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KBO 콜라보가 터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야구장에서 시작됐다.
2024년 9월 15일.
한국프로야구(KBO)가 출범 42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KBO 사상 첫 1000만 관중 돌파)
그리고 2025년에는 1,200만 명을 넘겼다.
시범경기만으로도 44만 명이 몰린 2026년, 올해는 1,300만 명을 바라본다.
(연합뉴스TV 야구 열기 심상치 않다 올해는 1300만 관중?)
그 중심에 2030 여성 팬이 있다.
온라인 예매자의 57.5%가 여성.
20대 여성이 전체 관중의 약 30%를 차지한다.
(오마이뉴스 2030 여성팬이 이끄는 새 야구 문화)
야구장은 더 이상 아재들의 놀이터가 아니게 됐다.
직관 인증, 선수 포토카드, 구단 굿즈 수집.
아이돌 팬덤 문화가 야구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기업들이 이걸 놓칠 리 없었다.
3일 만에 100만 봉, 크보빵이 먼저 터졌다
2025년 3월 20일.
SPC삼립이 KBO와 손잡고 크보빵을 출시했다.
9개 구단(롯데 제외) 대표 선수와 마스코트가 담긴 띠부씰(떼었다 붙이는 스티커) 189종이 랜덤으로 들어있었다.
(조선일보 크보빵 사흘새 100만봉 팔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출시 3일 만에 100만 봉.
41일 만에 1,000만 봉 돌파.
편의점마다 품절. 중고거래 플랫폼에 웃돈 거래 매물이 올라왔다.
(대구일보 크보빵 1000만개 판매 돌파)
빵 하나에 이 정도 열기가 가능하다는 걸 유통업계 전체가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크보빵에는 이미 하나의 패턴이 있었다.
롯데자이언츠가 빠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SPC삼립은 제과 제빵 회사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와 같은 업종이다.
경쟁사 제품에 자기 구단 로고를 박아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패턴은 그보다 1년 전에도 있었다.
2024년 7월, 해태제과가 KBO 구단 한정판 홈런볼을 출시했을 때도 롯데자이언츠만 빠졌다.
(시사저널 프로야구 팀별 홈런볼 나온다 롯데 왜 빠졌나)
홈런볼, 크보빵, 그리고 이제 스타벅스.
롯데가 빠지는 구조는 반복되고 있었다.
크보빵은 왜 갑자기 사라졌나
크보빵의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5년 5월 19일 새벽 3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이 공장이 바로 크보빵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한겨레 팬 분노에 결국 SPC삼립 크보빵 생산 중단)
야구팬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번졌다.
사람이 죽었는데 빵을 사먹을 수 없다.
SNS에서 확산된 불매 움직임에 결국 SPC삼립은 5월 29일 크보빵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KBO와의 계약 종료 수순까지 밟았다.
(연합뉴스 1천만개 팔린 크보빵 결국 생산중단)
1,000만 봉을 팔아치운 괴물 상품이 사라졌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구단 굿즈를 소비하고 싶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졌다.
그 빈자리를 노린 게 바로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는 원래 줄 세우기의 교과서였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한정판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여름.
서머 레디백이라는 캔버스 가방 하나 때문에 새벽 2시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레디백 17개를 받기 위해 130만 원어치 커피를 사서 그대로 버린 사건까지 벌어졌다.
(중앙일보 스벅 서머레디백 17개 받으려 130만원 커피 사서 버린 고객)
2025년 11월.
미국에서 출시된 한정판 베어리스타 콜드컵은 하루 만에 전 매장 품절.
매장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리셀가는 정가 30달러에서 1,000달러(약 140만 원)까지 뛰었다.
(매일경제 스타벅스 한정판이 뭐길래 새벽 3시 오픈런에 몸싸움까지)
한국에서 재출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가 4만 5천 원짜리 베어리스타 콜드컵이 중고거래에서 12만 원에 거래됐다.
(다음 뉴스 4만5000원인데 리셀가 12만원 몸값 폭등한 핫템 정체)
2026년 2월에도 한정판 캐릭터 컵이 나흘 만에 33만 개 팔리며 또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네이트뉴스 스벅 또 통했다, 나흘새 33만개 품절 대란)
스타벅스는 이미 줄 서서 사는 문화의 공식을 완벽하게 갖고 있었다.
여기에 KBO 1,000만 관중의 팬심이 결합하면?
결과는 예정돼 있었다.
2026년 3월 27일, 두 세계가 만났다
크보빵이 사라진 자리.
스타벅스가 들어왔다.
2026년 3월 27일.
KBO 개막 하루 전.
스타벅스 코리아가 KBO와 사상 최초 스포츠 단체 협업을 시작했다.
