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70조 매도설이 나온 배경부터 이상하다
국민연금 170조 매도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부터 짚어보자.
올해 초 코스피가 4000대였다. 5월에 8000을 찍었다. 4개월 만에 두 배. 주가가 오르니까 국민연금이 가진 국내 주식 가치도 같이 뛰었다. 2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전체 자산 1610조 원 중에서 국내 주식이 24.6%, 금액으로 395조 원이었다(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문제는 올해 목표 비중이 14.9%였다는 거다. 24.6%면 목표의 거의 두 배. 원칙대로라면 초과분을 팔아야 했다. 그 금액이 대략 170조 원.
하루 코스피 거래대금이 20~30조 원인 시장에서 170조를 판다? 시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포가 퍼졌다.
근데 여기서 의심이 생긴다. 왜 목표 비중이 14.9%로 그렇게 낮았을까. 이건 2025년 5월에 정한 수치였다. 코스피가 3000~4000대일 때 만든 계획이다. 시장이 이렇게 폭등할 줄 아무도 몰랐던 건 맞다. 근데 1월에 이미 코스피가 5000을 넘었을 때 비중을 14.9%에서 겨우 소폭 올리고 리밸런싱만 6월까지 유예했다(시사저널e). 왜 그때 과감하게 못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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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기금위가 내린 결정, 왜 하필 이 타이밍이었나
5월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렸다(경향신문). 한 번에 5.9%포인트를 올린 거다. 이렇게 되면 170조를 안 팔아도 된다. 시장 매도 폭탄 우려가 사라졌다.
근데 이 결정의 속을 들여다보면.
기금위는 “상법 개정에 따른 국내 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맞는 말이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고 있었다(연합뉴스).
근데 의심해보자. 진짜 이유가 “구조적 변화를 인정해서”일까? 아니면 “팔면 시장이 무너지니까 안 팔기로 한 것”일까?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5월 15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속 고민이 많다”고 했다(매일경제). 한 달에 기금위를 두 번 소집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건 여유 있는 결정이 아니라 등 떠밀린 결정처럼 보인다.
국민연금이 못 팔게 된 진짜 구조를 의심해봐야 한다
주체별로 뜯어보자.
정부 입장. 코스피가 8000이다. 정권의 경제 성적표다. 여기서 국민연금이 170조를 팔아서 폭락이 나면? 정치적으로 치명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초에 국민성장펀드까지 직접 홍보하면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했다(금융위원회). 주식 시장을 키우는 게 정권의 방향이었다.
국민연금 이사장 입장. 2025년 12월에 임명된 김성주 이사장은 취임 초부터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 휩싸였다(연합인포맥스). 코스닥 투자 확대, 국내 주식 비중 유지.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계속 같이 갔다.
개인 투자자 입장. 코스피가 올라서 수익이 났다. 근데 국민연금이 갑자기 170조를 팔면? 내 수익이 날아간다. 커뮤니티에서 “국민연금 매도 폭탄” 공포가 퍼진 이유다.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도, 국민연금도, 개인투자자도 모두 “안 파는 게” 이득이었다. 그러니까 안 팔기로 한 거다. 이게 “구조적 변화 인정”이라는 포장 아래 있는 진짜 이해관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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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을 올렸다고 끝난 게 아닌 이유
목표를 20.8%로 올렸다. 근데 5월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은 27~29% 수준이다(채널A). 20.8%보다 여전히 높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3%포인트 정도)를 더해도 약 23.8%까지만 괜찮다는 건데, 지금은 그것도 넘은 상태다.
기금위가 “한시적으로 허용범위를 확대한다”고 했다. 정확한 숫자는 안 밝혔다. 대략 25.8% 이상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한겨레). 그래도 29%면 여전히 초과다.
결국 코스피가 이대로 유지되거나 더 오르면, 매도 압력은 다시 올 수밖에 없다. 지금은 유예한 거지, 해결한 게 아니다.
