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음주 라방 논란, 그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6년 2월 26일, 새벽 3시 40분.
세상이 잠든 시각,
정국은 위버스 라이브를 켰다.
옆에는 친형과 오래된 친구.
손에는 술잔.
입에서는, 그동안 꾹 참아왔던 말들이
하나둘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이다. 그냥 즐겁고 싶다.”
“담배 많이 피웠다. 진짜 노력해서 끊었다.
근데 이걸 왜 이야기 못 하냐. 난 서른인데.”
“회사만 아니면 다 얘기하고 싶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이 방송에서
정국은 지인에게 손가락 욕을 하고,
카메라를 향해 영어 욕설을 내뱉었으며,
팬들이 “제발 꺼라”고 말리자
이렇게 답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방송은 결국 삭제되었다.
하이브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BTS 완전체 컴백까지 단 22일.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이 한 편의 라이브 뒤에는
13년이라는 시간이 접혀 있다.
황금막내라는 예쁜 감옥
정국은 만 15세에 세상에 나왔다.
2013년, 방탄소년단의 막내로 데뷔.
RM이 붙여준 이름은 황금막내
노래, 춤, 외모, 성실함.
뭘 해도 빛나는 아이.
그런데 그 이름에는
보이지 않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다.
영원히 순수하고, 말 잘 듣는 막내일 것.
정국은 그 기대에 부응하며 살았다.
아미들 앞에서 손가락 욕 한 번 못 했고,
담배를 피웠다는 말도 꺼내지 못했고,
마음속에 쌓인 답답함은
언제나 웃음 뒤에 숨겼다.
그가 손등에 조용히 타투를 새겼을 때,
세상은 난리가 났다.
눈썹 피어싱을 했을 때도, 입술 피어싱을 했을 때도.
“아이돌답지 않다.”
“왜 저런 걸 하냐.”
2023년, 정국은 담담하게 말했다.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과한 게 좋았다.
그래서 타투도 하고 피어싱도 했다.”
(다음뉴스, 2023.07.02)
하지만 그 타투를,
그는 1년 넘게 숨기고 살았다.
회사 눈치, 팬들 눈치.
자기 몸에 새긴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
이번 라방에서 그가
“아미들 앞에서 손가락 욕도 못 했다”고 말했을 때,
그건 어젯밤의 감정이 아니었다.
수년간 쌓여온 자기 검열의 고백이었다.
22세, 밥 먹고 술 마신 죄
2020년 봄.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멈춰 있던 시기.
정국이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97년생 친구들과 밥을 먹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아스트로 차은우, NCT 재현, 세븐틴 민규.
또래 친구들과의 평범한 만남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라는 이유로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조선일보, 2020.06.07)
정국은 공식 팬카페에 사과 글을 올렸다.
“매순간 더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형들한테도 죄송합니다.”
(문화일보, 2020.06.07)
스물두 살 청년이
친구들과 밥을 먹은 것에 대해
전 세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 기억은 정국에게 선명하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번 라방에서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아마 그때의 경험 때문이다.
“혼자 음악 하는 사람이었다면
신경 안 쓰고 얘기했을 것 같다.”
‘그룹의 막내’라는 무게가
한 사람의 입을 얼마나 오래 틀어막아 왔는지.
선배가 남긴 그림자. 슈가 음주 사건
BTS 안에서 ‘음주’가 가장 크게 문제 된 건
2024년 슈가의 전동 스쿠터 사건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227%.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몰다가 넘어져 경찰에 적발.
초기에 ‘전동 킥보드’라고 축소 해명했다가
거짓 해명 논란까지 겹치며 파문이 커졌다.
결국 벌금 1,500만 원.
(BBC 코리안, 2024.08.21)
슈가는 자필 사과문에 이렇게 썼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에 누끼쳐 죄송합니다.”
이 한 줄이 BTS 멤버 모두에게
어떤 각인을 남겼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내가 실수하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정국은 이번 라방에서도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계속 회사를 신경 썼다.
