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주 급등, 캐즘 끝났다는 말 진짜 믿어도 되는 건지 따져봤다

2차전지 관련주 급등, “캐즘 끝났다”는 말 진짜 믿어도 되는 걸까

2차전지 관련주가 어제(4월 21일) 일제히 폭등했다. 삼성SDI 19.89%, LG에너지솔루션 11.42%, 포스코퓨처엠 8.25%.

하루 만에 이 정도 숫자가 찍히니까 소셜미디어에서는 “드디어 구조대 왔다”, “손실 3년 만에 양전 찍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반대편에서는 “또 물릴까 봐 무섭다”는 글도 올라왔다.

2차전지 관련주를 들고 있거나, 지금이라도 타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벤츠가 삼성SDI를 찍었다, 10조 원짜리 계약의 파급력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삼성SDI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다년 배터리 공급 계약이었다. 4월 20일 발표된 이 계약은 2028년부터 벤츠 차세대 전기차에 하이니켈 NCM 각형 배터리를 납품하는 내용이다.

금액은 1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이미 BMW, 아우디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벤츠까지 잡으면서 독일 프리미엄 3사를 모두 거래처로 확보한 유일한 한국 배터리 회사가 됐다.

장중 64만 8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찍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불난 중국산 배터리 버렸나 보네”라는 반응이 바로 달렸다.

1분기 적자인데 왜 주가는 올랐을까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올해 1분기에 적자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손실 2078억 원, 삼성SDI가 2581억 원, SK온이 1605억 원이다. 실적만 보면 살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시장은 “지금이 바닥”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증권사 컨센서스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삼성SDI는 4분기 흑자 전환 전망이 나와 있다. 적자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벤츠 계약 같은 수주 뉴스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셈이다.

전쟁이 배터리를 살렸다는 아이러니

이번 2차전지 랠리는 사실 벤츠 계약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3월 말부터 이미 상승세가 시작됐었다. 원인은 중동 전쟁이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근방까지 치솟았다. 기름값이 오르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가 다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2월 기준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여기에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에 1GWh급 유럽 최대 ESS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흐름 위에 있었다.

전쟁이 배터리를 살린 셈인데, “아이러니하지만 2차전지 부활의 첫 번째 호재가 중동 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EU가 중국 배터리를 막아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K배터리가 장기적으로 유리해진 배경도 있다. 지난달 EU가 시행한 산업가속화법(IAA)은 사실상 중국 배터리를 겨냥한 규제다. 유럽 내 생산을 유도하고, 외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

중국 CATL은 헝가리 공장 건설 중이지만 환경 규제와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헝가리, SK온도 헝가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이미 생산 거점을 확보해뒀다.

지난해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5.4%까지 떨어지면서 “끝났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는데, 규제 환경이 바뀌면서 반대로 유럽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금양 사태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

분위기에 취하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같은 2차전지 관련주였던 금양이다. 한때 19만 원까지 올라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던 금양은 지금 9000원대다.

24만 명의 개미가 물려 있고, 다음 달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몽골 리튬 광산 매출 98% 하향, 사우디 투자금 납입 연기, 외부감사 문제까지 터졌다.

“이차전지 한마디에 24만 개미가 몰렸다”는 기사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19만 원이 9천 원 됐다, 노숙 직전”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소액주주들은 전 금감원장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삼성SDI 같은 대형주와 금양 같은 테마주는 같은 “2차전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다.

지금이라도 타야 하나, 아니면 또 물리나

솔직히 말하면 누구도 정답을 모른다. 다만 지금 시장이 보는 방향은 꽤 명확하다.

  • 첫째, 고유가가 유지되는 한 전기차와 ESS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 둘째, EU 규제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K배터리의 유럽 점유율 회복 가능성이 열렸다.
  • 셋째, 하반기 실적 흑자 전환 전망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 ETF가 39.33%,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가 34.22% 올랐다. 수익률 1, 2위를 배터리 ETF가 싹 쓸어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전망”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2023년에도 에코프로가 하늘을 뚫을 때 “막차 탔다가 폭탄처리반 됐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대형주 중심으로 보되, 테마주에 몰빵하는 건 금양 사태가 증명한 것처럼 계좌가 증발하는 지름길이다.

내 판단은 이렇다. 2차전지는 “캐즘이 끝났다”기보다는 “캐즘을 뚫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벤츠 계약, EU 규제, 고유가, ESS 확대라는 네 가지 퍼즐이 맞춰지고 있지만, 아직 완성된 그림은 아니다. 지금은 “뛰어들 타이밍”이 아니라 “눈을 떼지 말아야 할 타이밍”에 가깝다.

Q&A

Q1. 삼성SDI가 벤츠와 계약했다는데 지금 사도 될까?
계약 자체는 2028년부터 납품이라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미 주가에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에, 추격 매수보다는 눌림목을 기다리는 전략이 유리하다.

Q2. 2차전지 ETF랑 개별주 중에 뭐가 나을까?
개별주는 금양 같은 리스크가 있고, ETF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주 중심으로 분산돼 있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섹터 전체에 베팅하고 싶다면 ETF가 현실적이다.

Q3. 배터리 3사가 전부 적자인데 왜 주가가 오르는 거야?
주식시장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실적을 먼저 반영한다. 하반기 흑자 전환 전망과 벤츠 수주 같은 신규 매출 파이프라인이 투자 심리를 바꿨다.

Q4. 고유가가 끝나면 2차전지 상승도 끝나는 거 아닌가?
유가 하락이 오히려 배터리 업종의 원재료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WTI 80달러 수준에서 2차전지 월평균 주가 수익률이 4.9%로 가장 높았다.

Q5. 금양 같은 종목에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적자인 기업, 외부감사 의견이 거절이나 한정인 기업은 피해야 한다. DART에서 사업보고서를 확인하고, 시가총액 대비 매출이 비정상적으로 작은 종목은 걸러야 한다.

※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는 AI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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