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미납. 이 단어가 요즘 심상치 않다.
5년간 누적 1억 3,600만 건. 미회수 금액 358억 원.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중 상당수가 나도 모르게 미납자가 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하이패스 미납의 시작, 차단기가 사라진 그날
2007년,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차로에 차단기를 설치했다.
요금을 안 내고 지나가는 차를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 차단기가 사고를 유발했다.
잔액 부족으로 차단기가 안 열리면서 뒷차가 추돌하는 일이 반복됐다.
카드를 잘못 꽂았을 뿐인데, 급정거하다 사고가 난 것이다.
결국 2010년부터 차단기를 자동 개방하기 시작했고, 2014년 전면 철거됐다.
설치비 83억 원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연합뉴스, 2014.10.8 / KBS, 2014.10.8)
차단기가 사라지자, 결제가 안 돼도 차는 그냥 지나간다.
운전자는 삑 소리 났으니까 됐겠지 하고 넘긴다.
여기서부터 조용한 미납이 쌓이기 시작했다.
하이패스 미납, 선불카드가 유독 위험한 이유
후불 하이패스 카드는 신용카드처럼 나중에 청구된다.
잔액 개념이 없으니 돈이 없어서 결제 안 됨이 거의 없다.
선불카드는 다르다.
충전한 만큼만 쓸 수 있다.
잔액이 통행료보다 적으면, 그 순간 결제가 실패한다.
문제는 이걸 운전자가 모른다는 것이다.
차단기가 없으니 차는 멈추지 않는다.
단말기 경고음을 듣지 못하면, 미납인 줄도 모르고 집에 간다.
그리고 며칠 뒤, 고지서가 날아온다.
한 번이면 괜찮다. 방치하면 이렇게 된다.
미납 후 7일이 지나면 통행료의 50% 연체료가 붙는다.
고지서 기한을 넘기면 건당 5,000원 부가통행료가 추가된다.
독촉장까지 무시하면 원래 통행료의 최대 10배가 부과된다. (리포터A, 2026.2.10)
5,000원짜리 통행료가 50,000원이 되는 구조다.
하이패스 미납으로 벌금형까지, 실제 판결들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점이 온다.
반복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잔액 없는 카드를 꽂고 2년 반 동안 83회 무단 통과한 50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동아일보, 2025.2.20)
정지된 카드로 203회 무단 통과한 40대.
항소심에서도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됐다. (문화일보, 2025.11.9)
138회 무단 통과한 40대 여성.
14만 원 아끼려다 벌금 100만 원을 냈다. (연합뉴스, 2023.2.21)
BMW로 800회 무단 통과한 40대 남성.
벌금 300만 원. (법률신문, 2018.5.10)
죄명은 편의시설부정이용죄.
형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돈 빠졌는데 또 청구됐다, 선불카드의 이중부과 피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불카드에서 정상적으로 돈이 빠졌는데도, 시스템 오류로 미납 청구서가 날아온 사례가 보도됐다. (MBN, 2019.8.26)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또 낸 사람이 적지 않다.
선불카드는 실시간 알림이 약하다.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이중결제를 인지조차 못 한다.
실제 수치를 보면 더 심각하다.
하이패스 통신 오류로 같은 요금이 두 번 빠지는 이중부과.
2021년 2,553건에서 2022년 4,411건. 72% 급증했다.
이중부과된 총액 2,477만 원 중 22%인 554만 원은 환불조차 안 됐다. (시사저널, 2023.10.11 / 한국경제, 2023.10.11)
인천에서 김포 구간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이 구간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확인이 필요하다.
하이패스 미납 규모, 숫자가 말해주는 것
국회에 제출된 한국도로공사 자료를 보면 흐름이 보인다. (티데일리, 2025.10.2)
2021년, 미납 2,194만 건에 미수납액 40억 원.
2024년, 미납 3,407만 건에 미수납액 77억 원.
3년 새 55% 증가.
수납률은 2021년 93.6%에서 2025년 8월 78.3%로 급락했다.
5건 중 1건 이상이 안 걷히고 있다는 뜻이다.
최다 미납자는 1년간 1,100회.
최대 체납액은 462만 원.
서울에서 순천 구간을 약 285회 무임 통과한 셈이다.
고지서 발송 비용만 2024년 상반기 31억 원이 들었다. (매일경제, 2024.8.5)
미납 5년간 부가통행료 부과 건수 518만 건, 부과금액 1,212억 원.
실제 걷힌 건 579억 원. 절반도 안 된다. (불교방송, 2025.10.4)
도로공사의 대응, AI가 체납차량을 추적한다
도로공사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24년 4월, AI 경로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체납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과거 통행 이력과 패턴을 분석해 어느 출구로 나갈지 예측한다.
도착 시간까지 계산한다.
단속 적중률이 90%까지 올라갔다.
사람이 직접 분석할 때보다 2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MBC, 2025.6.21 / KBS, 2024.9.4)
미납 20회 이상이면 차량 압류.
50회 이상이면 예금 압류와 형사고발.
도로공사는 행정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PS뉴스, 2024.8.7)
지금 선불카드 쓰고 있다면, 여기서 발견한 것
이 이야기들을 쭉 조합해보니 하나의 흐름이 보였다.
차단기가 사라졌다. 결제가 안 돼도 차는 지나간다.
선불카드는 알림이 약하다. 잔액이 바닥나도 본인이 모른다.
시스템 오류도 있다. 돈이 빠졌는데 미납으로 찍힐 수 있다.
AI 단속은 강화되고 있다. 체납 차량의 경로를 90% 정확도로 추적한다.
과태료 구조는 가파르다. 5천 원이 5만 원이 되고, 벌금형까지 간다.
이걸 알고 나서 확인해본 사람과 모르고 넘어간 사람.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이플러스 앱에서 카드를 등록하면 카카오톡 잔액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잔액이 1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알림이 온다. 자동충전카드로 전환하면 잔액 소진 자체를 막을 수 있다.
하이패스 서비스 통합 사이트에서 자동납부를 등록하면, 인식 오류나 잔액 부족으로 미납이 생겨도 자동으로 결제된다. 고지서를 못 봐서 과태료가 불어나는 상황을 끊을 수 있다.
하이패스 홈페이지나 고속도로 통행료 앱에서 미납 여부를 수시로 조회할 수 있다. 편의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바로 납부가 가능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흐름
수납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미납 건수는 매년 늘고, 걷히는 비율은 매년 줄고 있다.
국회에서는 사후 징수가 아니라 미납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흐름을 따라가보면 몇 가지가 보인다.
AI 단속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고액 체납 차량 위주지만, 소액 반복 미납자까지 확대될 수 있다.
선불카드에 대한 제도 변경 가능성도 있다. 잔액 부족 시 진입 자체를 제한하거나, 의무 자동충전 전환 같은 조치가 논의될 수 있다.
부가통행료 부과 기준이 더 강화될 수 있다. 현재도 10배 부과가 가능하지만, 부과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기준 횟수가 낮아질 수 있다.
이 글에 나온 수치와 사건들은 모두 공개된 보도와 국회 자료에 기반한 것이다.
이 정보들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읽는 분의 몫이다.