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3월 모의고사 등급컷이 공개됐다.
국어 1등급 87점, 수학 1등급 83점.
숫자만 보면 단순한 시험 결과다.
그런데 이번 시험은 다르다.
이 아이들은, 한국 입시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이 한꺼번에 바뀌는 세대다.
등급컷 하나에 학부모들이 이렇게 예민해진 건, 다 이유가 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처음부터 풀어본다.
고1 3월 모의고사 등급컷, 30년 넘은 선택과목 전쟁이 드디어 끝났다
시작은 1999년이었다.
수능에 처음 선택과목이 도입됐다.
(동아일보 기사 원문)
그때부터 같은 점수를 받아도 어떤 과목을 골랐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문제가 시작됐다.
27년 동안, 매년 수능이 끝날 때마다 이 논란은 반복됐다.
결정적 사건은 2022학년도 수능이었다.
문과 이과 통합수능이 처음 시행된 해.
이과생들이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하면 같은 원점수에서도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
결과는?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정시에 대거 합격하는 문과침공이 현실이 됐다.
(연합뉴스 기사 원문)
문과생들은 분노했다.
같은 시험을 봤는데 왜 이과가 더 유리한 거냐.
이 논란이 2년, 3년 계속되자 교육부가 결단을 내린다.
2023년 10월, 2028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 전면 폐지를 발표한 것이다.
(서울신문 기사 원문)
그리고 그 첫 적용 대상이 바로 지금의 고1이다.
2026년 3월 24일, 이 아이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모의고사를 치렀다.
10명 중 9명이 너무 어려웠다고 답했다
시험 직후 EBSi가 체감 난이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매우 어려웠다 69.3%.
약간 어려웠다 23.5%.
합치면 92.8%.
10명 중 9명 이상이 어렵다고 느꼈다.
(BNT뉴스 기사 원문)
수학 전체 평균은 45.95점.
100점 만점에 절반도 안 된다.
통합과학 평균은 23.56점(50점 만점).
통합사회 평균 28.61점보다 확연히 낮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 아이들은 이번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둘 다 봐야 성적이 나온다.
문과 성향이든 이과 성향이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경향신문 기사 원문)
중학교 때는 절대평가였다.
틀려도 A, B, C로만 나왔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자마자 전국 42만 명과 상대평가로 줄 세워진 것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탐런이라는 선배들의 생존법을 조합해봤다
지금 고3 선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있다.
이과생인데 과학탐구를 버리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현상.
이름이 사탐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학, 물리는 너무 어렵고 경쟁자 수준이 높다.
차라리 사회탐구로 가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 원문)
실제 숫자를 보면.
2022학년도 과학탐구 응시 42만 명에서 2026학년도 29만 명.
4년 만에 13만 명이 사라졌다.
특히 화학은 14.7만 명에서 2.9만 명.
80.6% 감소. 사실상 기피 과목이 됐다.
(전자신문 기사 원문)
서울대가 2024학년도부터 의대와 공대에 물리, 화학 필수 응시를 걸면서 상위권 쏠림이 더 심해졌다.
어중간한 실력으로 과탐 선택하면 등급이 뚝 떨어진다는 공포가 퍼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고1에게는?
사탐런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통합과학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통합과학 안에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 다 들어 있다.
과학 약한 문과생은 어떡하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내신 1등급이 4%에서 10%로 늘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이 학년부터 내신도 완전히 바뀌었다.
20년간 유지된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전환된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기사 원문)
가장 큰 차이.
1등급 비율이 상위 4%에서 상위 10%로 확대.
1등급 받기 쉬워졌네?
처음엔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2025년 고1 1학기 내신이 나오자, 전국에서 전 과목 1등급 유지한 학생은 1.3%에 불과했다.
(코리아데일리 기사 원문)
고교학점제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수강 인원이 적은 과목에서는 10명 중 1명만 1등급이다.
3등이면 바로 2등급으로 떨어진다.
(Daum 기사 원문)
입시업계의 분석은 이렇다.
1등급 비율이 넓어진 건 맞지만 동점자가 폭증해서 대학이 변별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대학들은 수능, 즉 정시 비중을 더 키울 것이다.
(베리타스알파 기사 원문)
그래서 고1 학부모들이 이번 3월 모의고사 등급컷에 매달리는 것이다.
내신으로 안 되면 수능으로 승부해야 한다.
내 아이가 전국에서 어디쯤 있는지, 지금 바로 알아야 한다.
작년 수능 영어 참사가 남긴 공포를 들여다봤다
2025년 11월에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3.11%로 폭락했다.
절대평가 도입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조선일보 기사 원문)
원어민도 모르는 단어가 출제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수능 난이도 실패로 평가원장이 물러난 건 역사상 처음이었다.
(한겨레 기사 원문)
이 사건이 지금 고1 학부모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수능 난이도는 예측이 안 된다.
절대평가라고 안심할 수 없다.
영어 하나에 인생이 갈린다.
이번 3월 모의고사 영어 등급컷이 1등급 90점인 건 절대평가 구조상 고정이다.
하지만 실제 1등급 비율이 몇 %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 숫자가 나오면, 영어 난이도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아이들 앞에 놓인 현실을 조합해봤다
여러 사건들을 쭉 이어서 보니 하나의 흐름이 보였다.
한꺼번에 바뀐 것들.
선택과목 폐지로 통합형 수능이 시작됐고,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됐고, 고교학점제가 시행됐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필수 응시가 시작됐다.
선배들이 겪은 혼란에서 발견된 패턴.
2022년부터 문과침공이 시작됐고, 2024년부터 사탐런이 가속화됐고, 2025년에 영어 불수능 사태가 터졌다.
그리고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
사교육 업계는 이미 고1부터 수능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는 불안 마케팅이라고 경고했지만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2조 원을 돌파했다.
(한겨레 기사 원문)
앞으로 주목할 타이밍을 발견했다
이번 등급컷은 가채점 기준이다.
공식 성적표는 4월 9일부터 각 학교를 통해 배부된다.
여러 흐름을 조합해보니 이때 눈여겨볼 포인트가 세 가지 있었다.
하나. 영어 1등급 비율이 몇 %로 나오는지.
작년 수능 영어 사태의 여진이 이 시험에도 영향을 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둘. 통합과학과 통합사회 성적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지금 평균 차이가 5점 이상이다. 이 격차가 유지되면 문과생에게 과학이 발목을 잡는 구조라는 논쟁이 본격화된다.
셋. 5월 7일 고3 모의고사에서 사탐런 비율.
3월은 과탐 1과목만 시행됐다. 5월부터 전체 탐구 응시가 시작되면 사탐런의 실제 규모가 드러난다. 이 수치가 2028 수능 구조에 대한 정책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을 이어붙여보니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였다.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그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아이들이다.
지금 고1이 바로 그 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