“내일 되면 멤버들이 또 얘기하고,
회사에서도 정국 씨 이러면서 말하겠지.”
알고 있었다.
자기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는 게,
그의 감정이 얼마나 임계점에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하이브라는 벽, 오래된 균열
정국이 말한
“회사에서 이야기된 거 아니다. 답답해서 제가 그냥 말하는 것.”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
BTS와 하이브 사이에 쌓여온 긴장을 알아야 한다.
2021년, 팬덤 아미는
하이브가 소속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상품화한다’며
불매 운동을 벌였다.
(BBC 코리안, 2021.11.05)
2024년,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BTS에 대한 사재기 의혹, 사이비 종교 연관설까지 터졌다.
멤버들은 군대에서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팬들은 폭발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지 않는 소속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연합뉴스, 2024.05.03)
정국이 “회사만 아니면 다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
“이거 얘기하는 순간 회사에서 또 난리 난다”고 말한 것.
그 안에는 이미지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소속사와,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티스트 사이의
오래된 줄다리기가 압축되어 있다.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컴백 22일 전의 비명
BTS 완전체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일은 2026년 3월 20일.
4월부터는 전 세계 65회 규모의 월드투어도 예정되어 있다.
(한겨레, 2026.01)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된 시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유는 단순하다.
컴백 프로모션이 시작되면,
정국은 다시 ‘관리되는 정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터뷰, 콘텐츠, 방송 출연.
소속사의 스케줄 안에서
정해진 말을 하고, 정해진 웃음을 짓는 일상.
2월 26일 새벽의 라이브는
그 문이 닫히기 직전,
‘인간 전정국’이 마지막으로 내지른 숨소리였다.
그래서 그는 라방이 끝난 뒤 이렇게 썼다.
“앨범이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컴백하면 진짜 열심히 할게용.”
그리고,
“이제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살 테니
응원해달라.”
그가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
정국은 많은 말을 쏟아냈지만,
동시에 여러 번 멈추기도 했다.
“회사에서 이야기된 거 아니다” 선긋기.
“이거 얘기하면 회사에서 난리 난다” 자기 검열.
그가 삼킨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현재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세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첫째, 음악적 자율성에 대한 갈증.
2023년 솔로 앨범 ‘골든(GOLDEN)’으로
‘Seven’은 스포티파이 26억 스트리밍,
‘Standing Next to You’는 14억 스트리밍.
글로벌 메가히트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정국이
완전체 앨범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어디까지 낼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소속사와 마찰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커리어의 방향에 대한 고민.
“내 방식대로 살겠다”는 선언은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30세 아티스트가
앞으로의 10년을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이 담겨 있다.
셋째, 정서적 고립.
“세상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 말에는 깊은 외로움이 있다.
만 15세부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새벽 술자리에서 카메라를 켜야 했던 사람.
솔직해지려고 취기를 빌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그가 평소에 얼마나 감정을 눌러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논란이 진짜 묻고 있는 것
매일경제의 기사 제목이
이 사태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짚었다.
“경솔했다 vs 숨 막히는 잣대 탓.”
(매일경제 MK스포츠, 2026.02.26)
서른 살 성인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고 고백하고,
친구에게 장난스러운 욕을 한 것.
이것이 전 세계 뉴스가 되는 산업.
그게 K-POP이다.
팬들은 말한다.
“하고 싶은 건 다 해.
그래도 아이돌로서의 모습은
조금은 남겨줬으면 좋겠다.”
그 안에는 사랑과 걱정이 뒤엉켜 있다.
하지만 정국은 이렇게 답했다.
“방송한 거 후회하지 말라고요?
내가 후회를 왜 해? 보고 싶다!”
그는 이번만큼은
‘우상’이 아니라 ‘사람’ 쪽을 택했다.
3월 20일, BTS는 돌아온다.
무대 위의 정국은 다시 완벽할 것이다.
그 조명 아래, 누구보다 빛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그 조명 뒤에는
새벽 3시 40분에
“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던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