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사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 사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요즘 주변에서 금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이 없다.
1돈에 100만 원을 넘겼다.
엄마가 금반지를 사뒀단다.
친구는 금 ETF를 샀단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발견한 게 있다.
같은 금인데,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세금이 0원이 되기도 하고, 수십만 원을 내야 하기도 한다는 것.
이 이야기들을 모아서 조합해보니, 꽤 중요한 차이가 보였다.
KRX 금현물 비과세, 대체 왜 이런 혜택이 존재하는 걸까
이 혜택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 봤다.
2013년, 정부가 하나의 사실을 공식 발표한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금 110톤 중 60에서 70%가 세금 없이 거래되고 있다고.
밀수금까지 합치면 75%.
탈루되는 부가세만 연간 3,000억 원 이상.
(연합뉴스, 2013.7.22)
(SBS, 2014.3.19)
정부 입장에선 이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야 했다.
그래서 내놓은 카드가 세금을 깎아줄 테니 양지로 나와라는 것이었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에 KRX 금시장이 열렸다.
여기서 금을 사고팔면 매매차익에 세금이 없다.
양도소득세 없음. 배당소득세 없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
(금융위원회, 2013.7.22)
(정책브리핑)
정리하면 이런 구조였다.
금융위원회가 정책을 기획했고, 기획재정부가 세제 혜택을 설계했고, 한국거래소가 시장을 운영하고, 한국예탁결제원이 금을 보관하고, 한국조폐공사가 품질을 인증한다.
(정책브리핑)
지하경제 3,000억 원의 세금을 회수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에게는 비과세라는 당근을 준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건지 숫자로 봤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1,000만 원어치 금을 사서, 1,500만 원에 팔았다고 해보자.
차익 500만 원.
| 투자 방법 | 세금 | 내 손에 남는 차익 |
|---|---|---|
| KRX 금현물 계좌 | 0원 | 500만 원 |
| 금 ETF (국내 상장) | 77만 원 (15.4%) | 423만 원 |
| 골드뱅킹 (은행 금통장) | 77만 원 (15.4%) | 423만 원 |
차익이 커질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금 ETF나 골드뱅킹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세율이 최고 49.5%까지 올라갈 수 있다.
KRX 금현물은?
종합과세 대상에서 아예 빠진다.
(매일경제, 2026.1.26)
지금 금값은 어떤 상태인지도 같이 봤다
2026년 3월 8일 기준,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약 5,078달러.
국내 금 시세는 g당 약 252,491원. 1돈 기준 약 94만 원대.
(민심뉴스, 2026.3.8)
(Investing.com)
1년 전과 비교하면 76% 상승.
3년 전 1돈 33만 원대와 비교하면 거의 3배.
(한국금거래소)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흐름을 발견했다.
이 상승을 이끈 건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이었다.
2022년 이후 세계 중앙은행들은 매년 1,000톤 이상의 금을 사들였다.
3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
(네이트뉴스, 2025.10.26)
왜?
2022년 미국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 자산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달러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가 목격한 것이다.
(조선비즈, 2025.4.28)
그 이후 중국, 인도, 터키,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달러 대신 금을 쌓기 시작했다.
BRICS 국가들의 금 매입은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라오동, 2025.12.30)
개인이 금을 사는 게 아니라, 국가들이 금을 사고 있는 구조.
이게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2025년 상반기, KRX 금시장 거래량이 37.3톤을 기록했다.
2014년 개설 이후 사상 최대.
투자자 중 개인 비중이 46.9%로 가장 높았다.
(조선일보, 2025.7.3)
(Investing.com, 2025.7.2)
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2025년 10월 1조 5천억 원을 돌파한 뒤, 2026년 1월 2조 1,298억 원까지 늘었다.
(연합뉴스, 2025.10.13)
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건 누구나 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자료를 모아보니, 어디로 돈이 몰리느냐에서 차이가 갈리고 있었다.
이 이야기들을 조합해보니 보이는 것
KRX 금현물 계좌로 금을 매매하면 벌어지는 일들을 정리해봤다.
되는 것은 이렇다.
세금 0원으로 금 매매차익을 가져갈 수 있다.
1g 단위로 소액 투자가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해준다. 보관 비용 없다.
원하면 100g 또는 1kg 단위로 실물 골드바를 꺼낼 수 있다.
(한국거래소 PDF)
실물 인출할 때만 비용이 붙는다.
부가가치세 10%에 인출 수수료 개당 약 2만 원.
인출 안 하고 계좌에서 매도만 하면 부가세도 없다.
(현대차증권 PDF)
시작하는 방법도 찾아봤다.
