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송이, 회사를 없애겠다는 사람이 왜 회사에 다니고 있나
삼성전자 이송이 부위원장이 5월 17일 저녁, 노조 소통방에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고 썼다. 분사도 각오한다고 했고, 감방 가면 책 읽고 운동하겠다고도 했다. 총파업 3일 전, 7만 조합원이 지켜보는 공간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회사를 없애겠다는 사람이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그 급여를 받으면서 회사를 협박한다. 이게 과연 노동자의 분노인지, 아니면 계산된 포지셔닝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었다.
월급쟁이가 깡패가 되겠다고 한 이유
이송이 부위원장의 발언 전문을 보면, 감정 폭발처럼 보이지만 배치가 묘했다. “죽빵 한 대 갈기고 싶다” 다음에 “원한다면 깡패가 되죠”가 나오고, 그 뒤에 “법대로 해왔다”가 붙었다. 감정인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 합법 범위를 강조했다.
이 발언이 나온 시점은 사측이 영업이익 10% 또는 EVA 20% 선택안을 제안한 직후였다. 중노위가 제시했던 12%보다 후퇴한 조건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밀렸다고 느꼈을 때, 테이블 밖에서 판을 뒤집으려 한 것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보면 이렇다. 파업 직전, 지도부가 물러서면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7만 조합원 앞에서 “우리가 이만큼 싸웠다”는 서사가 필요했고, 그 서사의 클라이맥스에 과격한 언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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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45조를 외치는 사람이 진짜 원하는 건 뭐였나
노조는 영업이익 15%, 금액으로 약 45조 원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약 3억 원이다. 현실적으로 회사가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건 요구한 쪽도 알고 있었다.
그럼 왜 이런 숫자를 내걸었을까. 협상에서 높게 부르고 내려오는 전술이라면, 최종 목표는 12~15% 사이 어딘가의 제도화였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봐야 했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 중 대부분은 반도체(DS) 부문에서 나왔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적자 상태였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면 DS 직원들은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지만, DX 직원들은 거의 받지 못했다. 같은 노조비를 내면서 혜택은 한쪽으로만 쏠리는 형태였던 것이다.
결국 DX 부문에서 2,500명 이상이 노조를 탈퇴했다. “반도체만 삼성이냐”는 말이 나왔고,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한 달 만에 4,000명 넘게 줄었다.
위원장은 왜 파업 직전에 동남아 휴가를 갔나
4월 28일, 총파업을 열흘 남짓 앞둔 시점에 최승호 위원장이 동남아로 일주일 휴가를 떠났다. 7만 조합원의 생계가 걸린 투쟁을 지휘하는 사람이 해외여행을 간 것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먼저 의문이 터졌다. 최승호 위원장은 회사로부터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를 적용받아 회사 급여를 전액 수령하면서, 동시에 노조에서 월 1,000만 원의 직책수당을 별도로 받고 있었다. 두 곳에서 돈을 받으면서 파업을 지휘하는 형태였다.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 무급이다. 지도부는 유급이다. 이 차이가 알려지자 “황제노조”라는 말이 퍼졌고, 탈퇴 행렬에 가속이 붙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읽으면 단순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조합비는 계속 걷히고, 직책수당은 계속 나갔다. 파업을 빨리 끝낼 유인이 지도부에게 있었을까.
해명이 오히려 의심을 키운 이유
이송이 부위원장은 논란 후 “삼성전자를 없애자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원문을 보면 “분사 각오로 전달합니다”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분사는 회사를 쪼개는 것이다. 관행 지적과 분사 각오는 전혀 다른 수위의 말이었다.
더 의심스러운 건, 이 발언이 나온 뒤 소통방에서 “코스피 쭉 빼봅시다”라는 글까지 등장했다는 점이다. “협상 결렬되면 중국에 기술 유출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이건 노동 운동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인질로 잡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여론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노조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답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중이 느낀 건 “저 사람들은 자기 몫을 챙기려고 나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재용이 머리를 숙인 건 누구를 위해서였나
5월 16일, 이재용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제 탓”이라고 했다. 회장이 직접 나선 건 엔비디아, 애플 같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 차질 경고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이재용의 사과를 선의로 읽을 수도 있고, 이기심으로 읽을 수도 있다.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 고객사는 SK하이닉스로 옮긴다. 한번 옮긴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재용이 머리를 숙인 건 직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사를 위해서이자 곧 주가를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소액주주 단체는 “파업 시 조합원 전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했다. 주주의 이기심도 명확했다. 배당금이 줄어드는 게 싫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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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싸움에서 모두가 원하는 건 하나다
이송이는 “돈 보고 하는 거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 싸움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돈 이야기였다. 노조는 45조를 원했고, 회사는 지키려 했고, 주주는 배당을 원했고, 정부는 경제 피해를 막으려 했다.
“돈 보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사람이 소속된 지도부가 회사 급여와 별도로 월 수천만 원을 가져가고 있었다. “깡패가 되겠다”고 한 사람이 실제로 잃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감방 가겠다고 했지만,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만 30일 멈추는 것이지 누구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었다.
2024년에도 삼성전자 노조는 첫 총파업을 했다. 결과는 노사 모두 타격을 입고 흐지부지 끝났다. 2년 만에 다시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달라진 건 하나, 이번에는 회사 실적이 역대 최대라서 나눌 돈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 이송이의 막말도, 이재용의 사과도, 주주의 손배소 협박도, 정부의 긴급조정권 언급도 전부 같은 본질 위에 서 있었다. 각자의 몫을 지키거나 더 가져가려는 싸움이었다. 다만 그 싸움을 “정의”나 “상생”이라는 단어로 포장했을 뿐이었다.
Q&A
Q1. 이송이는 삼성전자에서 어떤 직책인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부위원장이다. 노조 지도부 핵심 간부로, 7만여 명 조합원의 투쟁 방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Q2. 이송이가 문제가 된 발언은 정확히 뭔가?
2026년 5월 17일 저녁,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분사 각오”, “원한다면 깡패가 되겠다”, “감방 보내면 책 읽고 운동하겠다”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Q3.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는 얼마인가?
2026년 예상 영업이익 기준 약 45조 원이다. 직원 1인당 약 3억 원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과도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Q4. 왜 노조 조합원이 대거 탈퇴했나?
위원장 월 1,000만 원 직책수당 논란, DS(반도체) 부문 편향 요구로 인한 DX(스마트폰·가전) 직원 소외감, 블랙리스트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 달간 4,000명 이상이 탈퇴했다.
Q5.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어떻게 되나?
파업이 즉시 30일간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 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 동력을 상실할 수 있어 가장 꺼리는 수단이다.
참고 자료
- 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 발언 파문 원문 기사 (IT조선/Daum) – 이송이 발언 전문과 사측 제안 내용 확인
- 위원장 직책수당 월 1000만원 논란 (중앙일보) – 노조 지도부 수당 체계의 상세 내역
-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최종 결렬 (조선일보) – 협상 결렬 과정과 쟁점 정리
- 삼성전자 DX 직원 노조 탈퇴 행렬 (아이뉴스24) – 부문 간 갈등과 탈퇴 이유 분석
- 이재용 대국민 사과 전문 (BBC 코리아) – 회장 등판 배경과 고객사 압박 상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