테마는 Swing for Joy(승리를 부르는 즐거움).
(YTN 스타벅스, KBO와 첫 협업 야구 시즌 맞춰 음료 굿즈 출시)
구단별 유니폼을 입은 베어리스타 키체인(29,000원).
캔쿨러 겸용 텀블러(49,000원).
구단 모자를 쓴 캡 머그(31,000원).
팝콘 패키지 안에는 32종 베어리스타 스티커가 랜덤으로.
3만 원 이상 구매 시 야구공 복조리 키링 선착순 증정.
(스포츠서울 스타벅스, KBO와 첫 협업 야구팬 겨냥 구단별 굿즈 출시)
출시 당일.
새벽 6시 30분부터 매장 앞에 줄이 섰다.
인기 구단(KIA, 삼성, 두산) 굿즈는 오전 중 품절.
복조리 키링도 조기 소진.
두 매장을 돌아서 겨우 겟했다는 후기가 SNS를 뒤덮었다.
(인스타그램 삼성 라이온즈 새벽 6시 30분 오픈런)
구매 제한은 1인 1회 품목당 최대 2개.
전 구단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서울 일부 매장과 온라인뿐.
지방 팬들은 사전에 미판매 매장 리스트를 공유하며 정보전을 벌였다.
(스레드 미판매 너무 많아서 오픈런도 무서워요)
크보빵의 띠부씰 수집욕, 스타벅스의 한정판 오픈런 문화.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그런데 왜 LG와 롯데만 빠졌나
10개 구단 중 8개 구단만 참여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제외됐다.
롯데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커피 브랜드 엔제리너스.
경쟁사인 스타벅스와 협업할 수 없는 구조다.
엔제리너스는 2014년 927개 매장이 정점이었지만, 이후 계속 줄어 2022년 412개까지 쪼그라들었다.
폐점률 23.5%라는 수치도 나온다.
(헤럴드경제 그 많던 엔제리너스 어디로 갔을까?)
홈런볼에서도 빠졌고, 크보빵에서도 빠졌고, 이번에도 빠졌다.
롯데 팬들은 이제 세 번째 소외다.
LG는 이번이 처음이라 충격이 더 컸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3,853억 원에 인수했다.
그 계열사인 코카콜라음료가 조지아 커피 브랜드를 운영한다.
(한국경제 LG생건, 한국코카콜라 3853억에 인수 완료)
커피 사업을 가진 계열사가 있으니 스타벅스와 손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 음료 사업은 최근 인수 2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희망퇴직까지 실시한 상황이다.
(중앙일보 코카콜라 인수 20년만에 첫 적자 LG생건 희망퇴직)
팬들 반응은 격앙됐다.
엔제리너스에서 롯데 굿즈를 내놓지도 않으면서 스타벅스만 막는 거냐.
LG는 스탠리 텀블러랑이라도 콜라보하든가.
(다음 뉴스 스타벅스에서 LG 롯데만 차별? 두 구단이 빠진 진짜 사정)
지금 흐름을 보면, 다음에 벌어질 일이 보인다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KBO 관중은 3년 연속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4년 1,088만, 2025년 1,231만, 2026년 시범경기만 44만(역대 최다). 소비 시장으로서 프로야구의 가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둘째, 크보빵이 사라진 뒤 KBO 굿즈 시장에 공백이 생겼다. 스타벅스가 그 빈자리에 들어왔고, 출시 당일 품절 대란으로 수요가 입증됐다. 다른 유통 식음료 기업들이 이걸 가만히 지켜볼 가능성은 낮다.
셋째, 롯데와 LG는 이제 세 번 연속(홈런볼, 크보빵, 스타벅스) 혹은 첫 번째(스타벅스) 소외를 경험했다. 팬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자체 계열사(엔제리너스, 조지아커피 등)를 통한 독자적 구단 굿즈 대응 여부가 관건이다.
넷째,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는 과거 사례상 정가의 2배에서 3배 리셀가가 형성된다. 베어리스타 콜드컵(정가 4.5만 원에서 리셀 12만 원)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KBO 구단별 텀블러와 키체인에도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여성 팬 비율 57.5%, 20대 여성 관중 30%. 야구 굿즈 소비의 주력층이 바뀌었다. 스타벅스의 주 고객층과 KBO의 신규 팬층이 정확히 겹친다. 이 조합은 우연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이다.
이 다섯 가지 사실을 놓고 보면,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하나만 더.
크보빵은 3일 만에 100만 봉이 팔렸고, 41일 만에 단종됐다.
스타벅스 KBO 콜라보는 출시 첫날 주요 품목이 전량 소진됐다.
이 속도가 의미하는 건, 다음 시즌이 아니라 다음 주에 뭐가 나오느냐가 이미 싸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