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모의고사 고2 등급컷이 공개되자마자 온라인이 들끓었다. 수험생 89.2%가 “어려웠다”고 답한 이번 시험. 단순히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이 시험 한 장 안에, 지난 10년간 한국 입시가 겪어온 모든 갈등이 압축돼 있다.
그 흐름을 처음부터 따라가 봤다.
3월 모의고사 고2 등급컷, 시작은 문과침공이었다
2022학년도 수능. 한국 입시 역사상 처음으로 문과와 이과의 벽이 무너졌다.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시작된 것이다.
취지는 좋았다. “문과 이과 구분 없이 융합형 인재를 키우자.”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이과생들이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면, 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 그 높은 점수를 무기로 문과 계열 학과에 지원했다. (한국경제, 2023.3.28)
2023년,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정시 합격자의 52%가 이과생이라는 충격적 수치가 나왔다. (조선일보, 2023.2.9)
이 현상은 3년 연속 심해졌다. (서울신문, 2024.2.29)
문과 학생들의 분노가 커졌다. “같은 점수인데 왜 이과가 유리한 거냐.”
이 불만이, 결국 수능 체제를 다시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
그래서 선택과목을 아예 없앴다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가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단순했다. 선택과목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이 전면 폐지된다.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를 푼다. “유불리 논란, 이제 끝내겠다”는 선언이었다. (교육부 보도자료, 2023.12.27)
그리고 탐구 영역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도입됐다. 사탐 과탐 구분도 사라졌다. 모든 학생이 두 과목을 다 본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새로운 불안이 시작됐다.
“고1 때 배운 걸 수능까지 기억하라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고1 과정에서만 배운다.
고2부터는 정규 수업이 없다. 고3에도 없다.
배우는 건 1년. 시험은 3년 뒤.
학부모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교과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사회 모든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중앙일보, 2025.4.15)
교원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고교 교사 98.1%가 “공교육 파행이 심화되거나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프레스, 2023.10.24)
공교육 정상화 vs 사교육 부담 증가. 찬반은 완전히 갈렸다. (YTN, 2023.10.30)
이 논란 한가운데에, 2026년 3월 24일이 왔다.
그리고 드디어 첫 시험이 치러졌다
2026년 3월 24일. 전국 1,948개 고등학교. 약 122만 명.
이 중 고2 약 40만 명이, 2028 수능 개편안이 적용된 첫 실전 시험을 쳤다. (EBS뉴스, 2026.3.24)
선택과목이 없는 통합형 시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처음으로 수능형으로 출제된 시험.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EBSi 설문 결과, 고2 수험생 3만여 명 중 89.2%가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매우 어려웠다 58.7%, 약간 어려웠다 30.5%. (크리스천투데이, 2026.3.25)
시험 시간도 달랐다. 고3은 오후 4시 37분에 끝났는데, 고2는 오후 5시 10분까지 시험이 이어졌다. 탐구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BNT뉴스, 2026.3.24)
숫자가 보여주는 진짜 갈림길
EBSi 집계 기준, 고2 예상 1등급컷은 국어 87점, 수학 84점, 영어 90점이다.
주목할 건 수학이다. 작년 3월 고2 수학 1등급이 80점이었는데, 올해는 84점. 숫자만 보면 쉬워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객관식은 평이했지만, 서술형과 고난도 문항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행렬 나오자마자 갈렸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유튜브 백인대장 수학해설, 2026.3.24)
상위권은 평이하게 넘겼고, 중위권 이하는 무너졌다. 등급컷은 올랐지만, 체감 난이도는 역대급. 이 괴리가 수험생의 멘탈을 흔들었다.
지금 고2가 직면한 세 가지 현실
첫째, N수생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다.
3월 학력평가에는 재수생이 빠져 있다. 등급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EBS 정제원 교사는 “원점수가 낮은데 등급이 높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N수생 부재 효과”라고 경고했다. (EBS뉴스 인터뷰, 2026.3.24)
실제로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10년간 11.4%포인트 급증해 3명 중 1명이 졸업생이다. (교육플러스, 2025.6.11)
둘째, 올해 고3이 치를 2027 수능이 마지막 통합수능이라는 변수다.
2028 수능부터 체제가 완전히 바뀌니, 현행 체제의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N수생이 올해 16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수생만 10만 명에 육박한다. (뉴스1, 2026.3.2)
이 흐름이 왜 지금 고2에게 중요한가. 이들이 수능을 치를 2028학년도에는 N수생 구성이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체제가 바뀌면 N수생이 줄 수도 있고, 오히려 적응 실패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셋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망각 리스크다.
고1 때 배운 내용을, 정규 수업 없이 수능까지 유지해야 한다. EBS 정제원 교사에 따르면 고2부터 수능까지 통사와 통과를 점검할 기회는 총 10번의 모의고사뿐이다. 지금부터 복습 루틴을 안 잡으면, 고3 때 치명적 약점이 된다는 조언이 나온 이유다.
이 흐름들을 조합해보니 보이는 것
여러 기사와 데이터를 시간순으로 모아봤더니, 하나의 흐름이 발견됐다.
2022년,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시작됐다. 문과침공이라는 구조적 유불리 문제가 터졌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2023년 말, 선택과목을 전면 폐지하는 2028 수능 개편안이 확정됐다. 그 사이 킬러문항 배제 논란, 사교육비 증가 우려, N수생 폭증이 동시에 진행됐다. 그리고 2026년 3월, 개편안이 실전 시험에 처음 적용됐다.
결과는, 89.2%가 “어려웠다”.
여기서 발견되는 건 이것이다. 지금 고2는 과거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려 만든 새 제도의 첫 실험 대상이다. 검증된 데이터도 없다. 기출 경향도 없다. 선배의 노하우도 없다.
2025년 4월에 공개된 2028 수능 예시문항이 유일한 참고 자료다. (중앙일보, 2025.4.14)
공식 성적표는 4월 9일부터 학교를 통해 배부된다. 다음 시험은 6월 학력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