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이 이틀 연속 극과 극을 오갔다.
3월 24일, 하한가.
3월 25일, 상한가.
그 사이, 대표이사 주식은 반대매매당했다.
감사보고서 못 냈다는 공시 하나에 주가는 반토막 났고, 적정 의견 받았다는 한 줄에 30% 튀어올랐다.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쌓여 있었길래, 이 정도의 파동이 일어난 걸까.
이건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기사들을 쭉 모아서 읽어봤더니, 흥미로운 흐름이 보였다.
엔켐의 시작, 코스닥 시총 5위까지 올라간 스타 기업
2021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엔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 국내 1위 생산업체다.
2차전지 붐이 절정이던 2024년 2월, 주가는 36만 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총 5위.
시가총액 5조 7천억 원.
(뉴시스)
그때 이 회사를 보는 시장의 눈은 뜨거웠다.
글로벌 전해액 1위가 될 회사.
북미, 유럽, 중국, 전 세계에 공장을 짓고 있는 회사.
그런데 그 뒤로, 꼬이기 시작했다.
엔켐 대표이사의 담보 대출, 시작은 2023년이었다
엔켐의 핵심 인물은 대표이사 오정강.
그는 2023년, 자기 보유 주식 대부분을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1,300억 원 넘는 자금을 빌렸다.
보유 주식의 98.1%가 담보로 잡혔다.
(뉴스웨이)
빌린 돈은 어디에 썼을까.
공시에 따르면 394억 원은 오 대표의 개인 회사 아틀라스팔천에 대여됐다.
아틀라스팔천은 이 돈으로 코스닥 상장사 광무와 중앙첨단소재의 지분을 사들였다.
대표이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른 상장사 경영권을 확보한 구조다.
그런데 이 담보 대출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았다.
엔켐 불성실 공시, 2024년 11월 거래 정지
2024년 10월, 거래소가 엔켐을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예고했다.
사유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 제공 계약을 신고 기한 내에 공시하지 않은 것, 총 10건.
(매경)
누적 벌점 9점.
공시 위반 제재금 3,600만 원.
2024년 11월 6일, 하루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공시)
공교롭게도 그날은 미국 대선 개표일이었다.
트럼프 당선 소식에 2차전지 업종이 일제히 급락하는데, 엔켐 주주들은 팔지도 못했다.
이 타이밍이 우연이라고 해도, 참 묘하다.
엔켐 관계사의 코인식 작전 의혹, 이유 없이 주가가 뛰었다
2025년 4월, 한국경제에서 시리즈 기사가 나왔다.
제목은 관계사 돌려막기, 엔켐 계열의 주가 폭등, 코인식 작전 의혹.
(한국경제)
기사를 조합해보니 이런 흐름이 보였다.
엔켐이 계열사 중앙첨단소재에 전환사채 220억 원을 투자.
오정강 대표의 개인회사 아틀라스팔천이 광무와 중앙첨단소재 지분을 매매.
그 뒤 관계사 주가가 한 달 만에 27%에서 49%까지 급등.
특별한 실적이나 호재 없이, 수급만으로.
시장에서는 코인처럼 가격을 올리는 구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엔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딜사이트)
엔켐 전환사채, 17차례 사고팔고를 반복한 사채 되팔기 악순환
엔켐은 2024년 11월, 2,5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그런데 이 중 1,700억 이상이 청약 미달됐다.
(조선비즈)
이후 벌어진 일은 더 복잡하다.
엔켐은 2025년 한 해 동안 자기 전환사채를 17차례 되사고, 다시 팔았다.
(인포스탁데일리)
2025년 11월에는 사채 되팔기 악순환으로 주가 폭락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자기 CB를 팔 때마다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를 계속 눌렀다.
(파이낸셜투데이)
2025년 12월에는 보유 CB를 헐값에 매각하고, 신규 CB는 오정강 대표의 회사가 인수하는 구조가 보도됐다.
(뉴스톱)
이 기사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해보니,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엔켐 파생상품 손실 4,519억 원, 순손실 5,712억 원
CB를 공정가치로 평가하자, 숫자가 터졌다.
2024년 파생상품 평가손실 4,838억 원.
당기순손실 5,712억 원.
자기자본의 약 40%에 해당하는 손실이었다.
(뉴스워커)
엔켐 측은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평가손실이라고 설명했다.
(한스경제)
그 사이 오정강 대표의 연봉은 50% 인상돼 14.5억 원이 됐다.
주가는 5분의 1 토막이 나 있었다.
