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37년간 이란을 지배한 86세 노인의 최후였다. 이 한 방의 폭격 뒤에는 거의 반세기에 걸친 뒤엉킨 역사가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하메네이 사망의 뿌리 1979년, 미국과 이란이 원수가 된 날
한때 미국과 이란은 동맹이었다. 팔레비 왕정 시절, 이란 국왕은 미국 대통령과 건배를 나눌 정도로 친밀했다. 그런데 1979년, 모든 게 뒤집혔다.
이슬람 혁명이 터졌다. 호메이니가 이끄는 종교 세력이 왕정을 무너뜨렸다. 이란은 하루아침에 친미에서 반미 국가로 바뀌었다. 같은 해 11월,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했다.

미국 외교관 52명이 444일간 인질로 잡혔다. 미국인들의 분노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양국은 국교를 끊었다. 이때부터 47년간, 두 나라는 한 번도 화해하지 못했다.
하메네이라는 사람, 37년의 철권통치
1989년, 혁명을 이끌었던 호메이니가 죽었다. 후임으로 선출된 사람이 바로 알리 하메네이. 그는 이란의 최고지도자로서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에 앉았다. 종교, 군사, 외교 모든 권한을 쥐었다.
37년간 그가 일관되게 밀어붙인 건 딱 두 가지였다. 반미, 반이스라엘. 그는 핵 개발을 밀어붙였고, 중동 곳곳에 친이란 무장세력을 키웠다.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미국이 테러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조직들의 배후에는 늘 하메네이가 있었다.
2018년, 트럼프가 핵합의를 찢었다
잠깐 희망이 보인 적이 있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핵합의(JCPOA)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서방이 경제제재를 풀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는 이 합의를 미국이 맺은 최악의 계약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다시 경제제재가 부활했다. 이란은 핵 개발을 재개했다. 화해의 창문이 닫혔다. (BBC 보도 전문)
2020년, 솔레이마니 암살이라는 전조
2020년 1월 3일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 미군 드론이 차량 한 대를 정밀 타격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였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군사 영웅이었다.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대리전을 지휘하던 핵심 인물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전쟁을 막기 위해 제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에게 이것은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하메네이는 잔혹한 복수를 다짐했다. 이때부터 미국이 언젠가 하메네이까지 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동아일보 보도 전문)
2022년, 머리카락 한 올이 바꾼 이란
2022년 9월,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테헤란에서 체포됐다. 이유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종교경찰에 끌려간 그녀는 구금 중 사망했다.

이란 전역이 들끓었다. 여성, 생명, 자유! 수만 명의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던지며 거리로 나섰다. 5개월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 하메네이 정권은 총과 최루탄으로 진압했다.
시위는 결국 꺾였지만 이란 국민의 마음속에 깊은 균열이 남았다. 하메네이 사망 소식에 이란 시민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환호한 건 이 균열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준다. (위키백과 관련 문서)
2025년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2025년 6월 12일, IAEA 이사회가 이란의 핵 의무 위반을 공식 선언했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의 핵시설과 군사 거점을 대규모 폭격했다.

작전명은 일어서는 사자. 이란은 탄도미사일 200여 발로 반격했다.
12일간의 전쟁이 이어졌다. 미국도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했다. 6월 24일,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전쟁은 이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군부 수뇌부가 사망했고, 핵시설이 파괴됐고, 경제는 더 무너졌다. (연합뉴스 보도 전문)
이란 국민이 먼저 들고일어났다
12일 전쟁의 상처 위에 경제난이 겹쳤다. 서방 제재로 이란 화폐 리얄의 가치는 사상 최저로 폭락했다. 물가는 폭등했다.
2025년 12월 28일, 테헤란 시장의 상인들이 먼저 거리로 나왔다. 경제난 항의 시위였다. 시위는 순식간에 27개 주로 번졌다. 이번에는 2022년과 달랐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상인, 노동자, 심지어 군인 가족까지 합류했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었다. 발포로 진압했다. 인권 단체 추산 약 7,000명이 사망했다. (조선일보 보도 전문)
트럼프는 이 시위를 예의주시했다. 시위대에 대한 살해가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고 선언했다.
마두로 생포가 준 자신감
2026년 1월 3일 새벽.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기습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외국 정상을 직접 잡아오다니.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게 이 작전은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독트린의 첫 번째 성공 사례. 마두로 축출 두 달 뒤, 더 과감해진 트럼프는 이란을 겨냥했다. (연합뉴스 보도 전문)
보름 준다는 최후통첩, 그리고 공습
2026년 2월, 핵 협상이 재개됐다. 오만, 제네바에서 여러 차례 협상이 오갔다. 하지만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을 끝까지 거부했다.
2월 19일, 트럼프가 최후통첩을 날렸다. 10일에서 15일 안에 핵을 포기하라. 안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 이란은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벌이며 맞섰다. 2월 27일, 마지막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조선일보 보도 전문)
그리고 바로 다음 날, 2월 28일. 폭격이 시작됐다. 하메네이는 테헤란 집무실에서 피살됐다. 37년의 통치가 단 하루 만에 끝났다. (미주중앙일보 보도 전문)
하메네이 사망 이후, 우리 지갑에 무슨 일이 벌어지나
이란은 하메네이 사망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에서 30%가 통과하는 곳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중동에서 온다.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미 긴급 점검에 돌입했다. 기름값, 물가, 환율 모두 영향권이다. 월요일 증시 개장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JTBC 보도 전문) (아시아경제 보도 전문)
하메네이 사망, 그 다음 시나리오 세 가지
지금 뉴스에 나오지 않는 핵심 변수들을 정리하면 세 가지 시나리오가 보인다.
첫째, 선전포고 후 협상 시나리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다. 베네수엘라 때처럼 지도자를 제거한 뒤, 남은 지도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현재 미군의 전력으로는 고강도 공습이 4일에서 5일밖에 지속이 안 된다는 분석이 있다. 장기전이 불가능하다면, 하메네이 제거라는 전과를 명분삼아 빠르게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란 내전 시나리오.
가장 위험한 그림이다. 하메네이 사망으로 거리에 나온 시민들과, 보복을 다짐하는 혁명수비대가 충돌할 수 있다. 이란 내부가 둘로 쪼개지면 중동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 후티 등의 독자 행동 가능성도 커진다.
셋째, 라리자니 체제 안착 시나리오.
이란이 비상 후계 체제를 이미 구축해둔 점이 핵심이다. 알리 라리자니 중심의 지도부가 빠르게 안착하면 체제 붕괴 없이 항전이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월요일 국제유가와 한국 증시의 반응, 그리고 트럼프가 추가 공습을 계속하는지 아니면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는지이다.
47년간 꼬인 실타래가 한 번의 공습으로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결말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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