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5만원이면 시총 5000조, 이게 현실인가
6월 1일, 미국 투자사 서스퀘하나의 메흐디 호세이니가 삼성전자 목표가 85만원을 제시했다. 이 사람은 16년간 기술주만 분석해온 베테랑이다. 포커 애호가들이 모여 만든 투자사라는 독특한 배경도 있다.
85만원이 실현되면 삼성전자 시총은 약 5000조원. 지금 세계에서 이 숫자를 넘는 기업은 엔비디아, 애플, 구글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슬아슬한 자리에 있다. 삼성전자가 거기 올라간다고.
근데 이게 말이 되느냐를 따지기 전에, 같은 날 벌어진 일을 봐야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만에 10.09% 올랐다. 34만 9000원에 마감. 시총 2040조원. 한국 증시 역사상 단일 종목 시총 2000조원 돌파는 처음이었다.
호세이니가 보고서를 낸 건 5월 29일이고, 주가가 폭등한 건 6월 1일이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시장이 반응한 거다.
→ 삼성전자 파업, 57조 벌어놓고 왜 이 지경이 됐는지 파고든 기록 — 85만원 목표가가 나온 시점에 노조 파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양쪽 리스크를 같이 봐야 판단이 선다.
서스퀘하나가 하이닉스를 낮게 본 이유가 더 이상하다
같은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목표가는 250만원이었다. 6월 2일 기준 주가가 이미 236만원이다. 상승 여력 6%. 사실상 “지금 가격이 적정하다”는 뜻이다.
근데 이상한 점이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세계 점유율은 55~63%다. 삼성전자는 22~29%. 엔비디아에 HBM4를 60% 납품하는 건 하이닉스다. 1분기 영업이익률 72%. 제조업에서 이런 마진은 역사상 거의 없었다. 이 회사가 “상승 여력 제한”이라니.
호세이니의 논리는 이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능력(CAPA)이 더 크고, HBM4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좁힐 수 있다는 거다. 쉽게 말하면 “하이닉스가 좋은 건 다 반영됐고, 삼성이 따라잡는 스토리는 아직 안 반영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국내 증권사들은 정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SK증권이 하이닉스 300만원, KB증권도 300만원. 하나증권 275만원. 전부 “더 간다”는 쪽이다. 삼성전자는 50만~61만원 수준. 월가와 국내 증권가의 시각이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누가 맞을까. 아직 모른다. 다만 서스퀘하나가 마이크론 목표가를 600달러에서 1750달러로 거의 3배 올린 것과 삼성전자를 85만원까지 올린 건 같은 맥락이다. “메모리 전체가 슈퍼사이클이고, 그 안에서 아직 덜 오른 쪽에 베팅한다”는 거다.
1년 전 5만원이었던 주식이 34만원이 됐다는 사실
이 숫자를 한번 되씹어봐야 한다. 삼성전자 52주 최저가가 56,200원이다. 2025년 6월 2일 기록이다. 정확히 1년 전이다.
1년 전 56,200원. 지금 360,500원. 540% 올랐다. 5만원대에서 허우적거리던 시절, “5만전자 바닥 뚫리면 어쩌냐”는 글이 쏟아졌었다. 그때 1000만원 넣은 사람은 지금 6400만원이 됐다.
2026년 1월 첫 거래일 종가가 128,500원이었다. 1년 전 53,400원에서 140% 올라 있었다. 그때도 “비싸다” “지금 사면 물린다”는 말이 나왔다. 그 뒤로 또 180%가 올랐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을 보면 숫자가 말이 안 된다.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755% 증가. 반도체 부문 혼자 53조 7000억원을 벌었다. 전체 이익의 94%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이 실적이 나올 수 있었던 건 HBM4 엔비디아 납품이 2분기부터 본격화되면서, 이미 1분기에 선제적 물량 확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발 물건 당겨달라”는 부탁을 받는 처지가 됐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있었다. ‘수퍼 을’이 아니라 ‘수퍼 갑’이 된 거다.
→ SK하이닉스 시총 1000조 찍었는데 왜 아직 싸다는 말이 나오는지 정리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시총 추격전의 숫자 흐름을 비교할 때 같이 읽으면 감이 온다.
마이크론 1750달러와 삼성 85만원은 같은 베팅이다
호세이니가 삼성전자만 올린 게 아니다. 마이크론 목표가를 600달러에서 1750달러로, 샌디스크를 2000달러에서 3250달러로 올렸다. 전부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다.
계산해보면 패턴이 보인다. 마이크론 1750달러는 현재 대비 약 80% 상승 여력. 삼성전자 85만원은 현재 대비 약 136% 상승 여력. 삼성을 더 높게 본 거다. 마이크론보다 삼성전자가 더 ‘덜 올랐다’고 판단한 거다.
이 판단의 바탕에 깔린 건 HBM4 시장 점유율 재편이다. 지금까지 하이닉스 60%, 삼성 30%, 마이크론 10%로 알려졌던 엔비디아 공급 비중이, HBM4E 세대에서는 하이닉스 60%, 삼성 40%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마이크론이 밀려나는 대신 삼성이 치고 올라오는 그림이다.
벤진가에 따르면 서스퀘하나는 2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을 확인한 뒤 목표가를 올렸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니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니 이익이 폭발하고, 이익이 폭발하니 주가가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다.
