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안전 총정리 – 지리산 등산 전 불안 해소하는 법

반달가슴곰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립공원공단이 곰 출현 지역 진입 시 스마트폰 알림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 단순한 기술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이 알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20년 동안 쌓여온 사건들이 있다.

하나씩, 시간순으로 풀어본다.

반달가슴곰 6마리로 돌아온 멸종 동물

1996년,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5마리 발견됐다. 환경부는 즉시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그리고 2004년 10월, 러시아에서 데려온 암수 3쌍 총 6마리를 지리산에 풀었다. 목표는 2020년까지 50마리 복원. 한반도에서 사라진 맹수를 되살리는, 꽤 감동적인 프로젝트였다. (환경부 보도자료, 2024.10.29)

성과는 예상보다 빨랐다. 2018년, 이미 56마리를 넘겼다. 목표치를 2년이나 앞당겨 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 성공이, 지금의 문제를 만들었다.

안전 경고 1호, 한밤중 대피소 습격 사건

2014년 6월 8일 밤 10시 25분.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

소등 후 외벽에 기대 쉬고 있던 등산객 2명 앞으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다가왔다. 곰은 침낭을 물어뜯었다. 사람이 들어 있는 침낭을. 다행히 출동한 관리원이 곰을 쫓아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KBS, 2014.6.16)

환경부 조사 결과, 이 곰은 2010년 방사된 개체였다. 야생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자 배낭과 침낭에서 나는 음식 냄새를 맡고 접근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이 나왔다. 곰이 사람 가까이 오면 어떡하지?

반달가슴곰 오삼이

KM-53. 별명 오삼이. 복원 사업으로 방사된 곰 중 가장 유명했던 개체다.

오삼이는 지리산에 머무르지 않았다. 90km 떨어진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했다. 포획해서 지리산에 다시 풀었더니, 또 수도산으로 갔다. 이동 중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달리는 대형 버스에 치여 골절을 입었지만 살아남았다. (경향신문, 2023.6.14)

2023년 6월 13일. 오삼이가 경북 상주 민가 100m 앞까지 접근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인명사고 가능성을 판단하고 마취총을 발사했다. 오삼이는 마취 후 익사로 추정 사망했다. (한겨레, 2023.6.14)

6년간의 추격전 끝에 벌어진 일이었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냈다. 지리산을 벗어나는 곰은 오삼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적정 개체 수를 한참 넘어섰다. (오마이뉴스, 2023.6.15)

오삼이의 죽음은 하나의 사실을 보여줬다. 지리산은 이미 좁다.

꿀 도둑이 된 곰들

곰이 늘면서 피해도 늘었다. 주로 양봉 농가였다.

2005년부터 시작된 벌통 습격. 2012년에는 산청의 염소 농장이 공격당해 염소가 죽었다. (경남신문, 2012.8.29) 2023년에도 같은 산청에서 염소 3마리가 죽었다. (KPI뉴스, 2023.9.1) 2024년에는 양봉 농가 벌통이 반복적으로 뒤집어졌다. (KBS, 2024.7.13)

2004년 복원 시작 이후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 피해 594건. 벌꿀 피해만 497건. 보험 배상액 총 11.2억 원. (중앙일보, 2025.10.28)

산청의 한 양봉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만 3차례 습격당했다, 봄이 오면 두렵다. (남도일보, 2025.3.6)

반달가슴곰 첫 대인 피해 공식 기록

2024년 8월 12일 새벽. 전남 구례 토지면 야산.

