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에 농사일부터 시작한 소년이 있었다.
밥 한 끼가 간절했던 그 소년이, 50년 뒤 누적 400억 원을 기부했다.
패션왕 박순호. 4월 22일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 출연하면서 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를 뒤덮었다. 연 매출 1조 원짜리 패션 제국을 세운 사람. 드라마 ‘패션 70s’의 실제 모델. 그런데 사람들이 진짜 충격받은 건 성공 스토리가 아니었다.

“돈? 죽을 때 못 가져가.”
이 한마디였다.
패션왕 박순호가 보증금 0원으로 부산 최대 시장을 뚫은 방법
1946년 경남 마산.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박순호는 끼니조차 해결이 안 되는 집안에서 자랐다. 중학교 진학은 꿈도 못 꿨다. 14세에 농사일을 거들었고, 16세에 마산의 한 속옷 도매상에 취직했다. 월급은 없었다. 삼시 세끼 밥만 먹여주는 조건이었다.
2년간 일을 배운 뒤 부산으로 향했다. 목표는 하나, 직접 장사하는 것. 문제는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거였다. 상가 주인을 찾아가 “3~4개월만 기다려 달라. 보증금을 꼭 갚겠다”고 매달렸다. 주인이 그 눈빛을 보고 결단을 내렸다. 보증금 0원으로 부산 중앙시장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130개 소매상에 독점 공급을 하면서 거래처를 넓혀갔다. 20대에 이미 ‘꼬마 재벌’이라 불렸다. 본인 표현으로 “돈을 포대로 쓸어 담았다.”
빚 수십억 원에서 매출 1조까지, 4년간 뭘 한 건지
도매에서 제조업으로 넘어간 게 진짜 승부였다. 국내 두 번째로 면 티셔츠 생산에 성공했고, 자체 개발한 ‘봉제선 없는 목폴라’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가게마다 물건을 숨겨둘 정도로 주문이 쏟아졌다. 2층 양옥집을 마련하고 결혼까지 했다.
그런데 한 번의 실수가 전부를 무너뜨렸다. 봄 시즌 긴팔 티셔츠가 잘 팔리니까 반팔까지 만들었는데, 소재가 너무 두꺼웠다. 여름에 아무도 안 샀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공장 미납 대금만 3800만 원. 지금 가치로 수십억 원이었다.

보통 여기서 포기한다. 박순호는 반대로 갔다. 빚쟁이한테 “추가 투자를 해달라”고 설득했다. 공장을 24시간 돌렸다. 4년 만에 빚 전액을 갚아냈다.
1987년 매출 100억 원. 1995년 1000억 원. 2011년 연 매출 1조 원 달성. 이 과정이 드라마 ‘패션 70s’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왜 400억이나 기부한 걸까, 숨어 있던 이유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은 이거였다. “성공보다 더 어려운 게 나눔인데 꾸준히 실천했다는 게 대단하다.” 또 하나. “요즘 보기 드문 어른의 표본 같다.”
기부 금액만 놓고 보면 숫자에 압도된다. 누적 400억 원. 패션업계 최초로 ‘세정나눔재단’을 설립했고, 소외 계층을 위한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로 300가구에 새 보금자리를 선물했다. 2010년 포브스 아시아 선정 ‘아시아 최고 기부자’. 국민훈장 동백장. 아너 소사이어티 전국 5위.
서장훈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명단을 보고 “저도 회원인데 회장님은 금액이 어마어마하시다”라고 놀란 장면이 방송에서 화제가 됐다.
박순호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덧붙였다.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치 있게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14세에 밥 한 끼가 간절했던 소년이, 80세에 300가구의 집을 고쳐주고 있다. 기부의 이유를 굳이 거창하게 찾을 필요가 없었다. 배고팠던 사람이 배고픈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딸이 수녀가 되겠다고 했을 때, 패션왕은 뭘 했나
방송에서 가장 먹먹했던 장면이 있었다. 박순호의 대저택은 본채와 별채로 나뉘어 있었는데, 서장훈과 장예원이 “드라마 세트장 같다”고 감탄한 그 별채에 사연이 숨어 있었다.
둘째 딸이 수녀가 되겠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붙잡고 싶었다. 딸을 위해 별채를 지었다. 이 집에 살면 마음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딸의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결국 수녀의 길을 걸었다.
“진짜 존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반응 그대로다. 돈 버는 방식도 대단하지만, 돈을 쓰는 방식이 더 인상적인 사람. 딸에게조차 돈이 아니라 정성으로 설득하려 했던 아버지.
팔순의 나이에 네일아트를 받고, 드레스룸에 옷을 빼곡히 채우고, 여전히 자기 관리를 놓지 않는 모습도 공개됐다. 화려함 뒤에 있는 소박한 일상. 오래된 안마 의자 하나가 그의 진짜 일상을 보여줬다.
패션왕 박순호 타임라인, 한눈에 보는 50년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7남매 중 넷째. 1960년(14세) 농사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듦. 1962년(16세) 마산 속옷 도매상 취직, 월급 없이 2년 근무. 1960년대 후반 보증금 0원으로 부산 중앙시장 입성. 1970년대 면 티셔츠, 봉제선 없는 목폴라 개발로 도매 시장 장악.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세정그룹 전신) 설립, ‘인디안’ 브랜드 론칭. 재고 폭탄으로 빚 3800만 원(현재 가치 수십억 원) 발생. 4년 만에 전액 상환. 1987년 매출 100억 원 돌파. 1995년 매출 1000억 원 돌파. 2005년 드라마 ‘패션 70s’ 실제 모델로 화제. 2010년 포브스 아시아 ‘아시아 최고 기부자’ 선정. 2011년 연 매출 1조 원 달성. 누적 기부액 400억 원, 300가구 집 수리 지원. 2026년 4월 22일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출연.