(스마트투데이)
이 두 가지 사실을 나란히 놓으니, 묘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엔켐 미국 공장 건설 백지화, 2,000억 투자 계획 철회
2023년 6월, 엔켐은 미국 테네시주에 2,000억 원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포드와 SK온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납품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2025년 10월, 이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유였다.
(한국경제)
성장의 핵심이었던 북미 전략이 백지로 돌아간 순간이다.
엔켐 매출 3억 미만 해프닝, 2025년 11월에 또 거래 정지
2025년 11월 14일, 거래소가 엔켐의 거래를 또 정지시켰다.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이 마이너스 65억 원으로 집계돼, 분기 매출 3억 원 미만 요건에 걸린 것이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블로터)
다만 이는 중국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 취소에 따른 일시적 마이너스 매출이었고, 엔켐이 분기보고서를 정정하면서 사흘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결과적으로는 해프닝이었지만, 시장 신뢰는 다시 한 번 흔들렸다.
(조선비즈)
기사들을 연결해보면, 이 회사에 거래 정지라는 단어가 붙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엔켐 감사보고서 지연, 3월 24일 하한가 폭락
2026년 3월 23일, 장 마감 후.
엔켐이 공시를 냈다.
감사의견 형성을 위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
(매일경제)
다음 날인 3월 24일.
엔켐은 장 시작부터 하한가 마이너스 29.94%로 직행했다.
29,950원. 수정주가 기준 역대 최저.
36만 원에서 3만 원 아래로. 11분의 1.
(연합뉴스)
투자자들의 공포 포인트는 명확했다.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면 관리종목, 거래정지, 그리고 상장폐지.
과거 금양이 걸었던 그 길이다.
엔켐 대표 반대매매, 3월 25일 최대주주 변경
주가가 폭락하자, 담보유지비율이 무너졌다.
3월 25일 공시.
오정강 대표의 주식 160만 6,325주, 지분 9.01%가 반대매매로 시장에 쏟아졌다.
오 대표의 지분은 13.18%에서 4.17%로 쪼그라들었다.
최대주주가 오정강에서 와이어트그룹으로 변경됐다.
와이어트그룹은 오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스마트투데이)
실질적으로는 오 대표 본인의 회사이므로 경영권 변동은 아니다.
하지만 공시에 적힌 팩트는 이것이다.
933억 원 규모의 주식 담보 대출에서, 160만 주가 강제 매도됐다.
엔켐 감사의견 적정 확보, 같은 날 상한가
같은 3월 25일 오전.
엔켐은 홈페이지에 팝업을 띄웠다.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수령했으며, 감사의견은 적정.
(스마트투데이)
주가는 곧바로 상한가 플러스 29.88%, 38,900원을 기록했다.
(조선비즈)
전날 하한가, 다음 날 상한가.
48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걸리는 게 있었다.
전날 하한가에서 외국인은 매수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적정 의견이 나왔다.
이 타이밍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는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엔켐, 지금 보이는 숫자들을 정리하면
여기까지 기사들을 모아서 숫자만 뽑아봤다.
오정강 대표 지분율 변화.
2025년 2월 14.76%.
2026년 3월 초 13.18%.
3월 25일 현재 4.17%.
반대매매된 주식은 160만 6,325주, 지분 9.01%.
남은 담보 대출은 메리츠증권과 케이투코리아 합산 약 933억 원 기준.
의무 조기상환 일정은 3월 31일 100억, 4월 30일 100억, 7월 31일 100억, 9월 30일 100억.
회사 실적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3,657억 원.
영업손실 653억 원.
당기순손실 5,712억 원.
부채총계 6,601억 원.
자산총계 1조 1,269억 원.
주가 흐름.
2024년 2월 최고점 약 36만 원.
2026년 3월 24일 최저점 29,950원.
2026년 3월 25일 현재 38,900원, 상한가.
엔켐, 이 다음에 눈이 가는 타이밍들
공시된 사실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움직임이 생길 수밖에 없는 날짜들이 보였다.
3월 30일. 감사보고서 정식 제출 기한이다. 이미 적정 의견은 받았지만, 공시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 동시에 오 대표의 의무 조기상환 100억 원 첫 기한이다.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한이익 상실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
4월 30일. 두 번째 의무 조기상환 100억 원.
오 대표의 남은 지분 4.17%. 추가 담보가 남아 있는지, 반대매매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향후 공시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CB 오버행 문제. 2,500억 원 규모 CB의 전환가액은 2025년 2월 기준 121,300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38,900원이다. 전환가액이 추가 조정될 경우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