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수가 밀라노에서 두 딸과 함께한 사진을 올렸다. 인터넷은 “자식농사 대성공”이란 반응으로 뒤덮였다. 그런데 이 한 장의 사진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건, 단순히 예쁜 모녀 사진이어서가 아니다. 그 뒤에는 30년 넘게 이어져 온, 꽤 긴 이야기가 있다.
변정수 밀라노 두 딸, 21살에 결혼을 숨긴 채 런웨이에 서다
1995년. 변정수는 겨우 스물한 살이었다. 같은 과 7살 연상 선배 유용윤과 결혼식을 올렸다.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너무 이르다.
이유가 있었다. 집안이 가난했다. 미술학원 학원비도 없었던 유년 시절. 변정수의 어머니는 “시집가면 거기서 등록금이라도 내주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딸을 시집보냈다고 훗날 고백했다. 그 사연을 안 건, 결혼하고 17년이 지난 뒤였다. 변정수는 녹화 도중 눈물을 쏟았다.

(조선일보 – 변정수 母, 딸 21세 때 서둘러 시집보낸 이유는 가난)
결혼과 동시에 모델로 데뷔했다. 그런데 90년대엔 결혼한 여자가 런웨이에 서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 주인공도 못 하고, 아가씨 역할도 못 한다는 이유로. 그래서 변정수는 결혼 사실을 숨겼다. 해외 촬영 중 시어머니와 전화하다 스태프에게 들킨 게 발단이 됐고, 결국 유부녀 사실이 알려졌다. (KBS – 변정수 “데뷔 초 결혼 숨기고 활동, 기자에게 들통”)
하지만 이 커밍아웃이 오히려 전환점이 됐다. 국내 최초 유부녀 모델. 그 타이틀이 오히려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암 선고 앞에서 유서를 쓴 엄마
2012년.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이던 변정수에게 갑상선암 진단이 내려졌다.
“암이라는 말을 듣고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재산을 가족 명의로 바꿨다. 보험도 넘겼다. 남편에게 “아기 잘 부탁한다”는 유서를 써놓았다. 당시 첫째 유채원은 중학생, 둘째 유정원은 초등학생이었다. (코메디닷컴 – 변정수, 암 수술 앞두고 유서 남겨)
투병 중에도 변정수는 리마인드 웨딩을 올렸다. 결혼 17주년이었다. “나를 기억해달라”는 의미였다. 축의금은 후원하던 네팔 아이들 집을 짓는 데 전액 기부했다. 6년간의 긴 투병 끝에 2018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동아일보 – 변정수, 갑상선암 투병 중 리마인드 웨딩)
1년간 수입 0원이었던 무기력의 늪
암은 이겼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게 찾아왔다. 슬럼프.
2018년, 변정수는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1년간 수입이 단 10원도 없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기만 하니까 슬럼프가 왔다.” 집은 엉망이었고, 거의 누워만 있었다. 동생 변정민은 “언니가 살아있는지 주기적으로 살폈다”고 회상했다. (OSEN – 변정수, 암 투병 후 슬럼프 고백)
그녀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2019년 파리 패션위크였다. 다시 좋아하는 일의 현장에 선 순간, 감사함이 밀려왔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할 거냐. 지금 해야지.” 그때부터 변정수의 인생 모토가 바뀌었다.
엄마를 따라 런웨이에 선 첫째
첫째 딸 유채원. 1998년생. 어릴 때부터 방송에서 호야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뉴욕의 명문 디자인 스쿨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엄마를 따라 패션위크에 스태프로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했다. 2019년 에스팀 모델과 전속계약. 장윤주, 한혜진과 같은 소속사였다. (서울경제 – 변정수 딸 유채원, 에스팀 모델과 전속계약)
변정수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리 패션위크에 데려갔더니 모델로 데뷔하고 왔다.” 현재 유채원은 쁘띠컨시어지 에이전시 소속 모델로 보그, 얼루어, 데이즈드 등 유명 잡지 화보를 찍고 있다. (네이트 – 변정수, 딸 유채원 파리 패션위크 데려갔다가 모델 데뷔)
둘째도 뉴욕에서 헌팅당하는 미모
둘째 딸 유정원. 2006년생.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2025년 10월, 변정수는 둘째와 뉴욕 여행 사진을 올리며 “헌팅을 얼마나 당하는지”라고 자랑했다. 10대임에도 파리 톱 모델급 비율이라는 평을 받았다.
두 딸 모두 미국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첫째는 뉴욕 기반 모델, 둘째는 유학생. 그러니 세 모녀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진이 특별한 이유
2026년 2월 28일, 밀라노. 변정수가 올린 사진 한 장.
“이쁜이들 합체!! 제일 행복하다!”
세 모녀가 밀라노 거리를 걸었다. 와인잔을 기울였다. 거울 셀카를 찍었다. 변정수는 이렇게 썼다. “같이 걷고, 같이 웃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엄마 한 번 더 해 봐! 이 말 듣는 하루면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장. “아이들 어릴 때는 내가 챙겨서 데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애들이 엄마 이거 같이 하자 하고 먼저 손을 잡아준다.”
21살에 결혼해서 결혼을 숨기고 런웨이에 섰던 여자. 암 선고에 유서를 쓰고도 다시 일어난 여자. 1년간 수입 없이 바닥을 찍고도 패션위크에서 부활한 여자. 그런 엄마의 손을, 이제는 딸들이 먼저 잡아준다.
지금 이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현재 변정수의 행보를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읽힌다.
첫째 유채원은 단순한 스타 2세가 아니라 독자적인 모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뉴욕 SVA 졸업, 보그와 얼루어 등 메이저 잡지 활동. 엄마와 같은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 서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둘째 유정원은 아직 20대 초반. 하지만 이미 뉴욕에서 헌팅을 당할 정도의 비주얼로 주목받고 있고, 모델 데뷔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변정수 자신도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유튜브 채널 나는 변정수다를 운영하며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밀라노에서의 세 모녀 합류는 단순한 가족 여행이 아니라, 패션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세 사람의 활동 반경이 겹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가난 때문에 일찍 결혼했던 스물한 살의 소녀가, 30년 뒤 밀라노에서 두 딸과 나란히 걷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곳보다, 더 많은 함께를 남기고 싶다.” 그 한 문장에, 30년치 이야기가 전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