10만원에 팔고 후회한 사람, 34만원에 사서 후회할 사람
서울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10만원대 초반에 삼성전자를 팔았던 개인투자자들의 후회가 쏟아지고 있다. 방송인 지석진이 방송에서 “10만원대에 팔았다”고 고백한 게 화제가 됐다. 4월 기준 주가가 21만원을 넘었을 때 이미 2배를 놓친 거였고, 지금은 3배 이상을 놓쳤다.
근데 반대편도 있다. “4년 물린 삼성전자 주식 8만원에 팔았더니 20만원으로 급등, 속이 쓰리다”는 사연도 나왔다. 8만원에 사서 4년을 버텼는데, 결국 본전에 팔았고, 그 뒤로 주가가 치솟은 거다.
이 두 사례가 말하는 건 하나다. 삼성전자 주가 5~8만원 시절에 산 사람 중 상당수가 버티지 못하고 팔았다. 왜? 그때 “삼성은 끝났다” “AI 시대에 뒤처졌다” “5만원도 비싸다”는 분석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85만원이라는 목표가가 나왔다. 34만원인 지금 사서 85만원까지 갈 수 있느냐. 아니면 34만원이 이미 고점이어서 또 물리느냐. 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 전에 56,000원이 바닥인 줄 알았는데, 12개월 만에 6배가 됐다. 그 사이에 실적이 7.5배로 뛰었으니 주가가 따라간 건 논리적으로 맞다. 문제는 “앞으로도 실적이 이 속도로 갈 수 있느냐”다.
시총 2000조 돌파 다음 날, 진짜 봐야 할 숫자
6월 1일 시총 2000조원을 찍은 다음 날인 6월 2일, 삼성전자는 36만 500원으로 마감했다. 추가로 3.3% 더 올랐다. 장중 37만원까지 갔다가 빠졌다.
근데 여기서 봐야 할 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총 격차다. 5월 29일에 190조원까지 좁혀졌던 격차가 6월 1일 하루 만에 다시 340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하이닉스가 빠진 게 아니라 삼성이 갑자기 치솟은 거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시총을 추월하는 순간이 오히려 강세장 종료 신호”라고 분석했다. 2000년 닷컴버블 때 시스코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한 직후 버블이 붕괴된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니까 “하이닉스가 삼성을 넘는 날이 오면 조심하라”는 뜻이다.
아직 그 날은 오지 않았다. 삼성전자 2026년 예상 순이익 280조원, SK하이닉스 208조원. 실적 기준으로는 삼성이 아직 앞서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 속도는 하이닉스가 더 빠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164%, SK하이닉스 258%.
다음에 볼 건 이거다. 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 공급이 2분기부터 본격화된다. 2분기 실적이 1분기 57조를 넘기느냐. 넘기면 85만원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게 되고, 못 넘기면 “과대평가”라는 말이 다시 나올 거다.
→ 코스피 주도주 교체 신호, 삼전닉스 유동성 급락 후 돈이 간 곳 — 시총 2000조 이후 수급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다음 움직임을 판단할 때 필요한 데이터가 정리돼 있다.
Q&A
Q1. 서스퀘하나가 뭐 하는 회사야?
1987년 포커 애호가들이 설립한 미국 투자사다. 월가 전통 투자은행과 달리 자기자본 퀀트 트레이딩과 마켓메이킹 중심이다. 기술주 분석에서 독자적 시각으로 유명하며, 호세이니 연구원이 16년간 기술 섹터를 맡고 있다.
Q2. 삼성전자 85만원이면 PER이 얼마야?
2026년 예상 순이익 280조원 기준으로 시총 5000조원이면 PER 약 18배다. 현재 엔비디아 25배, TSMC 20배와 비교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Q3. SK하이닉스 250만원이면 더 이상 못 오른다는 뜻이야?
서스퀘하나 기준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목표가는 275만~380만원까지 분포돼 있다. 6~7월 미국 ADR 상장이 성사되면 밸류에이션이 재조정될 여지가 있어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Q4.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전보다 6배 올랐으면 지금 사기엔 너무 늦은 거 아냐?
52주 최저 56,200원에서 36만원까지 온 건 맞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55% 증가했다. 실적 대비 주가 상승률은 비슷한 수준이다. “비싸다”의 기준은 주가 절대값이 아니라 이익 대비 배수(PER)로 판단해야 한다.
Q5.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는 어떻게 됐어?
5월 21일 시작된 총파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이재용 회장의 사과와 사측 양보안 제시 이후 부분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상한제 폐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아 재파업 가능성이 남아 있다.
참고 자료
- 삼성전자 파업, 역대급 실적 57조 찍자마자 30조가 증발할 위기 — 85만원 목표가와 동시에 터진 파업 리스크, 양쪽을 같이 봐야 판단이 선다.
- SK하이닉스 시총 1000조 찍었는데 왜 아직 싸다는 말이 나오는지 — 하이닉스 250만원이 적정한지 판단하려면 1000조 돌파 당시 분석과 비교해봐야 한다.
- 코스피 주도주 교체 신호, 삼전닉스 유동성 급락 후 돈이 간 곳 — 시총 2000조 이후 수급 흐름이 궁금하면 여기에 데이터가 있다.
- 삼성전자 이송이 발언 논란, 회사 없애겠다는 사람이 급여 받는 모순 — 파업 지도부의 행동 패턴을 보면 주가 리스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 전원주 하이닉스 800억 보유설, 87세 할머니가 15년간 안 판 결과 — 삼성 85만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결국 장기투자 마인드셋 문제다. 전원주 사례가 기준점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