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연쇄살인 미화 논란이 터지기까지, 그 시작점
서울 강북구 수유동.
평범한 모텔 방 안에서 20대 남성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행 도구는 칼도, 총도 아니었다.
음료수 한 잔이었다.
22세 여성 김모씨.
그녀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음료에 타서 남성들에게 건넸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대상은 자신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카페 주차장에서 김씨가 건넨 음료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지만, 다행히 살아났다.
그런데 김씨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약물의 양을 늘렸다.
올해 1월 28일, 모텔에서 만난 20대 남성이 사망했다.
2월 9일, 또 다른 20대 남성이 같은 수법으로 숨졌다.
(연합뉴스 – 모텔 연쇄살인범, 챗GPT에 “수면제랑 술 같이 먹으면 죽어?”)
충격적인 건 그다음이다.
그녀의 휴대폰 포렌식에서 챗GPT 검색 기록이 나왔다.
“수면제와 술을 함께 먹으면 어떤가.”
“얼마나 먹으면 위험한가.”
“죽을 수도 있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범죄심리 전문가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첫 번째 범행을 “실험”이라고 분석했다.
남자친구에게 약을 먹여 4시간 동안 의식을 잃게 한 뒤, 본격적으로 범행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 “남친은 1차 실험 도구였다” 전문가 분석 충격)
“예쁘니까 무죄” 댓글창에서 벌어진 일
경찰은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얼굴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올라온 것이다.
이름, 나이, 출신 고등학교까지.
조회수는 16만 회를 넘겼다.
문제는 그 반응이었다.
“솔직히 이쁘다. 나 같아도 음료수 바로 마신다.”
“키 170에 몸매 좋은 미인이라며?”
“출소하면 나랑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해요.”
사람이 죽었다.
두 명이나.
그런데 댓글창은 살인범의 외모 품평회가 되어 있었다.
(뉴스1 , “강북 모텔녀, 키 170 몸매 좋은 미인, 나 같아도 음료 마셔” 미화 논란)
김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0배 가까이 폭증했다.
계정에는 성희롱성 댓글이 1,800개 넘게 달렸다.
누군가는 이렇게 적었다.
“얼굴도 예쁘고, 잘 꾸미고, 연애도 하고 싶어하는 그 나이대 평범한 여성의 모습.”
“주변에 친구가 있었으면 저런 악마가 되진 않았을 것.”
범죄자를 동정하고, 미화하고, 심지어 연민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유가족은 이 댓글들을 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 강북 모텔 살인녀 팔로워 50배 폭증, “예쁘니까 무죄?” 가해자 미화 논란)
신창원 셔츠 품절, 이은해 팬톡방, 반복되는 역사
이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1999년,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907일 만에 검거됐다.
그가 체포될 때 입고 있던 무지개색 셔츠.
그 셔츠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한국 최초로 범죄자 팬카페가 만들어졌다.
책이 나오고, 만화가 그려지고, 신창원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강도살인치사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한테 벌어진 일이다.
(나무위키 , 신창원)
2022년, 가평 계곡 살인 사건.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계곡에서 남편을 익사시킨 혐의를 받는 이은해.
지명수배 중인 그녀를 둘러싸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이은해 팬톡방이 등장했다.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비키니 사진 보고 반했다.”
살인 용의자를 향해 쏟아진 말들이다.
(조선일보 , “예쁘면 모든 게 용서” 계곡 살인 이은해 팬클럽 대화방 등장)
심리학에서는 이를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라고 부른다.
범죄자에게 성적, 정서적 매력을 느끼는 현상이다.
보니 앤 클라이드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강도와 살인을 일삼던 1930년대 미국의 범죄 커플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공식적인 정신 질환 진단명은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한국경제 , “모텔 살인女, 예쁘니 무죄” 범죄자에 소름돋는 동정 왜?)
경찰이 막자, 인터넷이 터졌다. 사적 제재의 역설
경찰의 신상 비공개 결정은 역효과를 냈다.
공식 공개가 없자, 시민들이 직접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패턴도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20년 만에 공개했다.
당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해당 영상은 수백만 뷰를 기록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운영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삐뚤어진 정의감에 기반한 사적 제재”라고 판시했다.
(중앙일보 ,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 신상공개한 남성, 항소심도 실형)
2020년에는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했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이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겼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BBC 코리아 , 논란의 사적제재 디지털 교도소 왜 자꾸 등장하나)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씨가 아닌 전혀 무관한 여성의 사진이 피의자라며 퍼졌다.
엑스(옛 트위터)에서 조회수 60만 회를 넘기며 확산됐다.
그 여성에게는 외모 평가와 성희롱성 댓글이 쏟아졌다.
피의자도 아닌 사람이, 인터넷의 정의 심판 앞에 서게 된 것이다.
(헤럴드경제 , 모텔 연쇄살인녀 얼굴입니다 가짜 신상 확산에 2차 피해 우려)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의 지적이 핵심을 찌른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안 하면서 오히려 다른 범죄를 만들고 있다.”
(중앙일보 , 모텔 살인 피의자 신상, 경찰 막았더니 온라인서 탈탈 털렸다)
지금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들
현재 이 사건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개된 정보 너머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흐름들이 있다.
첫째, 추가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피해자 3명 외에, 1차와 2차 범행 사이에 김씨가 만난 30대 남성이 새롭게 확인됐다.
그는 노래방에서 김씨가 건넨 음료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파악된 접촉 대상을 전수조사 중이다.
이 말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 모텔 연쇄 살인 추가 피해, “어떤 오빠 안 일어나” 119에 직접 신고)
둘째,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가 임박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전문인력을 투입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가 나오면 범행 동기의 윤곽이 잡힌다.
전문가들은 김씨에게서 충동 통제 장애의 징후를 읽고 있다.
중학교 중퇴, 고등학교 퇴학, 도벽, 주변 이간질.
“인간관계를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욕구가 극단적으로 변질된 형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YTN , 경찰, 모텔 살인 피의자 접촉자 전수조사,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대기)
셋째, 검찰이 신상공개를 재검토하고 있다.
경찰이 비공개로 결정한 것을 검찰이 뒤집을 수 있다.
피해자 유족이 공식적으로 신상 공개를 요청했고, 검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유족 측 변호인은 “추가 범행 가능성이 현존함에도 경찰이 신상 공개를 하지 않은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경제 ,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신상 공개되나, 유족 요청에 검토)
넷째, 그녀에게는 다음 목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압수수색에서 다량의 약물이 발견됐다.
전문가는 “잠재적 피해자, 대기자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이 체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더 늘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진짜 문제는 사라진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상한 곳에 시선을 두고 있다.
살인범의 키가 몇이냐.
얼굴이 예쁘냐.
인스타에 뭘 올렸냐.
그 사이, 정작 물어야 할 질문들이 묻히고 있다.
22세 여성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가.
AI 챗봇은 “죽을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했는가.
왜 1차 범행 신고 이후에도 3차 범행이 가능했는가.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 없이 연쇄 범행에 이르렀는가.
범죄자의 외모에 열광하는 순간, 피해자는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약물로, 한 번은 잊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