서울대 최재원 교수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다시 리밸런싱을 해서 해외 주식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칙을 바꿔서 당장의 위기를 넘긴 건데, 원칙을 바꾸는 게 반복되면 그게 원칙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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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떨어지면 그때는 누가 책임지나
5월 15일에 코스피가 장중 8000 돌파 후 하루 만에 7493으로 6.12% 빠졌다(매일경제). 하루에 500포인트. 김성주 이사장은 “단기 조정”이라고 했다.
근데 여기서 무서운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을 올려서 안 팔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안심하고 산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어난다(인스타그램 관련 게시물). 그러다가 코스피가 진짜로 꺾이면?
국민연금은 1610조짜리 기금이니까 버틸 수 있다. 개인은 못 버틴다. 결국 “국민연금이 안 판다”는 소식에 안심하고 들어간 개인이 나중에 피해를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개인에게 잘못된 안심을 줬다면,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걸까.
진짜 질문은 이거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이다. 1610조 원. 이 돈의 목적은 “국내 주식시장 떠받치기”가 아니라 “안정적 수익으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다.
근데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면. 코스피 올리는 정책을 펴는 정부. 그 정부가 임명한 이사장. 주식을 안 팔기로 한 기금위. 이 흐름이 과연 국민의 노후를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시장을 안 무너뜨리기 위한 결정인지.
2025년에 국민연금은 수익률 18.82%를 기록했다(국민연금공단). 올해는 2월까지 10.26%. 엄청난 성적이다. 하지만 이 수익은 “코스피가 올랐기 때문에” 생긴 거다. 코스피가 내려가면 이 수익도 사라진다. 그때 국내 주식을 25% 넘게 들고 있으면 손실도 그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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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대신 남는 질문
170조 매도 폭탄은 일단 피했다. 기금위가 목표 비중을 올려서 “합법적으로” 안 팔아도 되게 만들었다. 시장은 환호했고 코스피는 계속 간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 다음에 코스피가 1만을 가면? 비중을 또 올리나? 2만을 가면? 계속 올리나? 원칙을 한 번 바꾸면 두 번 바꾸기 쉽다.
국민연금이 진짜로 팔아야 할 날이 오면, 그때 시장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날은 정말 안 올까.
Q&A
Q1. 국민연금 170조 매도가 실제로 일어날 뻔했나?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14.9%)의 거의 2배인 24.6%까지 올랐다. 원칙대로면 170조 원어치를 팔아야 했지만, 5월 28일 기금위가 목표 비중을 20.8%로 올려서 매도 압력을 줄였다.
Q2. 국민연금이 매도하면 코스피가 정말 폭락하나?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20~30조 원인데 170조를 단기간에 팔면 수급 충격으로 급락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기금위도 시장 영향을 고려해 목표 비중을 조정한 것이다.
Q3. 이번 결정으로 매도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가?
아니다. 현재 비중이 27~29%로 조정된 목표 20.8%보다 여전히 높다. 코스피가 계속 오르면 매도 압력은 다시 생길 수 있다.
Q4. 국민연금 비중 상향이 개인투자자에게 좋은 건가?
단기적으로는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아 호재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안 판다는 안심에 과도하게 투자하면, 향후 조정 시 개인만 피해를 볼 수 있다.
Q5. 앞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더 살 수 있나?
목표 비중이 20.8%이고 현재 비중이 그보다 높으므로 추가 매수보다는 “안 파는 것”에 가깝다. 추가 매수 여력은 거의 없다.
참고 자료
- 국민연금 매수종목, 폭락장에서 담은 진짜 이유 — 국민연금이 실제로 어떤 종목을 언제 사는지, 그 패턴이 궁금하다면
- 코스피 주도주 교체 신호, 삼전닉스 유동성 급락 후 돈이 간 곳 — 코스피 8000인데 왜 내 종목만 안 오르는지 답답하다면
- 국민성장펀드, 뉴딜펀드 0.75%였던 정부가 왜 또 펀드를 만들었나 —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어떤 결과가 났는지 비교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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