 살인 및 시신 은닉 혐의로 징역 27년. 김 씨는 항소했다. (동거녀 살해 후 3년 6개월 시신 은닉)
일본에서 홀로 남겨진 지영 씨의 아들 유타. 할머니 병문안 간다고 하고 사라진 엄마. 추억이라 할 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제작진에게 범인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가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문가는 김 씨를 지배통제형 살인범으로 분류했다. 재범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폭행이나 욕구를 충족시킬 다른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들이 동시에 터진 것, 우연이 아닌 이유
정리하면 이렇다.
해든이 사건. 법이 바뀌어도 영아는 여전히 가정 안에서 죽는다. 정인이법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망 통계는 의미 있게 줄지 않았다. 2024년에도 30명의 아이가 학대로 사망했고, 이 중 56.7%가 2세 이하였다.
익산 소망이 사건. 계부의 학대가 상습적이었음에도, 2심에서 핵심 혐의가 빠지고 형량이 거의 반으로 줄었다. 친형의 녹취록 하나가 재판의 흐름을 바꿨다. 전문가는 “대행 폭행”이라 분석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김소영 사건. 성폭력 고소가 불송치됐고, 그 과정에서 얻은 약물이 살인 도구가 됐다. 1차 살인 조사를 통보받고도 2차 살인을 저질렀다. 검찰 조사 이전에 막을 수 있었는지, 시스템의 빈틈이 보인다.
인천 미라 사건. 여권을 빼앗겨 귀국할 수 없었던 여성. 살해 후 3년 6개월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다. 가해자는 그 사이 새 가정을 꾸렸다. 월세가 밀리지 않았으면 시신은 더 오래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네 사건 모두, “누군가 조금 더 빨리 개입했으면”이라는 문장이 붙는다.
법은 있다. 신고 시스템도 있다. 그런데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가정 안, 모텔 안, 원룸 안. 문이 닫히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죽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 사건들을 연이어 다룬 건, 결국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왜 또 같은 일이 벌어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