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로마 스카프 코디가 2026년 3월 중순, 패션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 화이트 셔츠에 스카프 하나 둘렀을 뿐인데 “레전드”라는 말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 장면 하나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건, 단순히 옷을 잘 입어서가 아니다. 이 여자가 걸어온 길을 쭉 따라가 보니까, 로마 골목에 선 그 사진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고현정 로마 스카프 코디의 시작점, 미스코리아에서 모래시계까지
1989년, 스무 살의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선으로 뽑혔다. 그때부터 이미 시대의 얼굴이었다.
이후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혜린 역을 맡았다. 국민 드라마였다. 한국에서 고현정이라는 이름이 각인된 결정적 순간이었다. 최근 고현정 본인이 30년 전 모래시계 촬영지를 다시 찾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결혼과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다.
고현정 이전의 10년, 결혼과 이혼 그리고 맨손의 복귀
1995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과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떠났다. 일본에서 신혼생활을 했고, 1남 1녀를 낳았다. 겉보기엔 완벽한 삶이었다.
8년 후인 2003년, 이혼했다. 위자료 15억 원. 자녀 양육권은 전 남편에게 갔다. (KBS 뉴스, 고현정 이혼)
2024년 방송에서 고현정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저 살아야지. 열심히. 그 생각만 했다.” (조선비즈, 이혼 후 복귀 심경)
2005년, 드라마 봄날로 10년 만에 복귀했다. 재벌가 며느리에서 다시 배우로. 맨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고현정 전성기, 선덕여왕 미실의 카리스마
복귀 이후 고현정은 작품마다 화제를 만들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09년 MBC 선덕여왕의 미실 역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녀.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촬영 중 스태프 150명에게 닌텐도 DS를 선물한 일화도 유명하다. (나무위키, 고현정)
이때부터 고현정에게 패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했다. 노블하고 모던한 스타일. 공식석상마다 화제가 됐다. (네이버 블로그, 스타일 아이콘 고현정)
고현정 가장 큰 위기, 2018년 리턴 하차 사건
2018년,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시청률이 치솟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도 하차했다.
연출자와의 마찰이 원인이었다. 캐릭터 해석을 두고 촬영 초기부터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촬영 도중 현장을 떠났다. SBS가 주연 배우 교체를 통보했다. (한겨레, 고현정 리턴 하차) (MBN, 리턴 PD 갈등)
주연이 중도 하차한 드라마. 전례 없는 파행이었다. 이 사건 이후 고현정은 약 7년간 SBS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
고현정 큰 수술 그리고 사마귀로 복귀
2024년, 고현정의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길에서 갑자기 쓰러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살려주세요”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코메디닷컴, 고현정 실신)
2024년 말, 큰 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코에 호스를 꽂은 병실 사진을 SNS에 올리며 “많이 회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완치는 아니다, 집중 치료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TV, 고현정 수술) (조선일보, 완치 아냐)
그 와중에 SBS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촬영했다. 건강 악화로 촬영을 중단했다가 다시 합류했다. 제작비가 부족하자 출연료를 자진 삭감까지 했다. (뉴시스, 출연료 삭감) (한국경제, 건강 악화)
사마귀는 2025년 9월 종영됐다. 7년 만의 SBS 복귀작이었다. 연쇄살인마 역할로 등골 서늘한 연기를 보여줬고,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하지만 2025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YTN, 연기대상 불참 후 심경)
시상식 불참 후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후진 일도 많았다.” (네이트 뉴스, 의미심장한 글)
고현정 로마 스카프 코디의 진짜 맥락, 발렌티노가 이 여자를 택한 이유
2026년 3월 10일. 인천공항.
고현정이 발렌티노 핑크 코트에 데님 쇼츠를 입고 나타났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판테아 백을 들고, 브이로고 로퍼를 신었다. 행선지는 로마. 발렌티노 2026 F/W 인터페렌체 컬렉션 패션쇼 초청이었다. (매일경제, 공항 패션)
W코리아, 마리끌레르, 엘르, 보그. 주요 패션 매거진들이 동시에 고현정의 로마 일정을 취재했다. 단순한 초청이 아니라, 발렌티노가 고현정을 핵심 셀럽으로 전면 배치한 것이다. (엘르코리아, 발렌티노 쇼 고현정) (보그코리아, 고현정 꾸뛰르 화보)
그리고 3월 15일, 그 스카프 사진이 올라왔다. 화이트 셔츠. 블랙 팬츠. 프린트 스카프 하나. 블랙 선글라스. 베이지 숄더백.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스카프 하나 둘러도 레전드”라는 반응이 폭발했다. (패션엔, 스카프 코디) (패션엔, 로마 여행룩)
고현정 로마 스카프 코디 이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흐름
이 이야기들을 쭉 모아서 타임라인으로 놓고 보니까, 흥미로운 흐름이 하나 발견됐다.
고현정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는 미정이다. (매일경제, 차기작 검토) 건강 상태는 “완치가 아닌 집중 치료 중”이라는 보도가 2025년 8월에 나왔다. 그런데 2026년 3월, 로마에서 매일 다른 룩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 연일 올라왔다.
발렌티노는 아이브 레이와 리즈를 새 앰버서더로 발탁하면서, 동시에 고현정을 로마 쇼에 배치했다. 20대 아이돌과 55세 배우를 같은 브랜드 라인에 세운 것이다.
2025 SBS 연기대상 불참 후 “후진 일도 많았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던 고현정이, 한 달 뒤 로마 골목에서 스카프를 두르고 웃고 있었다.
이 타임라인을 쭉 따라가다 보니 한 가지가 눈에 걸렸다. 위기가 올 때마다 이 사람은 침묵했고, 침묵이 끝날 때마다 더 강한 이미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혼 후엔 봄날로, 리턴 하차 후엔 사마귀로, 수술 후엔 로마 한복판에서 스카프 하나로.
이 흐름을 어떻게 읽을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다.
팩트만 놓고 보면 이렇다. 미스코리아 출신. 국민 드라마 주연. 재벌가 결혼과 이혼. 10년 공백 후 맨손 복귀. 전성기 미실. 리턴 하차 파행. 7년 만의 SBS 복귀. 큰 수술. 출연료 자진 삭감. 연기대상 불참. 그리고 55세에 로마 한복판에서 스카프 하나로 패션 기사 도배.
이 타임라인을 보고 나서 다시 그 스카프 사진을 보면, 단순한 패션 사진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