솔직히, 이 사람이 특별한 이유
요즘 부자들 이야기는 넘쳐난다. 유튜브에도 ‘1조 부자의 하루’ 같은 콘텐츠가 매일 올라온다. 그런데 대부분은 어떻게 벌었는지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쓰는지는 안 보여준다. 보여줘도 플렉스용이다.
박순호는 달랐다. “돈을 버는 방식보다 쓰는 방식이 더 인상적이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이 한 줄이 모든 걸 정리해준다. 초졸 학력으로 1조 원짜리 기업을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그 돈의 400억 원을 40년간 꾸준히 사회에 돌려준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요즘 “이런 분이야말로 진짜 백만장자의 의미를 보여준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Q&A
Q1. 패션왕 박순호는 어떤 브랜드를 만든 사람인가?
1974년 부산에서 ‘인디안’ 브랜드를 론칭한 세정그룹의 창업주다. 인디안, 브루노바피, 웰메이드 등 이름만 들으면 아는 브랜드들을 운영하고 있다.
Q2. 박순호의 최종 학력이 정말 초등학교 졸업인가?
맞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4세에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16세에 마산 속옷 도매상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후 독학으로 사업을 키웠다.
Q3. 누적 기부액 400억 원은 어디에 사용되었나?
패션업계 최초로 세정나눔재단을 설립해 지역 소외계층을 지원했고,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로 300가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아너 소사이어티 전국 5위에 올라 있다.
Q4. 드라마 ‘패션 70s’와 박순호는 무슨 관계인가?
2005년 방송된 SBS 드라마 ‘패션 70s’의 실제 모델이 박순호였다. 이요원, 장혁 등이 출연했던 이 드라마는 그의 인생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Q5. 박순호의 딸이 수녀가 된 것은 사실인가?
사실이다. 둘째 딸이 수녀가 되겠다고 하자, 붙잡기 위해 별채까지 지어줬지만 딸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현재 수녀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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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초졸에서 연 매출 1조, 400억 기부한 전설의 패션왕 – 매일경제 –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까지 정리된 종합 기사.
- 패션왕 박순호, 누적 기부액만 400억 – 엑스포츠뉴스 – 기부 스케일과 아너 소사이어티 관련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 박순호 세정 회장, 400억 쾌척한 패션왕 이웃집 백만장자 등판 – 패션비즈 – 패션 업계 시각에서 바라본 박순호의 행보.
- 부산이 낳은 패션왕 세정 박순호 회장, EBS 출연 – 파이낸셜뉴스 – 부산 향토 기업인으로서의 의미를 조명한 기사.
-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박순호 회장이 남대문에서 시작한 인디안 – 뉴시스 – 인디안 브랜드가 탄생한 과정이 상세하게 정리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