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단가표가 유출됐다. 영상 하나에 최대 1억 원. 15초짜리 쇼츠 하나에 5,000만 원. 이 숫자가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그런데 이 숫자만 보면 이야기의 절반도 모르는 거다. 이 단가표가 나오기까지, 한 사람이 겪은 일들을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9급 공무원에서 충주맨이 되기까지
김선태는 2016년 9급 공무원으로 충주시청에 입사했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맡으면서 이른바 B급 감성 홍보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치 있는 편집, 직접 출연하는 방식이 먹혔다. 채널은 빠르게 성장해 구독자 97만 명까지 올라갔다. (관련기사)
성과가 있었으니 보상도 따랐다. 2023년 말, 입직 7년여 만에 6급으로 특별 승진해 뉴미디어팀장을 맡게 됐다. 보통 공무원 사회에서 6급 팀장이 되려면 20년 가까이 걸린다. (관련기사)
그런데 바로 이 빠른 승진이 불씨가 됐다.
김선태 단가표 논란의 뿌리, 암적인 존재라는 블라인드 글
2026년 2월 13일, 김선태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식이 퍼지자마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공무원이 글을 올렸다.
“충주맨은 공직사회의 암적인 존재였다. 남들은 20년 근속해야 올라가는 6급 팀장을 딸깍하고 받았다. 유튜브 홍보 한다고 순환 근무도 안 했다. 내부에서 얼마나 싫어했겠나.” (관련기사)
같은 시기, 또 다른 충주시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폭로했다. 2024년 당시 충주시청 인트라넷에서 김선태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욕설이 떴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들이 그의 이름 옆에 욕을 함께 검색할 정도로 시기가 심했다는 증언이었다. (관련기사)
점심시간이나 티타임에 김선태 이야기만 나오면 인상을 쓰는 분위기. 한 동료는 나도 유튜브나 할 걸이라고 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관련기사)
단가표가 터지기 전, 사직 직후 벌어진 일들
김선태가 떠나자 충TV 구독자가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이틀 만에 5만 명, 나흘 만에 약 20만 명이 이탈했다. 97만 명이던 구독자가 71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관련기사)
온라인에서는 왕따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급기야 국민신문고에 김선태 주무관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는지 조사하라는 민원이 4건 접수됐다. 충주시 감사담당관실이 실제 조사에 나섰고, 결과는 따돌림 정황 확인되지 않음이었다. (관련기사)
김선태 본인도 직접 해명했다. 절대 왕따가 아니었다. 도와주려 한 분이 대다수였다. 공무원 전체를 욕하셔서 가슴이 아팠다. (관련기사)
그리고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더 벌고 싶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표현도 좋지만, 결국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한 것 아니겠나. (관련기사)
공무원 시절 연봉은 세전 5,700만 원. 외부에서 연봉 2배를 제안받은 적도 있었지만 거절해왔다고 한다. (관련기사)
개인 채널 개설 후 폭발적 성장
3월 3일, 김선태가 개인 유튜브 채널 김선태를 열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채널 개설 2일 만에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이 속도는 블랙핑크 제니 7시간, 백종원 3일, 김종국 5일과 비교되며 준 제니급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관련기사)
영상은 단 2개. 합산 조회수 1,300만 회. 첫 영상 댓글창에는 기업과 공공기관 계정들이 줄을 서서 광고를 제안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계정까지 댓글을 달았다. 메일함에는 광고 문의가 700건 쌓였다. (관련기사)
그리고 3월 6일, 구독자 100만 기념 영상에서 김선태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사익만 추구하면 욕먹을 것 같다. 앞으로 유튜브 수익의 30%를 기부하겠다. (관련기사)
마케터 단톡방에서 시작된 파문
3월 9일. 온라인에 김선태 채널 소개서라는 문건이 퍼졌다.
내용은 이랬다. 브랜디드 플러스 하이라이트 쇼츠 1억 원, 브랜디드 8,000만 원, 15초 단독 쇼츠 5,000만 원, 단순 PPL 3,000만 원. (관련기사)
유출 경로도 함께 드러났다. 한 마케터가 스레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마케터만 1,000명 넘게 있는 단톡방에 누군가 소개서를 올렸다. 업계에서 소개서나 단가는 외부에 공유하지 않는 게 불문율인데, 이게 깨진 것. (관련기사)
이 마케터는 한발 더 나아갔다.
김선태 돈 많이 번다는 프레임을 씌워 욕먹게 만들려고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뿌린 분 때문에 충주맨은 회사 나와서도 고통받는다. (관련기사)
그리고 이 마케터는 김선태의 30% 기부 선언을 언급하며 이렇게도 말했다. 그래서인지 미리 이런 상황을 예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업계에서 본 진짜 숫자
대중은 15초에 5,000만 원이라며 놀랐다. 그런데 업계 반응은 달랐다.
현직 유튜버가 X에 이런 글을 올렸다. 김선태 단가표 보고 사람들이 놀란 것 자체가 신기하다. 연예인 유튜브에서 영상 중간에 이거 저 좋아해요라고 한마디 넣는 것만으로, 급에 따라 다르지만 1,000만 원을 받는다. 김선태 단가는 동급 대비 최저 수준이다. (관련기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화제성에 이 가격이면 오히려 싼 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인플루언서 유튜브 채널의 편당 PPL은 기본 2,000만에서 3,000만 원, 브랜디드 콘텐츠도 3,000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업계 기준이다. (관련기사)
이 이야기들을 조합해보니 보이는 것
이 흐름을 쭉 따라가다 보니 한 가지가 눈에 걸렸다.
공직 시절에는 시청 인트라넷 연관검색어에 욕설이 뜰 정도의 내부 반감이 있었다. 본인도 공무원 사회에서 모난 돌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퇴사 직후에는 블라인드 저격글, 왕따설 확산, 충TV 구독자 20만 명 이탈, 국민신문고 민원까지 접수됐다.
개인 채널을 열자 2일 만에 100만 구독자가 몰렸고 기업 러브콜이 폭주했다.
수익의 30%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업계 불문율을 깬 단가표 유출이 터졌다.
그리고 그 유출을 지켜본 마케터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 나와서도 고통받는다고.
연봉 5,700만 원의 6급 공무원이 퇴사한 지 한 달여 만에 광고 1건에 1억 원짜리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 그 사이에 내부 시기, 왕따설, 블라인드 저격, 구독자 이탈, 국민신문고 민원, 단가표 유출이 순서대로 일어났다.
흥미로운 건 이거다. 그를 향한 공격이 반복될수록, 그의 몸값은 더 올라갔다는 것. 욕설이 검색어에 뜰 때도, 암적 존재라는 글이 올라올 때도, 단가표가 유출됐을 때도. 매번 논란이 터질 때마다 구독자는 늘었고, 화제성은 커졌고, 단가는 더 높아졌다.
누군가는 끌어내리려 했고, 결과는 매번 반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