60대 남성 A씨가 버섯을 채취하다 절벽 아래에서 올라온 반달가슴곰과 마주쳤다. 놀라서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다 넘어졌다. 왼쪽 뺨과 이마를 다쳤고, 의식을 잃어 119에 구조됐다. (연합뉴스, 2024.8.12)

곰이 직접 공격한 건 아니었다. 놀라서 넘어진 거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2025년 9월, 공식적으로 반달가슴곰 대인 피해로 기록됐다. 복원 사업 시작 이래 최초의 대인 피해 공식 인정이다. (월간산, 2025.9.3)

반달가슴곰 93마리 중 57마리를 아무도 모른다

2025년 기준, 지리산과 덕유산에 93마리가 서식 중이다. 학계가 제시한 지리산 최대 수용치는 78마리. 이미 넘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93마리 중 57마리, 그러니까 61%의 위치를 모른다. GPS 배터리가 1~2년이면 끊긴다. 야생에서 태어난 3세대, 4세대 곰은 트랩 위치를 학습해서 포획 자체가 안 된다. 장비가 녹슬거나 떨어진 채 방치된 사례도 나왔다. (조선일보, 2025.2.28 / 한국경제, 2025.10.27)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지리산에서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 전남 곡성까지. 지리산에서 60km 떨어진 곳에서도 목격됐다. (남도일보, 2025.3.12)

알림 서비스를 만들려면 곰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절반 이상의 곰 위치를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온 경고

2025년 일본의 상황은 이렇다.

4월부터 10월까지 곰 공격 사망자 13명. 전체 사상자 196명 이상. 역대 최다. 피해의 약 70%가 산이 아닌 마을, 마트, 민가 등 생활권에서 발생했다. 아키타현은 자위대 파견을 요청했다. 200명 병력이 헬기와 드론을 동원해 곰 포획 작전을 벌였다. (중앙일보, 2025.10.26 / 서울신문, 2025.11.17)

일본 닛케이 신문은 이 곰들을 신세대 곰이라 불렀다. 농촌 인구가 줄면서 야생과 마을의 경계가 사라졌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곰이 생겨난 것이다. (세이프타임즈, 2025.12.4)

한국도 농촌 인구 감소는 마찬가지다. 곰의 서식지도 계속 확장 중이다.

곰을 만났을 때 쓸 수 있는 게 없다

전 세계에서 곰 조우 시 가장 효과적인 자기 방어 수단은 곰 퇴치 스프레이, Bear Spray다.

한국에서는 이게 총포도검화약류법 적용 대상이다. 화기 수준의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일반 등산객은 사실상 구매도, 휴대도 불가능하다. DMZ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에게는 별도 지급된 적이 있다. (KBS, 2023.10.18)

민간인용 법적 대안은 현재까지 없다. 국립공원공단이 배부하는 건 호루라기와 종이다. (세이프타임즈, 2025.12.4)

관리 측은 아직 괜찮다고 말한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주대영은 2026년 3월 한겨레 기고에서 이렇게 밝혔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곰 위치정보 3만 건 분석 결과, 탐방로 10m 이내에 곰이 머문 비율은 0.44%. 10년간 탐방로에서 실제 곰 목격이 확인된 건 12건. 같은 기간 탐방객 3,200만 명. 20년간 곰 공격에 의한 인명 피해 0건. 놀라서 넘어진 1건만 존재한다. (한겨레, 2026.3.4)

공단은 종주 능선에 곰 퇴치용 종인 베어벨을 설치하고, 샛길 입구 600여 곳에 홍보 깃발과 무인안내기를 달았다. 탐방로에 반복 접근하는 개체는 포획해서 행동 교정을 한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이야기들을 쭉 모아서 들여다보니, 하나의 흐름이 보였다.

곰은 계속 늘고 있다. 93마리. 매년 자연 번식 중이다. 지리산은 이미 포화 상태다. 서식지는 가야산, 수도산, 곡성까지 퍼졌다.

절반 이상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 GPS 추적이 안 되는 개체 57마리. 3세대, 4세대 곰은 트랩도 피한다.

일본에서는 같은 종의 곰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생활권 침투. 농촌 인구 감소. 사람을 안 무서워하는 곰. 한국도 조건이 비슷해지고 있다.

곰을 만나면 쓸 수 있는 방어 수단이 법적으로 없다. 곰 스프레이는 총포화약법 적용이다.

관리 측은 확률적으로 안전하다고 한다. 20년간 공격 인명 피해 0건이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든다.

그리고 지금, 곰 출현 지역 알림 서비스가 나왔다. 그런데 그 알림의 기반이 되는 곰 위치 데이터의 61%가 비어 있다.

※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는 AI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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