증권사 앱에서 주식 계좌 개설하고, KRX 금 거래 신청을 추가하면 된다.
나무증권, 미래에셋,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에서 모바일로 가능하다.
거래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네이버 블로그, 2025.2.9)
수수료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온라인 기준 0.15에서 0.3% 수준이다.
(네이버 블로그, 2025.9.21)
그런데 반대쪽 이야기도 있었다
자료를 모으다 보니, 주의해야 할 지점도 같이 나왔다.
첫 번째는 한국 금값에 붙는 김치프리미엄이다.
국내 금값이 국제 금값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는 시기가 있다.
2025년 2월에는 괴리율이 22.6%까지 벌어졌다.
10월에도 17%를 넘겼다.
최근 5년간 10%를 넘은 건 단 2번뿐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한국경제, 2025.10.11)
(농민신문, 2025.10.17)
괴리율이 높을 때 샀다가, 괴리율이 빠지면?
국제 금값이 올라도 국내 기준으로는 손실이 난다.
실제로 2025년 2월 괴리율 22.6%가 빠지면서 ACE KRX금현물 ETF는 9거래일 만에 16% 급락한 적이 있다.
(조선비즈, 2025.10.17)
2026년 2월 3일 기준 괴리율은 약 4.28%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공시)
두 번째는 지금 금값은 30% 고평가라는 전문가 의견이다.
2025년 11월, 전문가 4인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달러인덱스와 금리를 비교하면 현재 금값은 약 30% 고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매일경제, 2025.11.9)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26년 말까지 온스당 3,500달러로 하락을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2025.10.28)
반면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조선일보, 2026.1.26)
의견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세 번째는 KRX 금현물 계좌는 퇴직연금이나 ISA에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장기 적립식 투자를 퇴직연금으로 하고 싶다면, KRX 금현물 계좌가 아니라 금 ETF를 IRP나 ISA 계좌 안에서 사야 한다. 이 경우 매매차익에 15.4%가 붙지만, 과세 이연이나 저율 과세로 ISA 9.9%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매일경제, 2026.1.26)
네 번째는 비과세 혜택은 법이 아니라 정책이라는 것이다.
세제 정책이 바뀌면 비과세도 달라질 수 있다. 2024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폐지 논란에서 보듯이, 한국 금융 세제는 정치 상황에 따라 빠르게 바뀐 전력이 있다.
(나무위키, 금융투자소득세)
다섯 번째는 금은 이자도 배당도 없다는 것이다.
보유하는 동안 아무 현금흐름이 없다. 금값이 횡보하면 그 기간은 그냥 묶여 있는 돈이다.
말 못한 상황을 하나 더 발견했다
여러 자료를 조합하다 보니, 아직 크게 언급되지 않는 흐름이 하나 보였다.
KRX 금시장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2017년 기준, 여전히 전체 금거래의 약 절반이 음성거래였다.
(이투데이, 2017.9.5)
지금 금값이 3배 가까이 올랐다.
금값이 오르면 밀수와 음성거래의 이익도 비례해서 커진다.
정부가 양성화에 더 강하게 나설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KRX 금시장의 비과세 혜택을 더 유지하거나 강화해서 양성화를 계속 유도하는 것.
다른 하나는, 세수가 부족해지면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면서 과세로 전환하는 것.
어느 쪽이 될지는 정부의 재정 상황과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상황을 한눈에 보면
| 확인된 사실 | 내용 |
|---|---|
| 현재 금값 | 온스당 약 5,078달러, 국내 g당 약 25.2만 원 |
| KRX 금현물 매매차익 세금 | 0원으로 비과세 |
| 금 ETF와 골드뱅킹 세금 | 차익의 15.4%에 종합과세 가능 |
| KRX 실물 인출 | 100g과 1kg 단위 가능, 인출 시 부가세 10% |
| 거래 수수료 | 온라인 0.15에서 0.3% |
| 김치프리미엄 (3월 초 기준) | 약 4% 내외 |
| 전문가 전망 중 상승 측 | 골드만삭스가 2026년 말 온스당 5,400달러 |
| 전문가 전망 중 하락 측 | 캐피털이코노믹스가 2026년 말 온스당 3,500달러 |
| 구조적 수요 | 중앙은행 연간 1,000톤 이상 매입 지속 중 |
| 주의 사항 | 퇴직연금과 ISA 불가, 이자와 배당 없음, 비과세 정책 변경 가능성 |
같은 금이라도 통로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세금 차이는, 금액이 커질수록 수백만 원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 사실들을 알고 판단하는 것과, 모르고 판단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